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손학규의 노림수

2018.04.30 10:22:45 호수 1164호

선거철만 되면 뿅하고 나타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손학규 전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안철수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미래캠프’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이 나온다. 손 전 고문은 지난달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개헌 대토론회’서 기자들과 만나 “(바미당)유승민 공동대표와 (바미당)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모두 만나봤다”며 “어떤 역할을 맡기보다는 제가 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는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손 전 고문은 안 후보와 함께 첫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안 후보는 미래캠프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가장 앞장서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이끌어줄 분으로 손 전 고문을 모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 후보는 손 전 고문을 ‘전설의 경기지사’로 일컬으며 “일생을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열정과 함께 해온 손학규 선대위원장님과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복귀 신호탄?

지난달 23일, 본지가 미래캠프에 문의한 결과 손 전 고문의 선대위원장 영입은 아직 공식화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캠프 관계자는 “안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말씀드린 바와 같이 손 전 고문께 부탁드린 것”이라며 “현재 당 대표께서 공식적으로 요청 드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대 격전지인 서울을 두고, 당 차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손 전 고문께서도 곧 수락해주실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성 손 전 고문이 바미당의 안 후보 측과 접촉한 것에 대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평이 나온다. 손 전 고문이 당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추진하던 당 대 당 통합에 힘을 실어준 적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12월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앞두고 내홍을 겪고 있었다.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안 대표는 합당의 명분으로 전당원투표를 진행했다. 본인의 당 대표직도 내걸었다. 

투표결과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성이 압도적 과반을 차지했고, 안 대표 역시 재신임을 받게 됐다. 반면에 호남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반대파 의원들은 반발했다. 반대파 의원들은 저조한 투표율을 내세우며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손 전 고문은 투표 결과가 발표된 이후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인터뷰를 통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찬성의사를 내비췄다. 

당시 그는 “통합해서 제3세력의 중심을 잡으면 호남도 박수칠 거라는 걸 호남 중진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의 어깨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도 풀이됐다. 당시 손 전 고문은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는 평이 다분했다. 

찬성파와 반대파를 골고루 접촉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손 전 대표는 중립서 벗어나 통합 찬성 쪽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반대파 측은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후 손 전 고문은 공개적으로 바미당을 지지했다. 그는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성명을 올려 “제3당이 튼튼해져 중도적, 개혁적, 통합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바미당은 중도개혁정당으로 성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발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손 전 고문은 바미당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본격적인 정치적 행보에 예열을 가하고 있다는 평이 있었다.

미래캠프 둥지삼아 날갯짓 시작?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손잡나

재작년 10월 손 전 고문은 강진서의 토굴생활을 마무리 짓고 정계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2014년 7·30재·보궐선거서 패배한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지 약 2년 만의 일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었던 그는 민주당을 탈당했다. 

손 전 고문은 “19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다”며 “이제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손 전 고문이 개헌을 통해 새로운 축을 구성할 것으로 비춰졌다. 당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손 전 고문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은 중도주의자를 표방하며 정치결사체인 ‘국민주권개혁회의’를 출범시켰다. 주권회의 의장은 손 전 고문이 직접 맡았다. 이후 국민주권개혁회의는 국민의당과 통합했다. 

그는 “국민주권개혁회의와 국민의당이 새로운 개혁 세력의 중심”이라며 “제7공화국을 함께 열어갈 개헌세력”이라고 밝혔다. 

손 전 고문 역시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그는 “제 입당은 더 많은 개혁 세력이 국민의당과 함께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손 전 고문은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대선 경선을 치렀다. 

손 전 고문은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취약한 당내 기반이라는 걸림돌을 넘어서려 했지만 결국 극복하지 못했다. 본선 진출에 실패한 그는 결과에 승복했다.

손 전 고문이 미래캠프 선대위원장을 시작으로 성공적인 정계 복귀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작금의 상황은 강진 토굴 생활 이후와 다소 큰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환경 속에서 정치지형이 유동적인 때였다. 

전보다 수월하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고, 대중들이 정치에 대해 높은 관심을 표했던 만큼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슈와 함께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터닝 포인트

반면에 오늘날의 경우는 오히려 이슈를 비켜가야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지난주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은 화제의 중심에서 굳게 자리하고 있다. 내달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방선거 레이스도 마찬가지다. 

손 전 고문은 중량감 있는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한계를 스스로 혁파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다소 빈약한 지지기반과 올드보이 피로감은 장애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손 전 고문이 미래캠프 선대위원장 직책을 시작으로 정치적 변곡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수필가 손학규


손학규 전 고문은 작년 2월 문학잡지 <수필문학>에 ‘이 달 수필가’로 등단했다. 손 전 고문의 수필 '다산의 강진과 나의 강진'은 <수필문학> 1·2월 호에 실렸다. 등단추천심사위원들은 심사평에서 “논리적 주장이나 교시적 설파를 떠나 친구와 대화하는 자유로운 글밭이 정감을 느끼게 한다”고 소개했다. 당시 손 전 고문은 “강진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라며 “강진살이 두 해, 매일 다산에게 묻고 대답하면서 내가 해왔던 정치를 되돌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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