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권구도 박근혜-정몽준 양자대결 시나리오

2011.08.23 10:37:43 호수 0호

다급한 친이계 “박근혜 대항마로 MJ가 ‘딱’이오”

내년 차기대선을 16개월여 앞두고 한나라당의 잠룡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잠룡들은 1강(박근혜) 3중(정몽준, 김문수, 이재오)체제로 재편됐다. 박근혜 전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시종일관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대세론을 굳히자 친이계가 박 전 대표 대항마 모색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러던 중 정몽준 전 대표가 사재 2000억원을 포함해 범현대일가를 아우르는 총 500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며 단숨에 인지도를 상승시키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항마를 찾고 있던 친이계에 존재감을 인식시키는 한편,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촉매제로 작용해 벌써부터 조기 대권 레이스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MJ, 5천억원 규모 사회복지재단 아산나눔재단 설립
“대권 행보와 전혀 무관하다” 밝혔지만 정치권 촉각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사재를 출연해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 정치권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 ‘공생발전’을 국정기조로 제시한 직후 사재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선도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모양새가 갖춰져 온갖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정 전 대표의 차기 대선출마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 이런 ‘통 큰 기부’는 ‘대선출마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MJ, 바닥 치는 인지도
‘통 큰 기부’로 돌파구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 전 대표가 사재를 출연하기로 한 사실을 참모진의 보고가 있기 전 먼저 언급하며 “굉장히 잘한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이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공생발전’ 기조 천명에 정 전 대표가 사재출연으로 화답한 데 따른 것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 전 대표가 사재출연에 대해 사전에 의견을 조율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기존의 ‘MB노믹스’에서 탈피한 공생발전 전략에 대해 제한적으로나마 청와대 정무라인에서 당 지도부와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 전 대표도 대통령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 듣고 사재출연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생발전론이 집권 말 국정기조를 변경하는 워낙 중요한 내용이어서 당·청간 어느 정도 사전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정 전 대표는 이번 기부가 정치적 행보와는 거리가 멀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만을 의식해서 한다면 나 자신에게 불명예고 내가 처량하다”고 말하며 그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이 최근 “곧 큰 것을 터뜨릴 것”이라고 말해온 것과 또 다른 측근 의원이 “다음 달 정도면 대선 행보가 본격화하는 시점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해 이번 기부가 정치적 목적을 전혀 배제할 수 만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 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그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주요 현안마다 빠짐없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지만 지지율은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이는 차기 대권을 앞두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정 전 대표에게는 크나큰 약점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정 전 대표는 국민들에게 잊혀져 가는 미약한 존재감을 일으켜 세워 주요 주자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돌파구가 절실했다. 그 돌파구가 바로 사재출연이라는 통 큰 기부인 셈이다. 이번 기부가 높은 관심사가 되고 있는 만큼 정치적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이계 새로운 3자연대설
대권 레이스 조기 점화

그러나 한편으로 상당한 정치·사회적 파장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부자가 국내 굴지의 재벌이자 대선주자 중 한 명이란 점이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켜 기부얘기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논제가 됐을 정도로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정 전 대표가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 청년실업 등은 전 세계적 문제로 모두 참여하고 고민하자는 것”이라고 밝힌 점은 그가 대선 출마를 앞두고 있다는 상황논리를 감안하더라도 높이 평가할만 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당내 잠룡들이 일시에 꿈틀대고 있다. 2013년 청와대 입성 키를 쥐기 위해 때 이른 대선레이스 전망이 제기 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의 대선레이스 조기점화는 친이계 주자들의 결속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특임장관 등 그 동안 다소 느슨했던 연대를 강화하는 한편, 박 전 대표와의 차별화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대항마 모색에 절치부심하던 친이계로서는 뜻밖의 수확이기도 하다.

