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도종환도 장관하는 나라2

2018.01.29 10:30:58 호수 1151호

금번에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측과 협의한 내용을 살피면 문득 지난해 6월 필자가 <일요시사> 지면에 ‘도종환도 장관하는 나라’로 게재했던 글이 떠오른다. 당시 필자는 그의 평양 방문기와 그에 대한 변명에 대해 조목조목 질타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그보다 더 모순된 일이 발생했다. 물론 평창올림픽과 관련, 북측과 협의한 내용 때문에 그러하다. 하여 기왕에 제목을 사용해 글을 게재하도록 하겠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발표 내용을 살피면 도 장관은 북측과 크게 세 가지 항목에 합의한 모양이다. 개폐회식 행사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며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경우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하고 국가 대신 ‘아리랑’을 사용한다고 말이다.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대목과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단일팀 구성은 평화를 염두에 둔 고육지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리랑을 국가로 사용하겠다는 대목이다.

도 장관은 아리랑이 우리 민족이 입에 달고 다닐 정도로 애창하는 노래라 그렇게 결정했는지 모르겠으나 필자에게 아리랑은 여자의 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을 연상시킨다.

아리랑은 단순히 이 민족의 한을 대변하는 노래가 아니라 자신을 헌신짝 버리듯 하고 떠나가는 사람을 위한 무서운 복수, 즉 저주가 담겨있다는 말이다. 왜 그런지 아리랑 가사를 정밀 분석해보자.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위 가사에는 노래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네 단어가 등장한다. ‘아리랑’ ‘아라리’ ‘버리다’ 그리고 ‘발병’이다. 먼저 ‘아리랑’에 대해서다. 

가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살피면 아리랑은 한자로 我離娘으로 그 의미는 ‘나는 임을 떠나간다’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아리랑은 ‘임과 이별하는 고개’의 이름을 지칭한다.

다음은 ‘아라리’에 대해서다. 아라리는 ‘넓은 들에 사람의 기척이 없는 지경’으로 인적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고 가사 전반부를 해석하면 ‘내가 사랑했던 임이 다른 사람들은 가지 않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는 의미다.

다음은 ‘버리고’에 대해서다. ‘버리다’는 말 그대로 ‘필요 없는 물건을 던져버린다’는 의미다. 즉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는 의미다. 자신은 사랑하는데 떠나는 임은 자신을 헌신짝 버리듯 했다는 말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발병’에 대해서다. 발병에 대해 다수의 사람들은 발에 생긴 병으로 받아들이는데 필자는 발병을 發病(발병), 즉 병이 생긴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옳다고 본다. 

그런 경우 ‘발병난다’가 아니라 ‘발병한다’로 봄이 타당하다(실제로 과거 기록에서 ‘발병난다’란 용례를 찾기 어렵다).

이를 감안하고 가사 전체를 살피면 ‘내가 사랑하는 임이 나를 내팽개치고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는데 멀리 가지 못해 병이 생기길 바란다’는, 비약하면 병이 생겨 죽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 해석이 자의적일 수 있다. 그러나 ‘아리랑’이 이별과 그에 대한 원한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노래를 국가로 사용하겠다니 필자의 시선에 장관, 그것도 글쟁이 출신으로 보일 리 만무하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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