들끓는 ‘DDoS 파문’ 총공세 나선 민주당 전략

2011.12.13 10:45:00 호수 0호

“공씨 ‘단독범행’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민주주의의 꽃’이 짓밟혔다. 독재시대에나 나올 법한 선거방해 행위가 드러나면서다. 지난 10‧26 재보선 당일 선관위 사이트는 ‘디도스 공격’을 받아 녹다운 됐다. 주범은 바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공모씨로 밝혀졌다. 이에 한나라당은 초토화 상태이고,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한나라당은 모르쇠로 발뺌하지만 풍기는 냄새는 심상찮다. 뜻하지 않은 최상의 호재를 만난 민주당은 배후세력으로 한나라당 윗선을 지목하며 숨통을 죄는 모양새다. 일단 경찰은 공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짓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윗선 지령 의혹 냄새 심상치 않아 민주 배후 캐기 나서
규탄대회·국정조사 등 압박수위 높여가며 연일 파상공세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북한소행’ 공식이 깨졌다.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의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혐의자가 다름 아닌 여당 중진의원의 비서로 밝혀지면서다. 경찰은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9급 수행비서인 공모(27)씨를 구속, 속전속결로 수사를 마치고 공씨 단독범행으로 마무리지었다. 

국민의 주권인 선거 방해 공작에 여당의원의 비서가 연루되며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간 궁지에 몰려있던 민주당은 조직적으로 대응하며 기사회생을 노리는 분위기다.

이승만ㆍ박정희 독재
능가하는 사이버테러
 
경찰에 따르면 경남 진주 출신인 공씨는 지난 10월25일 밤 고향 후배인 IT업체 G사 대표 강모(25)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요구했다. 강씨는 직원인 황모(25)씨와 김모(26)씨를 시켜 지난 10월26일 오전 1시쯤 선관위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으로 다운되는지 실험한 뒤 오전 5시50분~11시쯤에 공격을 실시했다.

선관위 홈페이지는 오전 6시15분부터 8시32분까지 다운됐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G사 사무실에서 강씨 등 3명을 체포했다. 이후 강씨 등은 “공씨가 범행을 사주했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지난 1일 공씨를 검거했다.

여당 비서가 체포되며 당장 디도스 파문의 최대 관심사는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의 여부가 됐다. 10‧26 재보선 당일 유권자들은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투표장 위치 정보를 확인하지 못해 혼란을 겪었다. 투표소가 많이 바뀐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이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으로 10·26 재보선 선거기획단에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했던 전력이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최 의원의 경우 공씨의 우발적인 단독범행이라며 선을 그었다. 최 의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사건 내용을 전혀 모른다”며 “제가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사전제의와 협상 통해
디도스 공격 이뤄진 것”

하지만 비용과 목적 등을 추론할 때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실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개 9급 비서인 공씨가 단독으로 사비를 들여가며 국가기관에 대한 테러를 감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일명 ‘윗선 지령’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오죽했으면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조차도 “디도스 공격이 9급 비서의 단독 범행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민주당은 즉각 한나라당을 배후세력으로 지목했다. 이어 당내에 백원우 위원장을 중심으로 지난 3일 ‘한나라당 부정선거 사이버테러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배후세력 캐기에 발 벗고 나섰다. 여기에는 민주당 의원 10명과 당내의 IT전문가들이 합류한 상태다.

진상조사위 소속의 문용식 인터넷소통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윗선 개입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공씨와 공모한 업체가 본래 하던 일이 해외 사이버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곳”이라면서 “겉은 IT업체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 이들은 해킹 등으로 상대방 영업 사이트를 공격하며 돈을 번다”고 주장했다.

