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대통령배> 대구고 옥준우 활약상

2018.08.20 11:39:04 호수 1180호

공수겸장 외야수 “나는 야 대구 사나이!”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옥준우(180㎝/80㎏, 우우, 3학년)는 이날 경기의 히어로였다. 2회 팀을 수렁서 구해내는 결정적인 좌전 적시타로 이날 결승점을 뽑아냈으며, 5회에는 승부의 추를 완전히 대구고 쪽으로 가져오는 장쾌한 좌월 투런홈런을 작렬시켰다. 4타수 2안타 3타점 1홈런의 맹활약이다.
 



비록 MVP를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옥준우는 이번 대회 대구고가 낳은 최고의 영웅이라 할만하다. 팀의 리드오프로서 6경기에 모두 출장하며 무려 24타수 12안타 5할, 출루율 0.600, 장타율 0.833, OPS 1.433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선보였다. 

최다안타상과 수훈상이라는 타이틀마저 그에게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결정적 역할

결승전 직후 세레머니 현장서 만난 그는 결승전의 감격에 흠뻑 취해있었다.

“상대 팀의 에이스 투수가 못 던지는 상황이었지만 방심하지 말고 처음부터 기선제압하자고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고 나왔습니다. 초반에 점수 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끝까지 집중하자며 팀원들끼리 똘똘 뭉쳤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이번 대회는 말 그대로 옥준우의 재발견이다. 그는 원래 수비는 매우 좋은 선수였다. 발이 워낙 빨라서 옥준우-서상호가 지키는 외야는 철벽 그 자체다. 이번 대회서도 여러 차례 호수비를 선보였다. 특히 경북고전과 소래고 전에서 보여준 그의 외야 수비는 묘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그는 수비 원 툴의 선수였다. 비록 상위타선에 위치하기는 했지만 타격 쪽에서는 큰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황금사자기 8강, 4강, 결승전서도 각각 1타수 0안타, 2타수 0안타, 4타수 1안타를 기록했을 뿐이다. 박영완이나 김범준에게 많이 가린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대회 24타수 12안타 기록
수훈상·최다안타상 수상

그러나 이번 대회서 그의 잠재력이 폭발했다. 차민규 코치, 김용달 코치 또한 급성장에 놀랄 정도였다. 적어도 이번 대회서만큼은 팀의 가장 믿을만한 타자, 해결사라는 별칭은 그의 몫이었다. 결승전서의 결승타 포함 홈런은 프로에 1차지명 된 특급 선수들의 절대 다수도 맛보지 못한 훈장과도 같다.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이 저를 믿어주신 것 같아서 그것이 무엇보다 기분 좋습니다.”

그에게 3번째 타석(투런홈런을 친 타석)서의 묘사를 부탁했다. 환희의 순간이기 때문일까. 그는 세 번째 타석의 상황과 느낌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카운트 2볼. 무조건 직구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직구만 노리고 있었습니다. 노리는 공이 오면 앞에서 타이밍을 잡아서 정확하게 맞히자는 느낌으로 가볍게 방망이가 나갔는데 그것이 너무 타이밍이 좋게 걸린 것 같아요.”
 

자신의 장점에 대해서 물었다. 정확하게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역시 빠른 발이란다. 그러면서 자신을 중장거리 타자라고 설명했다. 비록 발이 빠르지만 단순히 발뿐만 아니라 중장거리 타자로서 멀리 치는 것에도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타율 0.333. 2루타 7개 3루타 2개 홈런 1개를 기록하고 있다. 거기에 그는 볼넷이 20개, 사구가 11개에 달할 정도로 선구안이 좋은 편이고 2018시즌 전체 출루율이 무려 0.509에 달한다 15개의 도루는 덤이다. 그것이 옥준우가 대구고의 리드오프로 낙점이 된 이유다.

그의 롤 모델도 본인과 스타일이 비슷한 두산 베어스의 박건우다. 만약 프로에 들어가게 된다면 더욱더 발전해 박건우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일단 외야서 자신의 주특기인 수비를 확실하게하고 웨이트 등을 통해 파워를 보강해 중장거리 타자로서 팀의 중심타자 역할을 하는 것이 그의 소망이자 목표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달 앞으로 다가온 2차 지명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냉정하게 지금까지 2차 상위라운드 지명 대상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내 목표는 프로 유니폼을 한번 입어 보는 것입니다. 설령 이번에 안 된다고 하더라도 대학교에 진학해서 다시 한번 프로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에게는 이번 대통령배 결승이 그의 인생을 바꿀 중요한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그 스스로도 “결승전서 이렇게 잘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늘 경기 이외에는 아무 경기도 기억이 안난다. 내 인생 게임이 맞다”고 할 정도다. 

그는 비록 MVP는 아니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MVP급 활약을 펼쳤다.

마지막으로 지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역시 자신을 늘 믿어주시고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이었다. 어머니는 옥준우의 홈런 당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보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옥준우는 대구 사나이답게 약간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쑥스럽지만 진심을 담아 짧은 한마디를 전했다.

“사랑합니다. 이 말밖에는 해 드릴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환희의 순간

2018년 8월23일은 옥준우의 날이었다. 그가 날린 경쾌한 타구와 멋진 팔로스로우, 그리고 세레머니는 전국의 모든 야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단순히 야구팬들뿐만이 아니다. 많은 스카우터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과연 그가 이번 맹활약을 바탕으로 야구 인생의 ‘역전홈런’을 날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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