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잇단 악재에 골머리 사연

2011.09.28 15:30:00 호수 0호

글로벌 진출 계획 초장부터 ‘삐걱’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롯데건설이 머리를 싸맸다. 잇따라 터져 나오는 악재 때문이다. 현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부당 하도급 거래로 공정위의 경고를 받았다. 앞서 7월엔 로비가 적발되기도 했다. 머리가 아플만도 하다. 특히 올해는 롯데건설이 글로벌 건설사로 변모하는 원년으로 삼은 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불법 하도급 적발돼 경고…수십억대 로비도
부산서 엘리베이터 추락사고…안전관리 도마


지난 17일 오전 10시30분쯤, 부산 북구 화명동 롯데 카이저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엘리베이터 레일을 설치하던 근로자 이모씨가 25m 아래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씨의 몸에 달린 와이어가 갑자기 끊어져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현장 관리감독자 등을 불러 안전수칙 이행여부 등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롯데건설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특히 해당 현장에서 지난해 부실시공으로 공사현장 거푸집이 무너져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어 롯데건설을 향한 질책의 목소리는 더욱 매섭다. 롯데건설로서는 여간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도 7명 사상

이런 와중에 지난 19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다. 하도급 거래를 하면서 서면계약을 지연 발급하고 대금을 뒤늦게 지급한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2009년 1월 현대제철 화성공장 건설공사 중 기계공사의 ‘가설 비계(고공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하는 발판구조물)’ 추가공사를 시작한 수급사업자에게 작업 개시 6개월이 지난 뒤 서면계약서를 발급하고 공사를 마친 뒤 1년6개월이 흐른 지난달 19일에야 하도급 대금과 지연이자, 어음할인료 등 36억여원을 지급했다.

또 지난 7월에는 로비를 벌이다 적발되기도 했다. 4000억원대 주택 재개발사업을 따내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수십억대의 현금을 뿌린 것이다.

2008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응암2구역은 부지면적이 11만여㎡로 아파트 2467가구가 들어선다. 응암2구역은 사업비만 4000억원대로 지난해 시공사를 뽑은 재개발사업장 중 최대 규모였다. 시공사 선정 입찰에 16개 회사가 참여해 과열 경쟁을 벌였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롯데건설이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제보를 잡고 수사에 착수, 뇌물과 관련된 문건을 입수했다. 현금지급 대가로 조합원들한테서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다’는 결의서 557장과 ‘입찰 경쟁사에 써준 결의서를 철회한다’는 각서 143장이었다.

검찰이 이를 토대로 수사한 결과 한모 롯데건설 상무 등이 용역업체를 통해 대의원 48명을 포함한 조합원 890명에게 현금 50만~3500만원을 건네는 등 총 87억1672만원을 뿌린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롯데건설은 조합원 매수에 사용할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모용역업체에 용역비 명목으로 87억여원을 지급한 것처럼 꾸미고 용역업체가 이 돈을 자사 홍보요원들에게 인건비로 위장 송금했다가 나중에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현금깡’을 활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 관계자는 “돈 받은 대의원들은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가장 낮은 평당 공사비를 제시한 경쟁사를 조합원 총회 전 대의원회의에서 미리 탈락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건설컨소시엄이 제시한 3.3㎡(1평)당 공사비는 399만8000원이었지만 대의원회의에서 떨어진 현대건설은 359만원이었다.

검찰은 한씨 등 3명에게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죄(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공여, 위계 또는 위력 기타의 방법에 의한 입찰방해) 및 형법상 입찰방해죄, 그리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글로벌 건설사 도약?

그동안 재개발조합장이나 관련 공무원에 대한 뇌물비리는 많았지만 조합원 전체를 상대로 매수를 시도했다가 적발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은 대단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고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며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이 일로 롯데건설은 시공권을 잃게 됐음은 물론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롯데건설은 올해를 ‘글로벌 건설사’로 변모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불굴의 도전정신과 미래문화 창조’라는 비장한 슬로건도 내세웠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잇단 악재에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이점을 미뤄보면 이들이 과연 2015년까지 ‘아시아 톱 10 건설사’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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