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따로 행동 따로 ‘박근혜식 복지’ 대해부

2011.10.06 09:30:00 호수 0호

해고 노동자 외면한 ‘복지전도사’의 이중성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복지’를 강조하며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얼마 전 국정감사 때는 고용과 복지의 연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지역구인 대구에서 그것도 박 전 대표가 실질적 주인이라 불리는 영남대의료원에서 해고 노동자 시위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박근혜식 복지’가 정책 따로 행동 따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과 복지 연계 강조하며 복지화두 선점한 ‘박’
5년째 이어진 영남대의료원 해고 노동자들 시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해가 갈수록 복지에 대한 색을 덧칠하며 세심한 정책제안으로 ‘복지전도사’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지역구인 대구에서 영남대의료원이 노조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며 박 전 대표를 무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현장민심에 귀를 기울이겠다던 박 전 대표의 발언도 무색케 하고 있다.

영남대의료원 노사분쟁은 지난 2004년 주5일제 도입을 위한 인력충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합의와 노사간 단체협약에 대해 사측이 상시적으로 불이행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노조는 2006년 합의사항을 이행하라며 4일간의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노조분쟁 사태
박근혜 나서야

이 과정에서 사측에 의해 노조 측 10명 해고(법적으로 7명 복직)와 50억의 손해배상청구, 노조통장 가압류, CCTV 설치로 노조활동 감시, 전국 최초의 단체협약 2번 해지, 같은 건으로 세 번씩이나 간부 징계, 노조 강제 탈퇴 등 탄압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결과 2006년 당시 950명이었던 조합원이 지금은 75명만이 남았다.

이에 노조 측은 “영남대의료원 노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복지는 해고자 복직이며, 노사 대등한 관계를 토대로 대구시민의 건강권 확보와 영남대병원의 발전을 위한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 측에서는 사태 해결에 박 전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지역구 현안이기도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영남대의료원의 원장 등을 임명하며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인’이라는 이유에서다.

노조 측에 따르면 영남학원은 영남대학교, 영남이공대학교, 영남대의료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영남대학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4년도에 청구대와 대구대를 통합하면서 설립했다. 1988년까지 박 전 대표가 이사장으로 활동하다 학생들의 민주화투쟁과 부정입학사건 등으로 물러났다.

이후 2008년까지 20년 간 임시이사체제로 운영하다 지난 2009년 영남학원재단 정상화 과정에서 영남학원 정이사 7명 중 4명이 박 전 대표의 추천으로 선임되며 다시 실질적 박 전 대표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되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불리는 최외출 교수가 재단법인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전반적인 업무보고를 받고 있으며 현재 의료원장실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복지전도사’로
활약 중이면서…

그간 박 전 대표는 기회만 있으면 구상중인 자신의 복지철학을 밝혀왔다. 그리고 본격 복지정책의 불을 지핀 장본인도 다름 아닌 박 전 대표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12월20일 국회 헌정회관에서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주장하며 복지 화두를 선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요즘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에 대한 논쟁이 많은데 저는 선별적이냐 보편적이냐는 이분법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둘이 함께 가야하고, 전 국민에게 각자 평생 단계 마다 꼭 필요한 것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 8월15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37주기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도 박 전 대표는 ‘자활·자립형 복지론’을 들고 나오며 다시 한 번 복지 경쟁에 불을 붙였다. 그는 이날 대상자별 형편에 맞게 지원해 스스로 일어서게 하는 자활·자립형 복지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어머니는 힘들고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실 때 자립과 자활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다”며 “단순히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서려는 의지를 갖게 도와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저는 이 뜻을 받들고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왔다”고 운을 뗐다.

실질주인은 복지전도사 ‘박’인데 해결은 지지부진
박근혜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표심 때문에? 


게다가 지난달 19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도 박 전 대표는 조금 더 구체화된 복지철학을 밝혔다. 그는 “과거처럼 복지와 고용이 따로 가는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복지와 고용이 연결된 프로그램을 잘 설계해 성장, 고용, 복지의 선순환 구조가 잘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는 틈만 나면 복지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하며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지역구 노사분쟁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박근혜식 복지에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복지정책에 있어 중대한 사안으로 꼽히는 노사문제해결 의지가 없어 보여 복지가 정책 따로 행동 따로라는 지적이다.

이에 지난 27일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부산?대구지방고용노동청 국정감사를 통해 “영남대의료원의 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 운영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어 그는 “평소 국민을 위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주장해온 박 전 대표가 그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영남대의료원의 노동문제해결이 선결과제”라며 “노동이 복지의 핵심”이라고 박 전 대표를 ‘결단’을 촉구했다.

의심받는 정책
모두 립서비스?


영남대의료원 노조 측 역시 “박 전 대표는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할 때 작동하는 맞춤형 복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 영남대의료원에서 자행되는 노조 탄압과 해고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노조측은 올해 반드시 남은 3명의 해고자 복직문제를 매듭짓고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의지로 박 전 대표가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지난 4월부터 진행한 국회 앞 1인 시위, 한나라당 달성지역 사무실 앞 1인 시위, 병원로비 피켓팅을 계속해서 전개할 예정이다.

불과 얼마 전 ‘안철수 돌풍’으로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진데 이어 영남대의료원 분쟁이 장기화되며 박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이 점차 거세지고 있어 ‘대권행’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때문에 박 전 대표로서도 더 이상 노조사태를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게 세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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