문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공범인 강씨 회사의 경우 주된 업무를 예로 들면 작은 쇼핑몰 등을 공격해 경쟁업체를 망가뜨리며 돈을 벌었던 회사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작은 업체 공격은 최소 500-1000만원의 비용을 받는 것이 그쪽 바닥의 생리다”며 “특히 국가기관 공격은 리스크(위험)가 훨씬 크다. 최소 징역 1년의 구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민주당은 비용이나 계획면에서 배후세력과 사전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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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백 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방문한데 이어 지난 5일에도 경찰청을 방문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백 위원장은 “꼬리 자르기식 수사는 절대 안 된다”며 경찰 수사를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내부 소행설’도 제기된 상태다. 특히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5일 라디오에 출연해 “선관위 홈페이지 전체가 다운된 것이 아니라 ‘투표소 찾기’ 기능만 먹통이 됐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선관위 내부자 소행 가능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같은 날 라디오에 출연한 선관위 관계자는 “(재보선) 당일 홈페이지에선 투표소 정보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홈페이지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고 모든 정보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했다”며 내부 소행설을 부정했다. 그는 이어 “합리적 근거 없이 선관위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공정한 선거관리를 저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행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 위원장은 “이것은 실질적 피해자인 선관위가 의혹을 자초한 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로그기록만 공개해도 내부소행 의혹을 씻어낼 수 있음에도 그 최소한의 것마저 하지 않아 의혹에 불을 질렀다는 주장이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6일 선관위 사이트와 함께 디도스 공격을 당했던 ‘원순닷컴’에 대한 IP 로그 파일 분석 시연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문 위원장은 “보통 기업이면 공격을 받더라도 10∼20분 내에 정상화되는데 이번에는 초보적 수준의 공격임에도 2시간20분간 무방비 상태로 당했다”면서 “이 때문에 일부러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심과 내부 음모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고 선관위를 몰아세웠다.

경찰은 “선관위 내부에서 문을 열어준 흔적이 없다”며 내부 소행설을 일축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지난 9일 디도스 공격을 공씨 단독범행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자신이 모시는 최 의원을 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씨의 자백을 받아 냈다고 전했다. 

이제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의 수사결과에 검찰마저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한다"며 "재수사에 가깝게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검찰은 오는 28일까지 수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경찰 수사결과에
더욱 미궁 속으로

경찰이 이번 수사에서 용의자로 여당의원의 비서를 지목한 것은 나름의 성과였다.

하지만 범행 전날 공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 김모(31)씨, 한나라당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 박모씨 등을 줄줄이 조사하고도 혐의점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찰 수사력에 의구심과 함께 또 다시 ‘꼬리 자르기’식 수사라는 오명이 따라붙을 전망이다.

국가기관인 선관위의 사이트를 마비시킨 헌정사상 초유의 사이버 테러를 두고 ‘국가 반란급 사건’ 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때문에 디도스 파문의 후폭풍은 이제 시작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일이 터지면 희생양을 정해 대충 어느 선까지 정리하고 몸통은 빠지는 꼬리 자르기식 대응으로는 더 큰 후폭풍을 부르게 될 것이다”고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9급 비서관이 혼자 결심하고 주도했다는 경찰의 수사결과에 이슈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 상태다.

‘디도스 사태=북한 소행’
공식 깨지며 ‘불신’ 심화

그간 디도스 사건이 몇 차례에 걸쳐 발생했지만 결론은 모두 북한소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디도스 파문의 범인이 밝혀지며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더욱더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향후 대응책과 관련해 “수순대로 국정조사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은 없지만 계속해서 자료와 정황들을 조사하며 배후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디도스 공격에 가담한 업체와 한나라당의 관계 및 협상대가를 밝혀 반드시 몸통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가뜩이나 ‘한미FTA 날치기’로 국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선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 사건으로 촉발된 반(反)한나라당 정서를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몰아간다는 분위기다.

내친김에 민주당은 디도스 파문의 국조ㆍ특검을 고리로 한나라당과 그간 쟁점사안이던 한미FTA 재협상 및 사과를 비롯해 미디어렙법,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 정개특위 관련법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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