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영무역 기막힌 주테크 내막

2018.05.11 17:08:57 호수 1166호

저점매수 고점매도 “혹시…”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주가 하락기 오너 일가가 주식 매매에 나선 것은 여러 가지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긍정적인 관점과 부정적인 관점이 상존한다. 책임경영 차원서의 매입은 긍정적인 신호다. 반면 지근 거리서 취득한 내부정보의 개연성은 부정적인 시선이다. 삼영무역은 최근 오너 일가가 활발하게 지분 매매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국내 케미칼 전문 판매회사 삼영무역이 최근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13일 장중 한때 2만350원까지 치솟던 주가는 지난달 30일 기준 1만75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내릴 때 사서

삼영무역은 최근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99억1500만원으로 전년대비 90.3% 늘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5.8%, 16.6% 증가해 2594억900만원, 285억73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오너 일가의 주식 매도 이후 회사의 주가는 약세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계를 지난 1월23일로 돌려보면 이승용 삼영무역 대표의 사촌동생 이희연씨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분 8937주를 이날부터 다음달 14일까지 모두 처분했다.

희연씨의 지분 매도가 주가하락을 이끌었다는 판단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투자자들은 부정적인 지표로 받아들인다. 1000주를 매도한 첫날의 종가는 1만7600원으로 오히려 바닥권에 가깝다. 


다만 이후 대체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2월13일과 14일 각각 1000주와 1937주를 1만9900원, 1만9750원에 매각하면서 종가 기준 최고점 부근서 매각하고 나올 수 있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승계 후보인 이 대표의 자녀인 이호준군과 이현지씨가 반대로 지분 매입에 나섰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의 매입한 주식 규모는 많지 않았다. 

호준군은 2월8일과 9일 각각 300주를 매입한 뒤 다음달 8일과 9일 다시 300주와 400주를 매수했다. 현지씨는 2월9일과 28일 매수한 뒤 다음달 7, 8, 9일 주식을 각각 400주, 300주, 200주 매입했다. 이들이 매입한 규모가 적어 주가를 상승 반전으로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치고 빠지고’ 오너 일가 주식매매
 책임경영 차원? 뛰어난 예지력?

오히려 희연씨의 매도가 시장서 일종의 하락 시그널로 읽히는 모양새였다. 주가는 14일 매각 이후 더 이상 상승 곡선을 그리지 못하다가 3월7일 1만7800원까지 주가가 빠졌다. 이후에도 주가는 한동안 횡보를 거듭하다가 4월5일 1만7850원, 같은 달 6일 1만7400원 하락하면서 바닥권을 형성해 현재까지 1만7000원대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호준군과 현지씨는 이 시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호준군은 3월19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200~400주를 8차례에 걸쳐 매입했다. 총 매입한 규모는 2400주 규모. 현지씨는 4월2일부터 19일까지 200∼300주씩 여섯 차례에 걸쳐 매입해 총 1500주를 사들였다. 

규모는 많지 않지만 사실상 최저점서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이들은 어린 나이에 주식부자의 지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1997년생인 현지씨의 경우에는 성인이 되기 전인 2014년 당시 지분가치 46억4000만원으로 미성년 주식부자 19위에 오른 바 있으며, 2000년 생인 호준군은 당시 34억4000만원으로 24위를 기록했다.

출렁이는 주가 원흉?
주가 안정 구원투수?

이번 지분 매입으로 현지씨의 지분 가치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47억6761만원을 기록했다. 호준군의 지분 가치는 50억2021만원 수준이다.


현재 주가가 하락세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지분 가치는 향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들의 주가 매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이유는 없다. 오히려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이 회사 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읽힐 수 있다. 

다만 결과적으로 승계 후보자라고 판단되는 호준군과 현지씨가 지분을 늘림으로써 주가 하락을 틈타 승계작업을 한 단계 더 진행했다. 이들의 지분율은 각각 1.74%, 1.65%로 소폭 늘면서 승계에 한발 더 다가갔다.
 

다만 이들의 지분이 현재 다른 주요 주주들보다 적어 향후 꾸준히 지분 매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20.86%로 최대주주인 이 대표를 제외하고서라도 이 대표의 어머니인 한공자씨(2.58%), 부인 오수민씨(3.38%), 친인척인 이소연씨(5.10%), 이지연씨(5.51%) 등이 있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기에 지분을 매입하면서 승계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오를 때 팔고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영무역 오너 일가의 지분 변동이 최근 극심한 주가 흐름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승계 구도를 염두해 둔 지분 거래로 읽히는 가운데 대체적으로 상승기엔 팔고 하락기엔 사들이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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