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북미’ 문재인 역할론

2018.09.04 09:26:30 호수 1182호

결국 문이 나설 차례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의 방북 취소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비밀편지 보도에 이어 매티스 국방장관은 한미 연합 훈련 재개를 시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비핵화의 가시적 성과에 집중하고 있다. 적어도 11월까지는 북핵 이슈가 선거 악재로 작용하지 않도록 애쓰는 모양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교차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지난달 24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비핵화의 진척이 부족하다는 점과 중국과의 무역 문제를 언급했다. 방북 취소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따뜻한 존경심과 존중심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낼 것이다. 그를 곧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며 비핵화 불씨를 완전히 꺼트리지 않았다.

벼랑 끝 전술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의 진척을 내세운 까닭은 북미의 비핵화 출발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선 체제보장을 원하는 반면 미국은 선 비핵화 조치를 내세운다. 

실제로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과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에 따르면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달 28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의 선 종전선언 채택 요구와 미국의 선 비핵화 선언 입장이 충돌했기 때문에(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못 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가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물밑접촉 등 후속협의서 비핵화 평행선을 좀처럼 좁히지 못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을 비핵화 문제와 결부시켜 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결정을 설명하면서 “중국에 대한 우리의 무역 공세가 훨씬 강경해졌기 때문에 중국이 이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판단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배후에 있다는 해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전후로 김 위원장이 방중할 때마다 중국 배후론을 지적하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비핵화 협상과 연결지어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중국의 개입을 차단하고자 한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차질을 빚자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론이 대두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북미정상회담 성사 과정서 중재자 역할을 해낸 바 있다. 다만 이번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것은 정상회담 때와 다소 결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서 무엇보다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와 맞닿아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실질적 성과가 이뤄질 수 있을 때 허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3차 방북 이후 미군 유해 송환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해체 등을 이끌어냈다. 

다만 가시적 비핵화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카운터 파트너인 북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회담 이후 “생산적이었다”고 밝힌 반면 북한은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 없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빈손 방북’이란 비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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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때도 비핵화 후속 조치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겐 선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 결정은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내린 판단이란 것이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7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가 결정된 것은 전적으로 김 부위원장의 비밀편지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편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초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 대한 답변인 것으로 보인다.
 


미 CNN방송은 다음날 김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낸 비밀편지서 “북미 협상이 위기에 처해있으며 협상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며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편지를 통해 “평화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한 걸음 나아가는 데 있어 미국이 북한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초기 협상이 흔들린다면 평양은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서 편지의 존재여부나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의 비밀편지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빈손 방북에 따른 국내적 비판을 피하기 위해 방북을 취소했다는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비핵화 이슈를 선거 악재로 전환될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국내 정치적 위험성과도 관련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뮬러 특별검사팀과 각종 성추문으로 정치적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지난 대선 당시 공화당 트럼프 후보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가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매너포트는 뮬러 특검의 첫 번째 기소 대상이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과 트럼프 재단의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히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호황기를 맞고 있는 미국 경제와 지난달 27일 멕시코와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타결 등으로 선거 악재만 가득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NBC뉴스와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44%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2∼25일 미국 유권자 600명(표본오차 ±4.0%포인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사태와 김 부위원장의 비밀편지가 보도되면서 비핵화 협상은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재 역할 중요

이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28일,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를 언급하면서 미국의 대북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다시금 중재자 역할에 서게 됐지만 상황은 지난 북미정상회담 때보다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한층 복잡해진 비핵화 국면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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