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주역’ 박희태 의장의 야욕과 꼼수

2011.11.29 09:15:00 호수 0호

의장까지 하셨으면 됐지 7선 넘보시게요?

[일요시사=이해경 기자] 이번 한·미 FTA 비준안 직권상정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최종결정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그만큼 국회의장의 임무와 책임은 막중하다. 직권상정 당시 박 의장의 모습은 단 한 차례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날치기의 주역’으로 지탄받는 이유 중 하나다. 많은 비난을 자처하고도 비준안 처리를 강행한 그의 모습에 정치권에서는 일종의 꼼수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박 의장의 꼼수를 <일요시사>가 들춰봤다.

본회의장 최루탄 터질 때, 홀로 개화파 묘소 찾아가 참배
9대 총선 불출마 선언 보도에 박 의장 ‘발끈’ 출마 의지

박희태 국회의장은 현재 만 73세로 고령의 6선 다선의원이다. 13대 국회에서부터 남해에서 내리 5선을 한 뒤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의정활동을 잠시 멈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의장은 “국회의장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반복하며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박 의장은 2009년 10·28 재보선에서 5선 지역구를 버리고 각종 물의를 일으키며 경남 양산에 출마한 뒤 당선됐으며 자신의 꿈인 국회의장직을 역임하게 됐다. 

개화파로 착각?

국회의장에 오른 박 의장은 거칠 것이 없었다. 이례적으로 57년 만에 현직 의장 자격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쳤다. 직권상정에 대해도 그는 남달랐다.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전 의장은 예산안과 미디어법까지 3차례의 직권상정을 강행하며 ‘역대 최다 직권상정 국회의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지만 김 전 의장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라도 보였었다.

하지만 박 의장은 달랐다. 야당의 반발로 이 대통령의 국회방문을 연기해 여야 합의과정을 중요시 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 15일 대통령 이 방문하자 박 의장은 “요즘 국회가 잘 진행되고 있는데 한미 FTA 하나 저희들이 속 시원히 국민한테 합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대통령께 죄송하다”고 이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 방문 직후 박 의장은 강경한 모습으로 돌변했다. “직권상정은 그야말로 의장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하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직권상정’ 의사를 내비쳤고 “그 좋은 협정을 왜?”라며 야당의 반발을 일언지하에 무시한 것이다.

12월로 연기 될 수도 있다는 추측에도 “누가 12월로 넘긴다고 하나? 결단을 해야지”라며 역정을 내기까지 했다.

대통령의 국회 방문 1주일 만에 역사에 길이 남을 날치기를 주도함으로써 국회의장이 대통령의 ‘오더’를 받는 모양새를 스스로 연출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정의화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언론의 보도를 철저하게 막으며 비공개로 진행했지만 이를 뚫고 들어가 취재에 성공한 영상에서도 박 의장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박 의장은 지난 2010년 12월 예산안 날치기 때도 같은 수법을 썼다. 야당이 방심한 틈을 타 ‘기습’ 직권상정을 감행한 후 정 부의장에게 의사봉을 넘기고 잠적한 수법을 또 다시 되풀이 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박 의장이 국회의장실에서 중계화면을 통해 직권상정 과정을 지켜보고 있거나 보고를 받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박 의장은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던진 최루탄에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된 시점에 국회에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장은 충북 보은에 위치한 조선 후기 개화파인 박규수의 묘소를 찾았다고 한다. 한미FTA비준안 날치기 처리에 총대를 멘 자신을 조선 후기 개화파에 빗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규수는 당대 최고의 정세가로, 강화도 조약을 맺기 전 일본과 수교를 통해 개방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실제로 조선은 박규수의 주장대로 일본 측과 접촉하지만, 일본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 일본의 속셈은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애초 ‘불평등 조약’을 원했던 일본은 운요호 사건을 일으켜 강화도 조약을 맺도록 유도했다.

오래 전부터 잡혔던 일정이라고 의장실 관계자는 말했지만, 한미FTA를 구한말의 개화운동에 견주며 조선말기 ‘개화파’를 자청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박 의장은 비준동의안 통과 뒤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합의처리 되지 못한 것을 죄송스럽고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날치기 현장을 피해간 것은 국회의장으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예산안과 한미FTA 등 한나라당의 고민을 한방에 해결하며 당의 ‘해결사’로 등극한 박 의장은 최근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6선인데다 국회의장 출신은 명예롭게 정계를 은퇴하는 관례에 비춰볼 때 불출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일요시사>도 827호에서 보도한 바 있다.

그간 출마의지를 굽히지 않았지만 최근 불고 있는 ‘물갈이’ 압박과 쇄신론 등 당내 분위기로 보아 입장을 정리한 듯 여겨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 의장은 이러한 보도에 ‘발끈’했다고 한다. 현재 박 의장은 불출마 선언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입장이다. 여전히 지역구 다지기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 5선의 영광을 안겼던 텃밭은 안중에도 없는 듯 여겨진다.

끝 모를 야욕

결과적으로 해결사를 자처한 박 의장의 꼼수는 이번 기회에 여실히 드러나고야 말았다.

고령의 다선의원 물갈이론이 거론되자 자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수단으로 ‘날치기’를 강행한 것이다. 그는 ‘국회의장 해보고 싶다’는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지역구를 버리면서까지 끝내 이뤄냈다. 그 다음 야욕은 ‘7선 의원’으로 보인다.

물갈이론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 박 의장은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이루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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