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0000000000원’ 한국콜마 베팅의 비밀

2018.02.28 09:38:48 호수 1155호

‘승자의 저주’ 두렵지 아니한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국콜마가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초대형 매물을 사들였다. 기존 사업영역과 동반상승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 다만 자금 확보 여부가 변수다.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법 새어나온다.  
 



글로벌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기업이자 국내 CMO(의약품위탁생산) 1위 기업인 한국콜마가 CJ그룹 제약사인 CJ헬스케어의 새 주인이 됐다. 지난 20일, CJ헬스케어 지분 100%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콜마는 이튿날 바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약 1조3100억원이다.

업계 지각변동

CJ헬스케어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 한국콜마는 매출 7000억원대 제약사로 도약하게 된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8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제약사업 매출은 2000억원대 수준이다. 같은 기간 CJ헬스케어의 매출액은 5300억대로 추산된다. 단순 합산 매출액 1조3500억원은 유한양행(1조4622억원)에 이은 제약업계 2위 규모다. 

CJ그룹은 엔터테인먼트와 식품·바이오를 비롯한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CJ제일제당의 자회사인 CJ헬스케어의 매각을 추진해왔다. CJ제일제당은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해 제약 사업을 시작했으며 2014년 CJ헬스케어로 분리했다.

CJ헬스케어를 손에 넣은 한국콜마는 기존 CMO사업에 CJ헬스케어의 전문의약품과 건강미용 사업을 결합하기 위함이라고 인수 이유를 들었다. 여기에 CJ헬스케어의 의약품·기능성음료 개발·생산·판매 역량이 결합되면 빠른 시일에 제약 부문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한국콜마의 CMO사업에 CJ헬스케어의 전문의약품과 뷰티&헬스사업이 융합되면 명실공히 종합 제약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를 두고 대체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제약업계가 일제히 미래 먹거리로 설정한 화장품 사업이 한국콜마의 주력인 까닭이다. 
 

최근 제약업계는 의약품 제조 노하우를 활용한 코스메슈티컬(의약품+화장품)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화장품 사업은 한국콜마의 경쟁력이 가장 돋보이는 영역이다. 한국콜마는 ODM 화장품 사업서 코스맥스와 업계 1~2위를 다툰다.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의료진들에게 직접 영업 가능한 조직도 갖추게 됐다. 이는 한국콜마가 제약사의 면모를 완벽히 갖추게 됐음을 뜻한다. 또한 '컨디션' '헛개수' 등으로 잘 알려진 CJ헬스케어의 인지도를 통해 한국콜마의 브랜드 가치 확장도 기대해봄직하다. 

초대형 매물 CJ헬스케어 집어삼켜
시너지 효과 기대…일각선 우려도

커진 덩치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자금조달이다. 말 그대로 기대 반 걱정 반인 상태다.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 인수를 위해 1조31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 금액 가운데 500억원(인수금액 대비 4%)만 계약금 형식으로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일 CJ그룹 측에 넘겨졌을 뿐이다. 제약업계는 3월 중 실사와 1차 대금 납부가 이뤄진 뒤 상반기 내에 잔금 결제를 통해 인수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얼마나 빠른 시일 안에 최대한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콜마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59억원인데 반해 차입금은 1005억원으로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 역시 현금 사정이 빠듯하다. 한국콜마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은 719억원, 장단기 차입금은 1879억원이다.

그나마 우군의 뒷받침이 있다는 건 다행이다.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 인수에 참여하면서 사모투자운용사(H&Q코리아와 미래에셋자산운용PE,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맺었다. 구체적인 분담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무적투자자인 3개 사모투자운용사가 에쿼티 금액(지분 또는 기업재산에 대한 자본주 또는 기업주의 권리나 청구권) 절반을 나머지 절반은 한국콜마가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콜마의 부담액수는 3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해당 금액은 인수금융(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등과 함께 주선사로 이번 인수에 참여한 바 있다. 

다만 이에 따른 비용은 만만치 않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화장품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중금리마저 본격적인 상승세에 접어든 만큼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콜마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40억원에 그치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SK증권 서영화 연구원은 “한국콜마는 일정 기간 사모펀드에 확정이자를 지급, 매년 혹은 일정 기간 이후 사모펀드의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며 “한국콜마를 레벨업 시켜주는 요인은 분명하지만 현재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한 재무적 부담 요인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인수 가격의 적정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복제약을 위주로 하는 CJ헬스케어의 포트포리오 특성상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게 부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수 합병에 쏟아부어야 하는 현금을 감안하면 인수 직후부터 연구·개발(R&D)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진다고 보장하기도 힘들다. 

빌린 돈으로…

한국콜마 관계자는 “인수를 통해 화장품, 제약, 건강식품 세 영역을 균형 있게 갖추게 됐고 이 같은 플랫폼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요소”라며 “잔금 처리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며 비용 부족을 우려하는 일부의 의견은 단순 기우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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