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안철수 정계은퇴 경우의 수

2018.07.02 10:37:33 호수 1173호

이번엔 어디로 철수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조문한 지 이틀 만이다. 안 전 후보는 “성공이 끝이 아니다. 그렇다고 실패가 완전한 마지막도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당 안팎에선 안 전 후보의 책임론과 함께 정계은퇴설이 피어올랐다. 안 전 후보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여겨지는 까닭이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와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는 당의 간판이자 중심축으로 통한다. 유 전 대표는 지난 6·13지방선거 직후 대표직을 사퇴했다. 안 전 후보는 미국행을 택했다. 이들은 당의 일선서 물러났다. 당의 두 축이 흔들리면서 바미당은 정계개편 시나리오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선거 참패의 영향도 개편 바람을 몰고 왔다. 바미당은 지난 선거에서 출마자 99%가 낙마했다.

99% 낙마

일각에선 당 해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바미당은 중심잡기에 나섰다. 바미당은 지난 지방선거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향했다. 이어 지난달 25일 의원총회를 열어 김관영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다음날엔 ‘바른미래당 6·13 지방선거 평가와 과제’라는 이름으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선거 패인을 분석하고 당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토론회에선 유 전 공동대표와 안 전 후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그 목소리는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유 전 공동대표를 향한 비판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유 전 공동대표가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이 지적됐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표현만 다를 뿐 맥은 같이한다는 이유에서다.


안 전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 당시 불거진 단일화 문제에 대해 비판을 받았다. 바미당 장진영 전 동작구청장 후보자는 “안 전 의원은 김문수 한국당 후보에게 먼저 단일화를 제안해 스스로 정당성을 훼손했다”며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지지할 이유를 없애버렸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서 유 전 공동대표와 안 전 후보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이들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유 전 공동대표는 선거 책임의 일환으로 대표직을 내려놨다. 반면 안 전 후보는 지난달 15일 딸의 대학원 졸업식 참석차 미국으로 향했다. 그는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한국을 떠났다. 그의 거취에 세간의 관심이 모인 까닭이다.
 

안 전 후보를 둘러싼 정계은퇴는 선거 패배 이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안 전 후보는 지난 대선과 이번 서울시장 선거서 모두 3등에 머물렀다. 정치생명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다. 안 전 후보의 정계은퇴는 지난달 19일 열린 바미당 워크숍서도 제기됐다.

안 전 후보는 지난달 21일 조용히 귀국했다. 이어 안 전 후보는 지난달 25일 선거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조문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안 전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생각을 정리한 후 말씀 드릴 기회를 갖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귀국 후 선거 책임론 맞닥뜨려
향후 행보 따라 정계개편 가동

이틀 뒤 안 전 후보는 바미당 사무처 당직자들과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서 안 전 후보는 “성공이 끝이 아니다. 그렇다고 실패가 완전한 마지막도 아니다”라며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명언을 인용했다.

이를 두고 두 가지 해석이 나왔다. 사무처 당직자들을 위한 격려였다는 것과 자신의 정계은퇴에 선을 그었다는 시각이다. 안 전 후보는 이날까지도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안 전 후보가 일선 후퇴와 정계은퇴 사이서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두 선택지 사이서 안 전 후보가 정계은퇴를 고르게 된다면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서 나와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또한 바른정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했다. 이 과정서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이 갈라져 나왔다. 평화당의 창당에도 기여한 셈이다. 안 전 후보가 은퇴한다면 정치권의 셈법이 한 층 복잡해질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그 여파로 정계개편 바람에 다시금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계은퇴가 현실이 된다면 개편 바람이 다시 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러 시나리오 중 안 전 후보의 정계은퇴가 평화당 의원들의 바미당 합류에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바미당 관계자는 “과거 국민의당이 갈라질 당시 안 전 후보를 이유로 바미당에 합류하지 않고 평화당으로 이동한 의원들이 있다”며 “안 전 후보의 정계은퇴로 평화당 의원들은 바미당에 합류할 명분을 쥘 수 있다”고 밝혔다. 

안 전 후보의 존재와 영향력이 상실된다면 평화당 의원들의 진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박지원·천정배·정동영 의원 등 호남중진을 대표하는 인물을 제외한 의원들의 합류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미당은 동서화합의 가치를 내세우는 정당이다. 바미당은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과 영남 기반의 바른정당이 합한 당이다. 바미당은 창당 이후 영호남을 번갈아 방문하며 ‘동서화합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평화당 의원들의 진입 장벽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평화당 관계자는 이 가능성에 대해 “평화당 의원들의 바미당 합류 가능성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또 평화당 의원들이 이동한다 해도 호남민심이 바미당을 인정할 지 미지수다. 평화당은 이번 지방선거서 호남지역 기초단체장 5석을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기세 속에서 얻은 가시적 성과다. 

반면 바미당은 선거결과로만 본다면 호남에서 인정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정계 은퇴 뿐 아니라 안 전 후보의 일선 후퇴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당 내 상당한 입지를 보유한 만큼 정계 은퇴는 다소 극단적 선택이란 것이다. 

은퇴 한다면?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 역시 지난달 25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서 “많은 성찰의 시간을 가질 것이기에 당분간 당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지난 바미당 토론회서도 안 전 후보의 직접적인 은퇴보다 일선 후퇴를 바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안 전 후보의 선택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례대표 3인의 운명은?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바미당 소속 비례대표 3인의 거취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은 바미당 소속이지만 평화당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과거 국민의당 분당 당시 이들은 본인의 의사대로 당적을 옮길 수 없었다. 비례대표 의원은 당적을 옮기거나 탈당하면 자동적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바미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이해관계나 시대 조류에 따라 당적을 옮기지 말라는 것이 법정신”이라며 이들의 출당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과 협치의 시작은 이들을 놓아주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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