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월드컵, 왜?

2018.06.12 09:18:31 호수 1170호

“축구 하긴 해?”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전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 개막까지 보름 안팎이지만 예년만큼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전 세계서 단 6개국만이 기록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했음에도 대표팀에 대한 열기는 잠잠하다 못해 고요하기만 하다. 이유가 뭘까.
 



‘2018 러시아월드컵’이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좀처럼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단 6개국만이 기록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달성했음에도 대표팀에 대한 열기는 잠잠하다 못해 고요하기만 하다.

심각하게 잠잠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는 붉은 물결로 뒤덮였다. 한국은 호성적을 위해 모두 한 데 힘을 모았다. 그리고 그 결과 4강 신화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2002년의 성과는 모든 긍정적인 요소가 뒷받침돼 나온 성과였다. 

K리그의 대승적 선수 차출과 거스 히딩크 감독의 빛나는 지도력, 쏟아져 나온 훌륭한 선수들, 국민들의 우레와 같은 응원. 긍정적인 요소가 모두 더해졌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의 4강 신화는 그림자도 낳았다.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버린 것이다. 선수와 감독으로 축구계 현장을 누빈 박경훈 대한축구협회(KFA) 이사는 “냉정히 말하면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16강 진출이 목표였나. 2002년 4강 진출로 국민들의 기대 심리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팬들의 기대심리는 커졌지만 대표팀은 이후 이를 전혀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대표팀에 대한 비판의 정도가 커졌다. 월드컵 열기 감소로도 연결됐다. 지난 2014년 월드컵서의 실패는 월드컵 인기 감소에 기름을 부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14 월드컵서 1무2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두며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알제리 전을 비롯해 경기력도 지탄을 받기에 충분했다. 모든 악재가 겹치며 한국은 월드컵서 또 한 번 실패를 맛봤다. 

과정과 결과 모두 잡지 못한 대표팀에 팬들은 분노했다. 서서히 대표팀에 대해 관심을 거두기 시작했다. 

슈틸리케호 역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준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전술 변화가 없었다. 정체된 전술은 상대들에게 간파 당했고 슈틸리케호는 점차 침몰했다. 
 

게다가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 최정상급의 공격 자원인 손흥민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카타라의 세바스티안 소리아와 같은 공격수가 없다”며 망언을 했다. 대표팀 경기를 보면 화가 나고 답답하다라는 팬들의 아우성은 커졌다. 

월드컵으로 향하는 관심을 가로막는 외부적 요소들도 있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2018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6·13 지방선거 등 굵직한 정치적 이슈가 월드컵 흥행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2002신화에 높아진 기대감 “만족 못 한다”
정상회담, 지방선거 등 굵직한 이슈 한몫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삼회담을 가졌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으로 전 세계적으로 시선이 집중됐다. 남북간의 대치가 아닌 평화 정착을 위한 물꼬를 텄다. 

오는 6월 12일에는 북미정상회담도 예정돼있다. 이 가운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취소를 발표했지만 3일 만에 정상화됐다. 남북미 3자회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 

스포츠보다는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점도 관심을 분산시키는 요인이다.


월드컵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아직까지도 “월드컵이 있는지 몰랐다”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대표팀이 어느 나라와 경기를 하는지도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고,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해 외신들은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월드컵 특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마케팅도 잠잠하다. 러시아월드컵 공식 후원사 코카콜라는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과 손잡았다. SNS를 통한 응원 이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역시 공식 후원사 현대자동차는 다양한 팬파크 이벤트를 마련했다. 

월드컵이 코앞이지만 월드컵 광고도 보기 힘들다. 전체적으로 마케팅 규모가 줄었다. 은행권도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월드컵과 연계한 금융상품이나 이벤트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월드컵 기간 중 본선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전 직원이 붉은 응원복을 입거나 월드컵 개최 국가의 화폐를 환전할 시 수수료를 할인해 주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했던 이전과는 크게 대조된다.
 

백화점 등 유통업체서도 월드컵 관련 마케팅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월드컵 개막 직전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지방선거 등 대형 이슈를 앞두고 월드컵 열기가 달아오르지 못하고 있다”며 “축구대표팀에 대한 낮은 기대감과 시차 등의 문제도 있어 백화점 차원서도 관련 이벤트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조용한 월드컵이다. 방송사들도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지상파 방송사 SBS 관계자는 “평창올림픽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하지만 메달이 나오고 나서 올림픽 분위기가 살아났다,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첫 경기 결과가 월드컵 흥행을 좌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월드컵 방송 광고에 대해서는 “아직 4년 전과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는 브라질이 아닌 러시아서 월드컵이 열린다. 시차가 좋기 때문에 더 낫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막상 닥치면?


대한축구협회 박경훈 이사도 “정치적인 문제가 크다고 본다. 선거를 앞두고 있고, 남북 관계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막상 월드컵이 닥치면 지금보다는 붐 조성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방송사와 2002년 한일월드컵 주역들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월드컵 개막 후 대한민국이 다시 뜨거운 함성과 열기로 가득 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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