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등친 ‘재택알바’ 피해담

2018.10.17 10:08:33 호수 1188호

‘고액 재택 알바’ 이렇게 당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인터넷을 하다보면 심심치 않게 ‘댓글 알바’를 구하는 글을 볼 수 있다. 집에서 타자 몇 번만 치면 끝나는 간단한 일로 일확천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이다. 주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주부나 대학생처럼 직장생활을 하기 힘든 이들에게 부업으로 해보라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댓글알바 사이트는 사기성이 짙어 역으로 돈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부 A씨는 재택알바를 시작했다. 쿠폰을 구입하고 월 74만원씩 받는 방식이었다. A씨는 600만원짜리 쿠폰 2개를 1200만원에 구매했다. 월 74만원씩 9개월이면 쿠폰 값을 건지고 나머지 21개월은 간단한 작업으로 74만원씩 월급처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댓글을 작성하면 적립금이 모이게 되고 곧 현금으로 교환신청을 할 수 있었다. 

다단계식 모집

결제하고 한 달 후 정말로 돈으로 들어와 안심했던 A씨였지만 보름 만에 회사는 사이트 통합·업데이트를 통보하고 없어져버렸다. 사이트가 다시 열린다던 날짜에 접속하자 ‘부정행위자’라는 문구만 뜰뿐 아무 것도 되지 않았다. 

A씨가 회사 측에 문의하자 회사 측에서는 오히려 “댓글을 성의 없이 달고 돈을 받아 갔다. 배상을 청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재택 알바는 해당 업체에 가입한 뒤에 하루 2시간만 할애해 홍보글만 열심히 써주면 최대 월 1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낼 수도 있다고 유혹한다. 하지만 직접 해 본 사람은 ‘상상 속 이야기’ 또는 ‘사기수법’이라고 말한다. 


알바를 시작하면 일을 시작하기 위해선 회사에 최대 몇백만원의 돈을 내야만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알바를 하게끔 해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이 업체의 주장. 

그 말대로 다른 사람이 이 일을 하게끔 끌어들이고 있는 재택 알바생의 SNS 등을 보면 겉보기는 정말 화려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3일 내내 일해 봤자 고작 1만7000원을 벌거나 혹은 한 푼도 벌지 못한 채 일을 그만둬야 했던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정말 돈이 필요한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우리가 흔히 봐왔던 다단계 사기수법이나 폰지(돌려막기) 사기수법 그대로 도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을 올려 홍보하는 곳들은 성형외과나 뷰티 관련 업종이 제일 많지만 쇼핑몰, 렌트카, 보험 업체까지 다양했다. 광고주 요청에 따라 주요 키워드나 사진을 포함시키고 글자수 등 기준에 맞춰 글을 작성하면 된다. 

산산조각 일확천금의 꿈
3일 내내 일해도 2만원

댓글의 경우 특정 상품 페이지에 호의적 후기 댓글을 다는 방법이 자주 쓰인다. 

쇼핑몰·인터넷 카페부터 유튜브 영상이나 애플리케이션, 웹툰 후기에 이르기까지 댓글 알바가 활동하는 곳은 다양하다. 특정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기, 페이스북 게시글 ‘좋아요’ 누르기 등도 댓글 알바의 주요 역할이다. 

글을 올리고 업체 확인 후 승인을 얻으면 댓글은 100∼500원, 홍보글은 건당 2500원 수준의 보상이 가상화폐로 지급된다. 이 가상화폐는 일정 금액 이상 쌓이면 계좌로 입금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업체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사진이 여러 장 포함된 2000여자의 홍보글을 작성해도 방문자수가 적거나 노출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보상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1시간 내내 열심히 작성해도 올릴 수 있는 글은 2건 남짓. 모두 승인 돼도 5000원, 승인이 거부되면 보상은 한 푼도 받을 수 없었다. 더 황당하게도 정작 해당 업체는 댓글 작성보다 “친구·친지 등 유료회원을 소개하면 회비의 80% 상당을 지급한다”며 회원 유치 업무를 제안했다. 


사실상 ‘다단계 판매’와 같은 방식이다. 이런 업체들은 수익 배분 구조가 2단계 이상이 아니라 1단계에 그친다는 이유로 다단계 판매 업체 등록마저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진짜 돈을 지급하는 댓글 알바를 구한다 하더라도 법을 위반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광고주와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밝히지 않고 홍보성 글을 게재하다간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서 금지하고 있는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하루에 댓글을 몇 개만 달아도 한 달에 몇십만원의 돈이 나온다? 대단한 형식적인 근로로 보인다. 결국에 (이 회사의)수익구조를 보면 새로운 업체(광고주)를 계속 모집해서 나온 수익을 줘야 하는데 결국은 그게 절벽에 부딪힌다고 하면 새로 가입된 사람의 돈을 돌려막기 식으로 줄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형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돈을 받고, 그 돈을 돈으로, 또 돈을 주고 돈을 주고 돈을 주다가 나중에 결국 절벽에 이를 때에는 소수의 사람만 이익을 얻는 구조”라며 “상품이나 용역의 거래가 있다 해도 이것은 유사수신행위로 성립될 가능성이 그래도 상당 부분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실 이런 데는 투자자가 피해자라고 보면 된다.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이런 것은 주의해서 투자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극단적 선택도

피해자들에 따르면 현재 사이트에 가입돼있는 회원은 1000명이 넘고 피해액이 수백억을 웃돈다. 주부들이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도전한 것이 빚무덤이 된 것. 한 피해자는 “다단계식 회원모집이다 보니 친인척·지인들을 끌어들여 피해를 입게 해 가족들 볼 낯이 없다”며 “거의 모든 피해자들이 나와 같은 상황이고 심지어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주부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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