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고장’ 책임 공방전

2011.11.18 09:40:00 호수 0호

{제대로 붙은}공기업vs사기업 진실게임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삼성SDS의 전면전이 시작됐다. 양측은 반박에 재반박 하는 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삼성SDS가 고속철도 선로전환기 입찰 과정에서 허위서류를 제출했다는 게 철도공단의 주장. 한마디로 KTX의 잦은 고장이 삼성SDS 탓이란 것이다. 이에 삼성SDS 측은 ‘생사람’을 잡고 있다며 펄쩍 뛰고 있다. 과연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철도공단 “허위자료로 부정낙찰” 고발·손배소
삼성SDS “전혀 사실무근…생사람 잡는다” 펄쩍


철도공단이 삼성SDS를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철도공단은 지난 8일 삼성SDS가 경부고속철도 선로전환기 납품 입찰을 따내는 과정에서 허위서류를 제출했다며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철도공단은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에 선로전환기를 납품한 삼성SDS가 2008년 10월 입찰에서 스페인 고속철도에 300㎞/h 공급실적이 있는 것처럼 허위서류를 제출해 계약을 낙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하자보수도 안 해”



철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개통 이후 지난 8월 말까지 경부고속철도 2단계구간 신경주역과 울산역의 선로전환기와 분기기에 무려 526건의 장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철도공단은 지난 7월19일부터 3회에 걸쳐 국제공증인증(아포스티유)을 통한 서류의 진위 확인을 삼성SDS에 요청했다.

그러나 삼성SDS는 100일이 지나도 철도공단이 요구한 아포스티유를 제출하지 않았다. 때문에 삼성SDS가 허위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철도공단의 설명이다. 철도공단은 “지난 9월23일 철도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러 의원들도 이를 지적해 삼성SDS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고 고발 배경을 밝혔다.

철도공단은 또 삼성SDS가 하자보수 의무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삼성SDS가 납품한 불량제품의 장애에 대해 제대로 된 원인규명과 하자보수를 이행하지 않아 철도공단 측이 외국기술자 12명을 초청해 장애원인 분석과 정비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삼성SDS는 정비가 완료된 후 300㎞/h 검증시험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철도공단은 지난 9일 형사고발과 별도로 대전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청구금액은 20억5000만원. 철도공단은 이외에 선로전환기 시공업체 등 장애발생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진 19개 관련 업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선로전환기 장애로 인해 발생한 KTX열차파손과 28회의 열차 지연운행으로 승객들의 불편을 초래했다”며 “삼성SDS은 철도공사의 보상요구, 원인규명을 위해 공단이 시행한 용역관련 비용, 공단의 명예실추, 장애 및 사고복구를 위해 공단인력을 투입함으로써 발생한 추가인건비 등의 손해를 발생시킨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SDS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다. 한마디로 생사람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철도공단 주장에 즉각 반박했다. 먼저 삼성SDS는 “철도공단이 2008년 입찰 당시 300㎞/h 속도에 대한 실적을 요청한 적이 없으며, 삼성SDS도 스페인 고속철도에서 시속 300㎞/h 이상의 사용실적이 있다는 자료를 제출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다만 200㎞/h 이상의 사용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제안요청서에 따라 250㎞/h에서 운용한 오스트리아의 실적을 제출했다는 게 삼성SDS의 전언. 삼성SDS는 철도공단이 본계약 입찰 전 선로전환기 제작자로부터 제품에 대한 설명을 미리 듣고 이를 검증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SDS는 철도공단이 요구한 아포스티유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선 “지난 1일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으로부터 받은 아포스티유 문서를 철도시설공단에 제출해 인수증까지 받았다”고 맞받아쳤다.

아울러 하자보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발끈했다. 오히려 철도공단의 늦장 대응을 꼬집었다. 삼성SDS는 “선로전환기의 하자보수는 이미 완료한 상태로 분기기 제작사인 BWG사, 선로전환기 제작사인 VAH사의 기술자를 초청해 장애문제 해결을 위해 합동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다른 문제들은 철도공단, 분기기 제작사, 궤도 등의 시공사들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4월14일 합동점검결과 보고회에서 모니터링시스템 설치를 공식 제안했지만 9월이 돼서야 철도공단에서 요청해 설치·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삼성SDS는 KTX 장애 원인이 선로전환기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삼성SDS는 “KTX의 장애에 대해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장애가 마치 선로전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란 철도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 국감에서 KTX 장애는 궤도, 분기기, 시공 등 복합적인 문제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말도 안 된다”

삼성SDS가 입장을 밝히자 철도공단은 삼성SDS의 반론은 또 다른 허위라며 재반박 자료까지 냈다. 철도공단은 “삼성SDS는 철도공단이 요구한 서류를 아직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 제출한 문서는 요구와 전혀 다른 내용의 서류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항목이 포함돼 있는 등 입찰시 제출한 서류가 허위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삼성SDS가 철도공단에 대해 ‘책임전가’한다고 반박하고 허위사실을 배포하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행태로 대기업으로서의 도의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변명이자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삼성SDS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철도공단의 주장과 재반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고발 내용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법적 절차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명백히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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