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쇼크’ 혼돈의 차기 대권 풍향계

2018.03.12 09:40:02 호수 1157호

1등 빠진 춘추전국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안희정 쇼크가 터졌다. 국민은 아연실색했다. 평소 대중에게 알려진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민낯이 국민들을 더욱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더불어 그가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운 인사였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받은 충격도 상당하다. 미투 운동의 본질과는 별개로 차기 대권주자의 이탈은 그동안의 대권 풍향계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충남도 정무비서인 김지은씨는 지난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에 대한 안 전 지사의 성폭력을 털어놨다. 약 8개월에 걸쳐 4차례 자신을 성폭행하고 수시로 성추행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다 잊어라”

김씨는 방송서 “지사가 지난해 7월 러시아 출장과 지난해 9월 스위스 출장 등 수행 일정 이후 성폭행이 있었다”며 “늘 그런 일이 있고 나서 텔레그램에 ‘미안하다. 내가 부족했다. 잊어라. 다 잊어라.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의 아름다운 풍경만 기억해라’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동안 사실을 알리지 못한 이유에 대해 “얘기하면 잘릴 것 같았다”고 언급했다. 안 전 지사가 직접 채용했고, 생사여탈권까지 쥔 상황서 김씨가 고발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명확했다.

안 전 지사는 새벽 자신의 SNS를 통해 “모두 다 내 잘못이다. 정말 죄송하다”며 제기된 의혹을 사실상 시인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메가톤급 파문에 아수라장이 됐다. 추미애 대표는 의혹이 제기된 늦은 시각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한 뒤 직접 결과 브리핑을 열어 안 전 지사에 대한 출당·제명 조치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7일 당은 윤리심판원을 열어 안 전 지사에 대한 출당·제명 건을 통과시켰다. 백혜련 대변인은 “안 전 지사에게 소명 기회를 줬지만 소명하지 않겠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윤리심판원 전원 일치로 제명 결정했다”고 결과를 알렸다.

민주당 젠더폭력대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은 “참담함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형법, 성폭력방지특별법에 의한 엄중 처벌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전 지사에 대한 의혹으로 주목받는 민주당 인사가 있다. 바로 또 다른 민주당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다. 

앞서 지난 19대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경선서 문재인 후보와 안희정 후보, 이재명 후보는 나란히 1, 2, 3등을 기록한 바 있다(안희정 21.5%, 이재명 21.2%).

이 전 시장의 이름은 안 전 지사 사태 이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특별한 일정 소화도 없었던 상황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 6일 성남시장으로서 직원조회에 참석했을 뿐이다. 조회 당시 안 전 지사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그런데도 국민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이 전 시장에게 쏠렸던 이유는 그가 안 전 지사의 경쟁자였기 때문으로 읽힌다.
 

안 전 지사의 퇴장으로 차기 경쟁 구도는 큰 변화를 맡고 있다. 이 전 시장뿐 아니라 당초 거론되지 않았던 인사들이 차기 대권주자로 거명되고 있다. 대선 경선서 중도에 하차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입지가 높아지고 있는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등에 대한 주목도가 이전보다 높아지는 추세다.

당 밖에서는 문 대통령과 함께 본선을 치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안철수 전 의원이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 대표의 경우 이번 사태를 반격의 카드로 삼는 모습이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서 열린 전국여성대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난 홍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믿기지도 않고 민망하다”며 “미투 운동이 나와 최교일 의원을 겨냥하는 운동처럼 느꼈는데 그게 전부 자기들(진보 진영)에게 갔다”고 전했다.


성폭행 의혹…일단 레이스 탈락
홍풍? 안풍? 웃고 있는 잠룡은?

앞서 최 의원은 법무부 검찰국장 시절 안태근 전 검사장이 자행한 성추행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홍 대표는 류여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성희롱 의혹을 받고 있다. 류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6월 열린 전당대회서 홍 대표가 자신의 손을 주물럭거리며 성추행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더 나아가 홍 대표는 안 전 지사 사태를 내심 정권 차원의 문제로까지 연결 짓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일 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홍 대표는 미투 운동을 화제로 꺼내며 “임종석 비서실장은 미투에도 이렇게 무사하네”라고 말을 건넸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는 “안희정(성폭행 의혹 사건)을 임종석이 기획했다는 말이 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자신의 말이 화제가 되자 “농담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고, 현장에 배석했던 한국당 장제원 대변인도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는 안철수 바미당 전 의원에게 반전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까. 바미당은 안 전 지사 사태로 민주당이 침체에 빠진 틈을 타 안 전 의원에게 ‘조기 등판’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찬열 의원은 최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위원 연석회의서 “하루빨리 당 지도부가 안 전 의원이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는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승민 공동대표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떤 타이틀이든 당을 위해서 복귀한다면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사이익

당내에서는 안 전 의원이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리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안 전 의원은 3박4일 간의 네덜란드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서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당에서 (출마를) 요청하면 직접 만나 뵙고 여러 가지 자세한 말씀을 나누도록 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만약 안 전 의원이 서울시장을 차지한다면 2022년으로 예정된 제20대 대선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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