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홍 트럼프’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다음달 15일 귀국한다. 홍 전 대표 측은 귀국 이후 구체적인 거취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내년 초로 예상되는 한국당 전당대회에 재등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준표 체제와의 단절에 한창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입장에선 영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지난달 11일 홍준표 전 대표는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 그는 공항서 “나에게 아버지, 어머니는 신앙과 같은 분으로 제사를 지내기 위해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15일 홍 전 대표는 부친의 제사 등을 위해 귀국할 예정이다. 당시 공항서 그는 정치 재개 시점에 대해 “연말까지 나라가 나가는 방향을 지켜보겠다. 홍준표의 판단이 옳다고 인정받을 때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그가 온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는 한 달을 넘기며 안정화에 들어갔다. 지난달 17일 한국당 전국위원회를 통해 추인된 후에도 당내에서는 김병준 비대위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김 위원장이 참여정부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었기 때문에 한국당과 정체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그러나 김병준 비대위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순항 중이다.
김병준 비대위의 모토는 과거와의 단절이다. 종북몰이와 같은 구시대적 색깔론으로 일관했던 홍준표 체제와 차별화를 강조했다. 지난 18일 김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정치적 언어가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의 각종 정책을 ‘국가주의’로 비판하는 등 ‘좌파’ ‘종북’이라는 단어로 점철됐던 홍준표 체제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 전 대표의 귀국은 안정화에 접어든 김병준 비대위 입장서 부담이다. 특히 그가 3차 남북정상회담이 예고된 9월 중순에 귀국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앞서 홍 전 대표는 4·27판문점선언을 “위장평화 쇼”라고 평가 절하한 바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문정부의 대북 리더십과 관련해 “전적으로 문 대통령의 공이라고 보지 않지만, 어찌 됐든 한반도에 평화 무드를 가져왔다. 북핵 폐기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진보정당의 유화적 대북정책이 북핵 폐기를 이끌어 낼 수 있음을 보수정당서 인정한 셈이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홍 전 대표가 귀국과 함께 쏟아낼 발언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메시지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상태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서 열린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하는가’ 국민대토론회에 참석해 기자들 앞에서 “상대가 핵을 가지고 있는데 진정한 평화가 되겠느냐”면서도 “평화라는 것을 누가 거부할 수 있냐”고 말했다.
반대로 홍 전 대표는 자신의 색깔을 더욱 강조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메시지 관리를 하면 할수록 홍 전 대표는 강성 우파의 목소리를 내는 상징적 인물로 부각될 수 있다.
당내에선 “당이 쇄신하는 과정서 좌클릭하는 경향을 보이면 홍 전 대표는 자신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전략의 기조는 최근 재개한 페이스북 정치서도 묻어난다. 지난 6월26일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 정치는 지난주로 끝내고 앞으로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선언했다.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이) 헌법도 사회주의 체제로 개정하고 남북연방제 통일도 추진할 것”(지난달 7일) “북이 변했다고 국민을 현혹하는 것은 더 큰 재앙을 불러 올수가 있다”(지난달 21일) 등의 글을 남겼다.
다음달 15일 귀국 예정
불가피한 준표 VS 병준
특히 지난달 28일에는 “어떤 경우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며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사망에 대해 언급하는 듯한 글을 남겨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같은 말을 해도 좌파들이 하면 촌철살인이라고 미화하고, 우파들이 하면 막말이라고 비난하는 이상한 세상”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지난 12일에는 “저들(진보정당)은 정치를 퍼포먼스로 하는데 우리는 리얼리티로 정치를 했다”며 “진실은 가식을 이기지 못했다”고 공격했다.
김 위원장은 홍 전 대표가 노 의원 사망에 대해 언급한 글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KBS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서 “보수정당이건 진보정당이건 간에 정치인은 말을 아름답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에 대해서는 “내가 이야기 드릴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람마다 나름대로 자기 캐릭터가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말을 아꼈다.
홍 전 대표는 9월 귀국 이후 구체적인 거취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당분간은 정국이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며 때를 기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김병준 비대위의 태도가 모호하다는 식으로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년 초 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면 본인의 존재감을 과시함과 동시에 세 결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병준 비대위가 제대로 응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인적청산을 후순위 과제로 미뤄둔 상태다. 김병준 비대위가 당분간 홍 전 대표의 활동을 지켜보는 쪽으로 갈 것이라 예상되는 이유다.
당내 일각에선 홍 전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이슈화했던 것처럼 김 위원장이 홍 전 대표에 대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홍 전 대표가 당대표직을 내려놨지만, 6·13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활동 재개?
김병준 비대위가 언제까지 홍 전 대표를 회피하지만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홍 전 대표의 발언이 김병준 비대위가 추진하는 쇄신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가 문정부 비판뿐 아니라 김병준 비대위에게도 ‘훈수 정치’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한국당 비대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당원권 정치 조치가 형평성에 어긋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진상파악에 나섰다.
정현호 비대위원은 지난 16일 국회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뇌물·불법정치자금 수수 등 범죄 혐의로 기소된 당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리도록 한 당헌당규를 언급하며 “당이 잘 가기 위해선 당헌당규대로만 운영돼도 잘된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당헌당규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비대위에서 빠르게 검토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당 당규에 의하면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원은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이 정지된다. 그러나 범죄 혐의를 받는 일부 의원들 중 당원권 정지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사례가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당 비대위는 일단 현황부터 파악하기로 했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