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21)현대그룹-현대유엔아이-현대투자네트워크

2011.09.17 13:45:00 호수 0호

날로 대담무쌍한 ‘밀고 당기기’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오너일가 접수’자회사…대부분 계열사서 매출
꼬박꼬박 밀어줘 창업 5년만에 몸집 크게 불려


재계 순위 17위(공기업 및 민영화 공기업 제외)인 현대그룹은 지난 1일 기준 총 19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현대유엔아이’와 ‘현대투자네트워크’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2005년 7월 설립된 현대유엔아이는 컴퓨터시스템 개발 및 공급업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유엔아이 최대주주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으로 59.21%의 지분이 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현 회장은 2003년 8월 졸지에 남편 고 정몽헌 전 회장을 잃고 서울 적선동 사옥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현재 현대유엔아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60∼90% 의존

현 회장은 1남2녀(지이-영이-영선)를 뒀다. 이 가운데 장녀 지이씨는 현대유엔아이에서 ‘경영수업’중이다. 올해 34세인 지이씨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학사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석사 과정을 마치고 잠시 외국계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다 2004년 1월 현대상선 평사원으로 입사, 이듬해 과장으로 승진한 뒤 2006년 3월 현대유엔아이로 자리를 옮기면서 상무에 오른데 이어 그해 12월 전무로 승진했다. 이 회사 지분(7.89%)도 있으며,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지난 3일 외국계 금융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과 결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문제는 현대유엔아이의 자생 능력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대유엔아이는 지난해 매출 1063억원 가운데 64%인 676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현대유엔아이에 일거리를 넘겨준 곳은 현대상선(323억원), 현대증권(218억원), 현대로지엠(69억원), 현대엘리베이터(47억원), 현대아산(10억원), 해영선박(4억원), 현대경제연구원(2억원), 현대코스코로지스틱스(2억원), 동해해운(1억원), 현대자산운용(3100만원), 현대투자네트워크(800만원) 등 11개사에 이른다.


현대그룹 계열사가 모두 19개란 점을 감안하면 ‘식구’들 절반 정도가 동원된 셈이다. 이들 회사는 전산시스템 운영, 전산센터·해외통신서비스, PI/ERP 컨설팅, IFRS 개발 구축, 전용사설망 유지보수 등을 현대유엔아이에 발주했다.


그전엔 더 심했다. 생기자마자 계열사들이 ‘일감’을 막 퍼줬다. 현대유엔아이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5년 96%(총매출 103억원-내부거래 99억원) ▲2006년 72%(421억원-305억원) ▲2007년 68%(672억원-459억원) ▲2008년 71%(852억원-601억원) ▲2009년 67%(947억원-632억원)로 나타났다.

계열사들이 꼬박꼬박 밀어준 결과 현대유엔아이는 창업 5년 만에 정상궤도에 안착한 것은 물론 몸집을 크게 불릴 수 있었다. 매출은 2006년 421억원에서 지난해 1063억원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5억원에서 95억원으로, 33억원에서 140억원으로 2∼4배 뛰었다.

같은 기간 총자산과 총자본은 164억원, 65억원에서 962억원, 578억원으로 불어 각각 6배, 9배 가까이 늘어났다. 보유 현금은 30억원에서 78억원으로, 직원수는 112명에서 325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현대유엔아이 외에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현대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현대투자네트워크다. 이 회사도 내부 물량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대부분의 매출이 ‘집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거래 금액은 적지만 그 비중을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08년 2월 설립된 현대투자네트워크는 경영 상담과 자문 등을 해주는 경영컨설팅업체로, 창업 첫해 관계사 매출이 무려 100%나 됐다. 총매출 14억5600만원을 모두 내부거래로 채웠다.

현대투자네트워크와 거래한 곳은 현대상선(7억5600만원), 현대엘리베이터(2억8000만원), 현대유엔아이(2억1000만원), 현대증권(2억1000만원) 등이다. 이들 회사는 현대투자네트워크에 경쟁력 제고 전략, 재정 자문 등 경영컨설팅을 맡겼다.

자산 6배 늘어

200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내부거래율은 100%로 나타났다. 총매출 3억원이 몽땅 계열사에서 나왔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관계사 의존도가 다소 낮아졌다. 총매출 13억5000만원에서 44%인 6억원만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현대투자네트워크 역시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 회장은 이 회사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사내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특히 현 회장의 외아들 영선씨도 20%의 지분이 있다. 올해 26세인 영선씨는 아직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일선 BNG스틸 사장 등 이미 경영전면에 나선 사촌형들과 같은 ‘선(宣)’자 돌림인 영선씨는 2008년 8월 현대로지엠이 보유한 현대투자네트워크 지분 전량을 매입했다. 현대상선(0.01%)과 현대로지엠(0.08%) 지분도 있다. 2008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영선씨는 현재 미국 유학 중으로 졸업하는 대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여 곧 ‘포스트 현정은’구도에 가세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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