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비밀곳간’ 무너진 내막

2011.11.22 11:15:00 호수 0호

부정탄 ‘애물단지’ 조용히 버렸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애물단지’를 조용히 버렸다. 애지중지 끔찍하게 여겼던 사업을 어쩔 수 없이 접은 것. 윤 회장은 개인적으로 적지 않은 돈을 쏟아 부으며 공을 들인 만큼 허무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이 사업과 관련해 워낙 말들이 많았던 탓에 오히려 시원할 수도 있다. 과연 어떤 사연이기에….

지분 100% 소유한 경서티앤알 해산 뒤늦게 확인
내부거래, 이자 재테크 등 의혹 해소 차원 해석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야심작이었던 경서티앤알이 문을 닫은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경서티앤알은 지난달 3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법인 해산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지난달 24일 해산을 결정해 청산인 선임을 통한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지중지 사업 왜?



경서티앤알은 윤 회장이 그동안 애지중지하던 그룹 계열사다. 2009년 6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경서티앤알은 부동산 개발업체로, 윤 회장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윤 회장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업계에선 경서티앤알이 그룹 후계구도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었다. 윤 회장은 슬하에 2남(형덕-새봄)을 두고 있다. 이들은 현재 병역과 외국 유학을 마치고 경영수업 중이다. 둘 다 그룹 계열사 핵심 부서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그렇다면 윤 회장은 끔찍하게 여겼던 사업을 왜 갑자기 놓은 것일까.

경서티앤알은 인천 경서동 692-1번지 외 14필지 공장부지 9만690㎡(약 2만7000평)의 부동산신탁수익권을 취득해 임대료를 받아왔다. 이 매출이 수익의 전부였다. 다른 수입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 8월 이 부지는 LG전자에 팔렸다. 경서티앤알으로선 사업 근거지가 없어진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경서티앤알의 주사업지였던 인천 공장부지가 매각돼 법인이 더 이상 존립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경서티앤알의 해산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부진한 실적이 그 이유로 꼽힌다. 경서티앤알은 설립 첫해인 2009년 영업이익 11억9800만원에 순손실 19억98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마이너스 폭이 더 커졌다. 영업이익은 16억1300만원이었지만, 73억4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재무구조도 엉망이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기준 경서티앤알의 총자산은 1157억3000만원. 총자본은 -92억5100만원에 총부채가 1249억8100만원에 이른다.

경서티앤알은 사정이 어려워지자 윤 회장에게 돈을 빌리기도 했다. 경서티앤알은 설립 당시 윤 회장으로부터 자본금의 1만500%가 넘는 52억6300만원을 차입하는 등 운영자금 용도로 총 162억6300만원을 꿨다. 경서티앤알은 윤 회장에게 연 8.5%의 이자를 꼬박꼬박 물다 지난해 전액 상환했다.

뿐만 아니다. 윤 회장은 경서티앤알의 내부거래 논란으로 적잖게 진땀을 흘렸다. 때문에 윤 회장이 논란 해소 차원에서 아예 사업을 접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웅진그룹은 지난해 4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 공정거래법 등에 따라 계열사간 직접적인 지원이 제한돼 있다. 하지만 경서티앤알은 모든 매출을 계열사를 통해 올려 말들이 많았다. ‘호위군’은 극동건설. 당연히 극동건설에서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윤석금 회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경서티앤알은 설립 첫해인 2009년 1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100% 극동건설과의 거래로 발생한 금액이다. 임대료수입 명목이었다. 지난해에도 다르지 않았다. 매출 16억3200만원이 몽땅 극동건설에서 나왔다. 마찬가지로 토지를 임대해 얻은 수익이다.

올해도 경서티앤알의 ‘빌붙기’는 개선되지 않았다. 경서티앤알은 지난 1/4분기(2011년1월1일∼3월31일) 극동건설과의 용역거래로 5억6400만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 대비 35%에 이르는 수준. 이대로라면 전년에 비해 내부거래 비중이 40% 정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제 갓 출발한 신생사인 경서티앤알은 극동건설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자생 능력 제로인 회사”라며 “계열사의 지원은 정상궤도에 안착할 때까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경서티앤알이 ‘벌어먹던’인천 부지와 관련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 역시 법인 해산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경서티앤알은 극동건설이 소유한 인천 부지의 신탁수익권을 960억원에 취득해 다시 극동건설에 임대했다. 당시 윤 회장이 162억6300만원을 빌려줬고, 나머지는 금융권에서 차입했다. 경서티앤알은 지난 2년간 극동건설로부터 임대료 28억원을 받아 이중 20억원을 윤 회장에게 이자로 지불했다.

그러나 별다른 실적이 없었던 경서티앤알은 갈수록 부채만 쌓이자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며 지난해 말 1050억원에 이 부지 수익권을 경서산업개발에 양도, 먼저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440억원을 받아 윤 회장 차입금을 모두 상환했다. 결국 윤 회장은 자신의 회사가 사실상 망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데다 덤으로 불과 2년 만에 이자 20억원을 챙긴 셈이다.

“오히려 후련하다”

그룹 측은 “윤 회장의 손해가 더 크다”고 일축했지만, 이를 놓고 ‘수상한 재테크’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부지 수익권을 매입한 경서산업개발의 실체를 두고 여러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업체는 매매 직전 자본금 100만원으로 설립된 ‘1인 회사’라 의혹이 더욱 증폭된 바 있다.

웅진그룹 측도 이번에 경서티앤알이 해산돼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룹 관계자는 “경서티앤알 사업과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를 많이 받았는데 해산으로 인해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며 “그렇다고 윤 회장이 이익을 챙긴 것은 아니다. 경서티앤알에 투입한 사재 중 일부의 손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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