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물먹은’ 조양호 굴욕 풀스토리

2011.10.11 10:35:00 호수 0호

혼신 다했는데…정부에 까였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자존심을 구겼다. 당초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지만 딴 사람이 쏙 꿰차는 굴욕을 당했다. 평창올림픽에 수년간 공들인 만큼 조 회장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터. 아무렇지 않은 듯 마냥 웃으려 애쓰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5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성공 보고회 및 해산총회가 열린 행사장은 유치 성공보다 해산을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더 만연했다. 특히 유치위원장을 맡았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헤드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김진선 유치위 특임대사의 여유로운 모습과 대조를 보였다.

두 사람의 표정이 엇갈린 이유는 간단했다. 한 사람은 떠나고, 다른 한 사람은 남아서다. 조 회장은 이날 유치위원장의 직무를 마무리했다. 그는 “유치에 성공한 후 온 국민과 함께 기뻐했던 그때의 벅찬 감동의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모든 사람의 지혜와 힘을 합해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내심 기대…‘아쉽다’

김 특임대사는 지난달 19일 창립총회를 가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수장을 맡았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4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특임대사를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한다고 발표했다. 임기는 2013년 10월까지. 김 특임대사는 “동계올림픽은 나에게 마치 운명인 것 같다”며 “각계각층에서 대표성과 전문성을 지닌 분들을 중심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동계올림픽 유치전을 진두지휘했다. 그래서 조직위원장 자리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조 회장은 평창 유치의 일등공신이다. 2007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고문을 역임한데 이어 2009년 김 특임대사와 함께 유치위 공동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평창 알리기에 총력을 다했다. 

고문직을 수행할 때만 해도 뒤에서 묵묵히 후원했으나 위원장에 오른 이후엔 확 달라졌다.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후원금도 고문 당시 2억5000만원에서 위원장으로 신분이 바뀐 뒤 3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활동 폭 역시 눈에 띄게 넓어졌다. 각종 국제 행사에 참석해 평창 홍보에 나섰다. 지구 13바퀴 거리인 50만9000㎞를 이동하며 활발한 해외 유치활동을 벌였다. 평창을 위해 참석한 국제행사만 2년간 34개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평창 관련 행사엔 거의 빠지지 않았다. 조 회장이 그동안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온통 평창 얘기뿐이었다. 


당초 조 회장은 조직위원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컸다. 정부가 대회 유치에 결정적 공을 세운 조 회장을 조직위원장으로 내정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더구나 올림픽의 경우 보통 유치위원장이 초대 조직위원장을 맡아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대외 기관·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고려해 통상적으로 유치위원장이 조직위원장에 선임됐다. 이에 따라 유치위를 꾸렸던 조 회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유력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김 특임대사가 조직위원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두 사람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양호-김진선 두 사람을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김진선 카드’를 뽑아들었다. 강원도 사정에 밝은 김 특임대사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조 회장도 노력을 많이 했지만 처음 시작한 사람은 김 특임대사”라며 “김 특임대사가 강원도 출신이시고 초기에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최 장관도 “김 특임대사는 동계올림픽 기획단계부터 유치 성공까지 열정적인 활동을 펼쳤다”며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평창의 꿈을 가장 현실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조 회장에 대해선 “조 회장도 많은 공을 세웠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위로(?)했다.

하지만 조 회장으로선 기회가 아주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다. 김 특임대사의 선임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권에서 여야간 공방이 거세다. 뜨거운 설전은 지난 5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벌어졌다.

최종원 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강원도와의 협의도 없이 독단으로 위원장을 내정했다”고 질타했다. 전병헌 의원도 “개최도시 계약 시 5개월 이내에 조직위원회를 구성하면 되므로 12월6일까지 시간이 있었는데, 인선을 조급하게 서둔 것은 특정인을 일사천리로 내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병완 의원은 “알펜시아 정책실패의 책임은 김 특임대사에게 있다”고 반대했다. 앞서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직위원장 내정에 있어 절차상 문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 위반, 정부의 과도한 권한 남용, 강원도와 협의 없는 일방적 통보가 이뤄졌다”며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김 특임대사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고 감쌌다. 허원제 의원은 “김 특임대사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알펜시아 부채 문제라는 큰 숙제를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졸속 추대’ 반발

강원도 시민단체들도 김진선 카드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원주YMCA, 춘천시민연대, 강릉경실련, 원주환경운동연합 등 강원도내 30개 단체로 구성된 강원시민단체연대회의는 지난 5일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추대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김 특임대사는 강원도 지사를 하면서 알펜시아 리조트 조성사업을 타당성 검토조차 없이 시작해 1조원이라는 빚을 남기며 강원도의 재정을 심각하게 악화시킨 장본인”이라며 “조직위원장 추대는 알펜시아 부실의 주범인 김 내정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지난 4일 정부의 조직위원장 내정 발표 직후 “이번 결정을 수용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과정에서 절차가 지켜져야 한다”고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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