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집필진 현주소

2018.01.08 11:12:31 호수 1148호

문정부와 어색한 동거…그 결말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지난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을 밝혔다. 검찰이 교육부로부터 넘겨받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 의견서 45만장 중 90%가 정당으로부터 제출됐다는 내용이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정권에 의한 무리한 정책이었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앞서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지난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추진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이 의견수렴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조작했다고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10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국정화 찬반 의견서를 넘겼다. 

지금 뭐하나?

이를 분류한 결과 전체의 약 90%인 39만9000장이 정당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자유한국당 11만9000장, 더불어민주당·정의당 28만장).

2015년 박근혜정권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역사학계뿐 아니라 학생, 학부모들 사이서 큰 저항이 일어났다. 국가가 획일적 역사관을 주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국정화의 목적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회복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스스로가 자초한 ‘불통’과 ‘독선’도 논란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국민의 반발이 컸지만 박근혜정권은 국정화를 밀어붙였다. 당시 교육부는 집필진 명단이나 교과서 내용의 뼈대가 되는 ‘집필기준’ 등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철통 보안’을 펼쳤다. 

“집필진에게 안정된 환경을 제공한다”는 명분은 의혹만 증폭시켰다. 학계와 국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자 군부정권서나 봤을법한 보안을 무기로 내세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학계와 국정화 반대하는 측이 ‘집필진 공개 수배’에 나섰지만 실체를 밝히는 데 실패했다.

2016년 11월 베일이 벗겨졌다. 당시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과 함께 집필진 명단도 공개했다. 집필진은 모두 31명. 

대학교수뿐 아니라 현장 교사 7명이 포함된 수였다. 시대별로 ▲선사·고대 5명 ▲고려 5명 ▲조선 4명 ▲근대 4명 ▲근·현대 1명 ▲현대 6명 ▲세계사 6명으로 구성했다.

국정교과서에서 가장 우려를 낳은 부분은 바로 현대사였다. 이념적 관점에 따라 평가가 현저히 달라지며 현재까지도 대립이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가 내세웠던 국정화 명분도 “기존 검정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을 고치고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현대사 집필진은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록해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공개된 현대사 집필진 명단은 이념적 평향성 논란을 더욱 가열시켰다. 진보성향 교수로는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유일했다. 나머지 5명의 집필진이 보수 성향으로 채워진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현대사 집필진 중에 현대사 전공자는 없었고, 4명이 뉴라이트 계열인 ‘한국현대사학회’나 ‘교과서포럼’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 외 인물들 역시 교학사 교과서 찬성자거나 ‘5.16 군사혁명’을 주장한 사람들로,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집필진으로 가득찼다”고 비판했다.

현대사 6명 중 5명 ‘보수’
국사편찬위서 왕성한 활동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지금, 과연 현대사 집필진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보수 성향 법학자인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문재인정부의 개헌 논의에 반대하는 활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16일 서울대서 열린 제14회 ‘SNU트루스포럼’서 강사로 나와 개헌 논의 중 인권위원회 헌법기관 격상 부분이 동성애·동성혼 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진보성향의 인권위가 헌법기관이 되면 감시와 견제 장치가 마땅치 않고 삼권분립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를 제외한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 등 5명은 현직으로 복귀해 교편을 잡고 있다.

이 중 유 교수는 국사편찬위원회(이하 편찬위)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앞서 2016년 10월경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차 대국민 사과를 한 다음날 자신의 SNS에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자”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유 교수뿐 아니라 편찬위원 중 과반수(14명 중 7명)가 국정화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이다. 최성락 목포대 교수(고대), 이재범 전 경기대 교수(고려), 손승철 강원대 명예교수(조선), 한상도 건국대 교수(근대), 정경희 영산대 교수(세계사) 등 5명은 유 교수처럼 국정 교과서 집필진이었다.

이기동 동국대 석좌교수는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편찬심의위원은 편찬기준과 편수용어를 심의하고 집필진이 쓴 교과서 원고를 심의해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역할이다. 편찬위 상임위원인 진재관 편사부장은 국정교과서 집필·편찬 실무책임자였다.

편찬위원의 임기는 3년이며 연임할 수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편찬위원장이 추천해 교육부장관이 위촉하는 구조다. 위 편찬위원 대부분은 2019년 3월 임기가 끝나며, 그중 이재범·한상도·유호열·정경희 교수는 한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학계도 적폐

역사학계 관계자는 “국정화에 참석한 교수들에 대해 ‘양심을 저버린 학자’라는 평가가 학계에 있다”며 “이들이 아직도 현직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 지적할 만한 사안이다. 역사학계도 청산해야 할 적폐가 산더미”라고 평가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화이트리스트’ 조사는?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교육부 내 ‘화이트리스트’ 존재 여부와 국정교과서 고액 집필료 논란을 조사한다. 최승복 진상조사위 팀장은 “화이트리스트 의혹에 대한 조사는 발표를 준비 중이고 집필료 문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근혜정부 당시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지지하거나 집필에 참여한 학자들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해 학술연구비 등을 배타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진 31명에게 총 7억6918만원을 연구비로 지급하는 등 ‘국정교과서 고액 집필료’의혹도 있다. 이는 기존 검정교과서 집필진과 비교해 최소 8배 이상이다. 

모습을 드러낸 국정교과서에 수많은 오류가 발견돼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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