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전말> “전국 1등” 강요에 엄마 살해한 고3 아들

2011.11.29 09:25:00 호수 0호

위조 성적표 들통날까봐…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고교 3학년 상위권 학생이 ‘전국 1등’에 집착하는 어머니를 살해했다. 학생은 시신을 8개월 동안 방안에 방치한 채 학교를 다니며 지난 10일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치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범행 전날도 골프채·야구배트로 10시간 맞아
방에 시신 방치…학교 다니며 수능까지 치러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24일 모친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내버려둔 혐의(존속살해 및 사체유기)로 고등학교 3학년 A(18)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3월13일 오전 11시께 광진구의 다세대주택 자택에서 부엌에 놓인 흉기로 낮잠을 자던 어머니 B(51)씨의 목을 찔러 숨지게 한 뒤 8개월간 시신을 숨겨둔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5년 전 아버지(52)가 집을 나가자 어머니와 단 둘이 생활했다.

경찰조사 결과 A군은 지난여름 더운 날씨에 어머니의 시신이 심하게 부패, 냄새가 심해지자 공업용 본드로 안방 문틈을 밀폐한 것으로 밝혀졌다.

A군은 경찰에서 “어머니가 ‘학부모 방문의 날’인 다음날 학교에 오기로 돼있었는데 모의고사 성적표에 전국 4천등을 한 것을 62등으로 고쳐놓은 게 들통 나면 무서운 체벌을 받게 될까 봐 겁이 났다”고 진술했다.

평소 어머니 B씨는 A군에게 직업관이나 꿈을 키워주기는커녕 “서울대 법대를 가라”, “전국 1등을 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으며, 아들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을 안주거나 잠을 못 자게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전날에도 B씨는 62등으로 위조한 성적표를 보고서 “더 잘하라”는 잔소리와 함께 A군을 엎드려뻗치게 시키고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번갈아가며 10시간에 걸쳐 체벌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성적표를 위조해 보여줬던 A군은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와서부터 성적이 조금씩 떨어져 최근 응시한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 3등급 정도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사실은 A군의 아버지에 의해 드러났다. 매달 120만원의 생활비를 보내오던 아버지가 지난 4월 협의이혼 법정에 부인 박씨가 나타나지 않자 지난 22일 집을 찾았다.

하지만 A군이 안방을 보여 주려 하지 않는 점을 이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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