‘정몽준·김문수·이재오’ 새로운 3자 연대설
‘내 갈 길 간다’ 개의치 않는 박근혜 ‘마이웨이’

실제로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이후 침체의 늪에 빠졌던 친이계는 이번 정 전 대표의 기부로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친이계 의원은 지난 16일 “정 전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불출마 선언과 대통령의 8·15경축사 직후 적절한 시점에 사재출연이라는 흥행카드를 잘 던진 것 같다”면서 “정 전 대표가 다시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면서 잠재적 대선주자인 김 지사와 이 장관 등의 행보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오 시장의 지지율이 다른 친이계 후보들에게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 전 대표가 사재출연을 계기로 지지율이 올라간다면 친이계 대선후보가 의미있는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까지 “고맙고 훌륭한 일”이라 밝히며 ‘정몽준 띄우기’에 가세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박근혜 대항마’가 필요하다는 여권 핵심부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문수-오세훈-정몽준’ 3각 연대로 박근혜 대항마로 나설 예정이었던 친이계는 최근 오 시장의 대권 불출마로 연대가 파기되자 이 특임장관이 당으로 복귀하면 ‘정몽준-김문수-이재오’로의 3각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 전 대표와 이 장관은 독도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 현안을 적극 거론하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친이계의 사실상 와해를 가져온 7ㆍ4 전당대회 이후 ‘낮은 자세’를 취해온 이 장관은 독도수호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동해’의 ‘한국해’ 단독 표기를 연일 주장하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이 장관이 당에 복귀해 친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경우 대선 판세에서 중요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함께 무상급식 문제에 있어 오 시장과 다른 선택을 한 김 지사는 ‘정중동’ 모드로 24일에 있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지켜보고, 이후 대권을 겨냥한 움직임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이어 독도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어업협정 개정 공론화에 나서는 정 전 대표는 내달 6일 자전적 에세이 출판기념회를 갖고 본격 대선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이번 기부를 통해 정 전 대표가 ‘재벌 2세’ 이미지를 넘어 ‘존경받는 사회지도층’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됐다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 다만 재산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만으로 2002년 전성기 시절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은 힘들다는 시각이 많다. 당시 민심을 끌어들였던 중도·엘리트 이미지가 거의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지도를 더욱더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외교와 남북관계에서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친이계의 결집에도
개의치 않는 박근혜

친이계의 연대설 속에 박 전 대표는 최근 대중행보보다는 복지와 정책에 무게를 싣고 있다. 또한 오 시장의 불출마와 정 전 대표의 기부에 대해 특별히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야권에서 ‘문재인 대망론’이 부상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시점에서 오히려 한나라당 경선 흥행을 위해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친박계 한 의원은 “싱거운 경선이 될까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런 이슈는 오히려 반길 만하다”며 “치열한 경선으로 대선후보로서 자질을 검증 받는 것이 박 전 대표와 당 양쪽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친이계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에도 굳건히 자신의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 15일엔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 자신이 내건 ‘생애맞춤형 복지’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 9·10월호에 한반도 문제를 주제로 글을 기고했다. 박 전 대표의 외교안보분야 자문 전문가 그룹 등에 따르면 기고한 글에는 북핵 등 남북문제뿐 아니라 한·미동맹 등 한반도 주변 외교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그룹의 한 관계자는 “2년 전 박 전 대표의 미 스탠포드대학 강연내용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9년 5월 미 샌프란시스코의 스탠포드대학을 방문, “완전한 북핵 폐기야말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제조건이고 세계 평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면한 유일한 대선주자로 이 점도 남북관계 문제에서 큰 장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내달 8일엔 친박 의원이 주축인 국회 연구단체 ‘선진사회연구포럼’에서 박 전 대표의 핵심 집권구상인 복지국가론을 토론한다. ‘대한민국, 복지국가로의 소프트랜딩’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토론회에선 복지와 재정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방안과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논의한다. 박 전 대표가 직접 참석한다는 전언이다.

지난달 31일 박 전 대표는 폭우로 산사태 피해가 난 서울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을 조용히 다녀와 민생현안에 무관심하다는 지적도 수그러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 대해서 민생파탄으로 고통받는 서민들과의 접촉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의 불출마와 정 전 대표의 기부로 여권의 대선레이스 판도가 바뀌고 있다.

압도적인 1위 후보 박 전 대표를 다수의 군소후보들이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던 한나라당 대선구도가 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새로운 3자연대 형성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에 선 잠룡들. 그 치열한 레이스에서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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