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스포츠 선수에 대한 병역특혜 폐지하라!

2018.09.10 11:18:15 호수 1183호

1988년 서울서 개최된 올림픽 직후 영국 런던 뒷골목서의 일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를 배회하는 중에 삐끼(호객꾼)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와 은근하게 어디서 왔는지를 물었다.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그 전까지 국제사회 특히 유럽서 한국이라는 나라는 생소했던 탓이었다.



당시까지 유럽서 아시아권 국가로는 일본, 홍콩 정도만 알려져 있었던 데에 따른다. 그런 이유로 한국인들이 유럽을 방문하게 되면 그들로부터 냉대 받지 않기 위해 간혹 자신의 출신을 일본으로 둔갑시키고는 했었다.

그러다 이내 쓴웃음을 짓고는 대한민국 서울서 왔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그러자 그 사람 즉각 반응한다. ‘오, 서울 코리아!’라고. 그의 반응이 반가워 어떻게 대한민국을 아는지 묻자 대뜸 서울올림픽을 거론했다.

이제 시간을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1976년의 이 나라 실정에 대해 시시콜콜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경제지표 중 국민 1인당 GNP가 698달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자.

동년 8월 대한민국 문교부는 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그해 캐나다서 개최됐던 제21회 몬트리올올림픽 레슬링 종목서 금메달을 획득한 양정모 선수 때문이었다. 당시 양정모는 군 입대 영장을 받고 있는 상태였는데, 그에게 병역혜택을 주고자하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문교부의 고민은 양 선수가 몬트리올올림픽서 금메달을 수상함으로써 국위를 선양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4년 후 모스크바서 개최키로 예정돼있는 차기 대회와 관련해서였다.


문교부의 고민은 양 선수가 다시 그 대회에 출전해 국위를 선양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서 비롯됐다. 그리고 결국 문교부는 양정모에게 대한민국 설립 이후 체육인으로서는 최초로 병역 면제 혜택을 주기로 결정한다.

물론 1973년 제정된 ‘병역의무의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른다. 동 법 조항에 의하면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는 조항이 명백하게 실려 있고 양 선수가 1980년에 개최되는 모스크바올림픽에 출전해 다시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게 집중적으로 훈련하도록 함으로써 국가 이익에 보다 더 공헌하기 위함에서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전두환정권은 스포츠 선수들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확대 실시한다. 이는 정상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권력을 쟁취했던 전 정권의 3s(sex, screen, sports) 정책서 비롯됐음은 불문가지다.

간략하게 살펴봤지만 우리가 후진국이던 시절 스포츠는 국제사회에 대한민국, 즉 코리아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지금도 과연 그러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미 여러 구기 종목은 거의 프로화돼 국가이익이 아닌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

또한 스포츠가 국위 선양에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한국은 성장했다. 앞서 언급했던 88올림픽을 계기로 이 나라 위상은 가파르게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지금은 국민소득 3만불을 목전에 두고 있다. 

결국 필자의 시각서 바라볼 때 국제대회 우승자에게 부여한 병역혜택은 청산해야 할 적폐에 불과하다.

문득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행한 발언이 떠오른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 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시대정신”이라고 했던 말 말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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