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건설사 수난시대

2018.03.09 10:13:38 호수 1157호

털어도 털어도 털리는 ‘아사리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건설사 수난시대다. 사정당국의 압박에 업계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오너리스크부터 시작해 실적 부진까지 겹쳐 더욱 불안한 상황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까. 위기의 건설업계를 조명했다.
 



건설사는 비자금 창구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 때문에 새정부가 출범하면 건설사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 및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다. 출범과 함께 건설사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에 들어갔다. 물론 현재 진행형이다.

검, 경, 공, 국
압박 수위 높여

검찰,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사정당국은 각자의 방식으로 강력하게 건설사를 압박하고 있다. 때론 공조하고 때론 단독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영은 사정당국의 압박이 가장 강한 건설사로 분류된다. 기업형 범죄를 저질러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실을 준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이 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이 회장 비위에 연루된 전·현직 부영 그룹 임원 9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부영주택, 동광주택 등 계열사 2개 법인도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비자금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이 회장으로부터 5억원을 갈취한 전 부영 경리직원 박모씨도 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7일부터 구치소에 수감돼있다. 주요 혐의사실이 상당 부분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 법원의 구속영장 사유다.

사정당국 거센 전방위 압박…업계 어수선
“검은돈 찾아라” 비자금 털고 사용처 추적

또 지난 2014년 횡령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당시 재판부와 약속한 1450억원 규모의 부영 주식을 반환하지 않고 가족에게 그룹 자금으로 부당 혜택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이 같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회사에 끼친 손해 규모를 4300억원으로 추산했다.

부영은 지난달 19일엔 국토교통부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기도 했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부실시공으로 문제가 된 경기도 화성 동탄2 아파트 외에 지방서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서도 철근 시공 누락 등 문제가 드러나 벌점과 영업정지 3개월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포스코건설은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칼날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지난 6일 오전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으로 조사관을 보내 회계자료 확보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조사에 투입된 인원은 50여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포스코건설이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소유 논란이 있는 ‘도곡동 땅’을 1995년에 매입한 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다만 국세청과 포스코건설은 “통상적인 정기 세무조사”라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013년에 2008∼2011년도 회계연도에 대한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고 이번에 2012∼2016년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조사기간도 5월26일까지 110일간으로 명시돼있다”고 말했다.

타깃은 총수
위기감 고조

대보건설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어른거리면서 사정 당국의 칼날 위에 섰다. MBN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명박정부의 청와대 인사가 대보건설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은 최근 검찰 조사서 최등규 대보건설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윗선에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이 지난 2010년 무렵 대보건설의 관급 공사 수주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보건설 측은 “돈을 건넨 사실이 있는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0억원대 횡령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이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관계자를 추가로 소환해 최 회장이 제공한 자금이 어디로 흘렀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대림그룹도 사정기관의 압박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대림그룹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및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도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C&S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감독당국의 사정 압박이 정점에 달했다는 말이 나온다. 

대림그룹은 대림산업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며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 대림산업 지분은 대림코퍼레이션이 21.67%를 쥐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지분 52.35%를 가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강도 높은 검증을 받게 될 기업은 오너 및 친족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는 켐텍(90%), 에이플러스디(100%) 등이다. 

켐텍은 2010년 설립됐으며 주요 사업은 자재구매다. 

설립초기 이 부회장의 동생 이해창 부사장이 60%, 부친 이준용 명예회장이 30%, 대림코퍼레이션이 10%의 지분을 가져갔다. 이후 이 명예회장이 지분 30%를 이 부사장의 딸 이주영씨에게 넘겼다. 켐텍은 이 부사장 일가가 9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 셈이다.

총수 비리부터
회사 부패까지

이 부사장이 켐텍 증자에 참여하면서 현재 지분율은 이해창(68.37%) 이주영(23.72%) 대림코퍼레이션(7.91%) 등으로 집계된다.

켐텍은 대림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높이고 있는 추세다. 2013년 2억5000만원 규모의 일감은 2016년 기준 345억원까지 확대됐다. 전체 매출액(1414억원)의 24.4%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거래금액과 비중 모두 일감 몰아주기 감독 대상에 포함돼 이번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동산관리 업체인 에이플러스디의 경우 4세 승계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었다. 
 

그러나 대림산업의 쇄신안 발표에 따라 내부거래가 감소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4세 승계작업이 멈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개된 쇄신안에 따르면 대림그룹은 에이플러스디의 주주인 이 부회장(55%)과 그의 아들 이동훈씨(45%)가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에이플러스디는 자산 72억원, 매출 44억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이 부회장 부자의 개인회사라는 점에서 향후 승계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던 곳이었다.

승계작업의 핵심 역할을 했던 대림코퍼레이션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지주사 역할을 하는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회장이 단독 지배하다 대림에이치엔앨(물류), 대림아이엔에스(정보통신)과 잇따라 합병했다. 

합병을 통해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을 52.3%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내부거래 물량이 많은 점도 사정당국의 꼼꼼히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부진 겹쳐 
불안한 상황

경찰도 대형 건설사를 상대로 수사력을 모으고 있으며 실제로 문재인정부 들어 대형 건설사들의 재건축 비리를 수사하고 있다. 최근엔 대우건설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는 지난 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법 위반 혐의로 대우건설 본사와 강남지사 등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구체적 범죄사실과 수사내용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대우건설이 재개발 업체 선정 과정서 금품을 뿌린 혐의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4구 재건축 비리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지수대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 10여곳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며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관련 사건을 맡은 서초경찰서도 롯데건설 등 압수수색을 나서는 등 수사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서초서는 지난해 10월10일 잠원동 한신4지구의 조합원이 용역업체 관계자인 홍보(OS)요원으로부터 금품 등을 받았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시작했다.

정권 바뀔 때마다
“만만한 게 우리냐”

서초서는 수사 과정서 롯데건설이 관련돼있다고 보고 롯데건설 건설본부와 본사에 대해 각각 지난해 10월과 1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OS요원이 소속된 용역회사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지난해 10월 압수수색을 벌였다. 

용역 회사 소속인 OS요원들은 건설사를 대신해 현금과 현물공세로 조합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OS요원과 건설사 간 관계를 증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서초서 관계자는 “용역회사 관련자들은 조사를 마무리하는 단계”라며 “롯데건설 관계자는 아직 소환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SK건설은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경기 평택 주한미군 기지(캠프 험프리스) 공사 입찰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SK건설 전무 이모 씨(57) 등 6명을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이용일)는 지난 8일, 주한미군 기지 기반공사 수주 대가로 미 육군 공병단 극동지구 계약관이었던 미국인 N씨(58)와 공군 예비역 중령 이모씨(51)에게 31억원을 제공한 혐의(국제상거래에 있어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등으로 SK건설 전무 이씨를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새 정부 
통과의례?

재계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있는 건설사가 정권이 바뀌면서 사정기관의 타깃이 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일이 많다”며 “문재인정부서도 적폐 청산을 목표로 건설사에 집중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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