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新풍속도 ‘사진정치’ 실태 열보기

2011.08.04 09:20:00 호수 0호

사진 한 장으로 ‘죽거나’ 혹은 ‘살거나’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최근 정치권에 새로운 ‘유행’이 퍼지고 있다. 유력 정치인들이 과거 사진을 공개하고 자서전 발간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와는 다른 과거 사진을 보임으로써 인생역정을 보이기도 하는 반면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일반인들의 정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으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사진 정치’는 더욱더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사진 공개로 긍정적 이미지 극대화
일반인 정서적 호응 이끌어 내려는 의도

연예인만큼이나 사진에 집착하는 직군은 정치인이다. 사진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에게 큰절을 올리는 사진과 친서민 행보를 과시하며 시장에서 악수를 하고 어린이를 안고 웃으며 찍는 사진은 정치인들에게 필수코스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식상하기까지 할 정도다. 

자신들을 홍보하고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진이 애용되고 있지만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때도 있다.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은 총리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받을 당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집중 추궁을 당했다. 박 회장을 만난 시점에 대한 발언이 바뀌면서 거짓말 논란 등으로 여론이 나빠졌지만 그는 버텼다. 그런 와중에 박 전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은 그를 한방에 물러나게 했다.

이렇듯 사진은 정치인들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진사랑은 멈출 줄 모른다.

사진정치의 힘
‘이미지 극대화’

최근 유력 정치인들의 사이에서 ‘사진정치’가 부각되고 있다. 딱딱하고 정형화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 과거의 사진 한 장을 공개함으로써 일반인들에게 더욱더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 이러한 의도가 잘 반영된 듯 일반인들은 ‘참신하다’ ‘친숙한 이미지다’는 반응이 많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된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특전사 시절 사진이 사진정치의 대표적인 예다. 자신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 삽입된 이 사진에서 문 이사장은 베레모를 쓴 전투복 차림을 한 채 다부진 표정을 짓고 있다.

병역면제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기타 정치인들과의 차별화된 느낌과 함께 “역시 문재인은 다르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사진의 후광 덕분인지, 문 이사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며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사진이 공개된 후 문 이사장은 야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를 제치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순위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진정치의 효과를 톡특히 본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달 23일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려대 재학시절 사진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에서 홍 대표는 성북구 종암동 하숙집 쪽마루에 앉아 통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홍 대표는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洪-저의 어린시절’ 폴더에 통기타 사진 외에도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상의를 탈의한 채 근육을 뽐내고 있는 사진 등이 있다.

문 이사장과 홍 대표의 사진이 화제가 되자 지난해 10월 폭발적 관심을 끌었던 박근혜 전 대표의 비키니 수영복 사진에 다시 세간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홍보처가 발간한 ‘대한민국정부 기록사진집’에서 처음 공개된 이 사진은  박 전 대표의 중학교 2학년 시절 풋풋한 소녀의 모습이 그대로 묻어난다.

경상남도 거제시 저도에서 찍은 이 사진의 박 전 대표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의상이라는 점과 앳된 소녀의 모습으로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다. 당시 박 전 대표는 동료 의원들이 이 사진을 화제에 올리자 별말 없이 웃어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 사진이 다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자 친박계의 반응은 ‘나쁠 것 없다’는 투다. 수영복 사진의 경우, ‘얼음공주’나 ‘지나친 원칙주의자’ 등과 같이 대중들이 다가서기 어려워하는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과거사진 인기
인생역정의 순간

박 전 대표의 사진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 2009년 김연아 선수가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직후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봄이 오는 소리’라는 제목으로 “김연아 선수의 우승 소식이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듯이, 우리의 몸과 마음이 활짝 펴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갖길 바란다”며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 위에 서 있는 어린시절 사진을 공개했다. 방문자들은 “지금의 연아를 보는 듯합니다” “여전히 순수하시고 아름다우세요” 등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며 화제가 됐다.

또한 운동을 즐겨 하는 박 전 대표는 수준급 테니스와 탁구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같이 탁구 치실 분 일촌 맺어 달라”는 제목의 사진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며 인기를 모았으며, 환하게 웃으며 탁구를 즐기는 박 전 대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박 전 대표의 미니홈피에는 어린시절 키웠던 애견 ‘방울이’의 사진과 함께 박 전 대표의 20대 모습, 취미생활인 자수 작품도 볼 수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모교인 서강대가 일간지에 낸 지면광고에서 활짝 미소를 지은 모델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 광고는 서강대 자연과학부와 공학부가 신입생 모집을 위한 홍보용으로, 환하게 미소 지은 박 전 대표의 사진과 ‘서강대학교 이공계가 대한민국을 이끌겠습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었다.

이 같은 사진과 광고로 인해 박 전 대표는 기존의 차가운 이미지를 벗어나 친숙하고 따뜻한 면모를 구축하고, 서강대는 파생효과를 얻게 되었다는 평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06년 경기지사를 마친 뒤 떠났던 100일간의 민심대장정 사진집 <길위에서 민심을 만나다>를 통해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채 논밭이나 탄광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사진들을 공개했다.

최근 사진정치가 각광받자 손 대표 측근들은 기자들에게 당시의 사진을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손 대표 미니홈피를 통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총 225페이지에 달하는 민심대장정 폴더에는 학교, 농촌, 재래시장, 산업현장 등 민심 현장 곳곳에서 함께한 손 대표의 사진이 수록돼 있다.

효과 크지만
부작용도 우려돼

이처럼 사진정치는 이미 중요한 정치수단으로 자리 잡은 듯 보인다. 사진정치의 부각은 물론 효과 때문이다. 사진 한 장을 통해 드러나는 정치인들의 젊은 한때, 혹은 인생역정의 한 순간이 장문의 글보다 훨씬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에이스리서치센터 김봉현 연구원은 “하루에 수많은 정보를 접하는 현대인들에게 장문의 글보다 시각적 이미지의 파급력이 크다. 정치인들의 사진정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와는 다른 모습이 대중의 호감을 끌 수도 있다. 예컨대 근엄한 이미지를 가진 박 전 대표의 비키니 사진이나, 직설화법을 구사하는 홍 대표가 담배를 문 채 기타를 퉁기는 장면 등은 사람들에게 평소 모습과 다른 친근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더 확고하게 전달할 수도 있다. 바르고 강직한 이미지인 문 이사장과 민생현안을 강조하는 손 대표는 사진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더욱더 강하게 어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사진은 이미지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특정 정치인들의 정치적 요소와 합치되기 어렵다’는 평가와 함께 잘못하면 정치인들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고, 선거 등에서 유권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의 잠룡들과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차기 대선주자 1순위로 뽑힌 홍 대표의 사진정치가 상당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보임에 따라 다른 정치인과 잠룡들의 ‘따라잡기’도 유행처럼 번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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