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구석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대망론

2018.01.08 10:19:25 호수 1148호

시민단체 업고 청와대 접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도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민선 최초’의 3선 도전이다. 당선될 경우 3번 연임한 최초의 서울시장이란 타이틀을 얻게 된다. 지난 2016년 12월22일 역대 민선 서울시장 중 최장수 기록을 거머쥔 바 있다. 그렇게 박 시장은 차근차근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일요시사>는 박 시장의 3선 도전기를 살펴봤다.
 



2018년 신년사를 통해 박 시장은 3선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자리서 그는 “강산이 변하는 데도 10년이 걸린다. 내 삶을 바꾸는 데도 10년이 걸린다”며 “박원순은 6년 먼저 준비했다. 10년 혁명은 내 삶을 바꾸는 대전환이며 내 삶을 바꾼 첫번째 도시 서울의 완성”이라고 밝혔다. 

출마 초읽기
3선 정조준

박 시장이 서울의 수장이 된지도 6년 차. 3선을 통해 ‘10년 혁명’을 달성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동안 출마 의사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피해왔던 모습과 정반대였다. 그는 자신의 3선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6년간 두루 노력했지만 1000만 시민의 삶을 바꾸는 데는 충분치 않았다”며 “서울의 내일은 지난 6년의 연결이고 확장이어야 한다. 서울의 내일은 지난 6년의 축적이고 진화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정의 연속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3선 필요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 시장은 공식 출마선언을 미룬 상태다. 임기가 아직 6개월이나 남은 데다 이른 출마 선언은 자칫 선거판 과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판 과열은 ‘네거티브’를 수반해 후보들 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후보들의 정치적 타격은 물론 지지자들의 이탈이라는 위험이 따라온다. 만약 민주당 후보들 간 공방으로 서울시장직을 야당에 빼앗길 경우 정계은퇴급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

박 시장의 우려처럼 현재 서울시장 선거판은 과열 양상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특히 여당 내 경쟁이 치열하다. 민병두, 박영선, 우상호, 전현희 의원 등이 출마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최근 사면·복권된 정봉주 전 의원과 20대 총선 공천서 탈락한 정청래 전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만 7명의 후보가 경선을 치르는 그림이 그려진다. ‘본선보다 힘든 예선’이 자명해 보인다.

경선 중간 중도 사퇴나 단일화로 후보군이 압축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들의 행보를 보면 완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영선 의원은 최근 YTN 라디오와 인터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박 시장과 박영선, ㅂㅇㅅ이 똑같다. 고향도 똑같다”라며 “‘여성 ㅂㅇㅅ이냐, 남성 ㅂㅇㅅ이냐’ 정도의 코멘트가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당내 경선 구도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압도적 1위
시민의 힘?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민병두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우리당(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절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많지 않냐”며 “(서울시장)출마하는 분들 중 누가 가장 문 대통령의 정치적 보완재가 될 수 있나, 파트너가 될 수 있나하는 고민이 굉장히 큰 지점일 것이다. 앞으로 정치적 메시지는 그 부분에 맞춰갈 것”이라고 속내를 전했다.


후보가 난립함에도 박 시장은 각종 지표서 강세를 보이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연말에 치러진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박 시장은 소속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물론 야권의 모든 후보와의 대결구도서 더블스코어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국민일보>가 신년 특집으로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해 12월27∼28일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82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시장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가 37.6%로 집계됐다. 

뒤를 이어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11.5%, 민주당 박영선 의원 11.1%,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10.4%, 홍정욱 헤럴드 회장(불출마 선언) 4.8%, 민주당 우상호 의원 2.3%,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1.3%, 민주당 민병두 의원 0.2% 순으로 나타났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서도 박 시장은 2위와 2배 이상 차이 나는 지지율을 기록, 1위를 달리고 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출마 공식화 “10년 혁명 이룰 것”
여론조사 압도적 1위, 불안요소는?

박 시장이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현역 프리미엄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시장에 당선된 후 6년 동안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당내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특히 무상급식 파동으로 시끄러웠던 서울시를 이어받아 그간 잡음 없이 시정을 운영해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가 서울시민 834명을 상대로 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의 직무평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63%에 달했다. 부정적인 평가는 23.7%였다.


시정을 원활히 운영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시민사회단체의 힘이 꼽힌다. 박 시장은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를 이끈 ‘시민단체인’ 출신이다. 

그가 보궐선거서 당선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초등학교 5·6학년에 대한 무상급식 지원’ 결재였다. 지난 2010년 무상급식을 둘러싼 갈등의 큰 줄기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대 시민단체였음을 감안했을 때 박 시장이 친시민단체 행보를 시작했다고 해석할만한 대목이었다.

박 시장의 또 다른 경쟁력은 바로 친서민적 성향이다. 그는 취임 이후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실현, 2013년 철도노조 파업철회, 공공데이터 개방 등의 정책을 펼쳤다. 서울형 공공어린이집, 서울로 7017(서울역 고가 공원화), MICE복합단지조성, 구직자 청년수당 지급 등을 추진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서울시서 추진하는 R&D 중심도시, 바이오메디컬 등도 눈여겨볼 사업이다. 이들 사업이 문재인정부의 노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00대 국정과제’ 중 34번째 과제로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 발굴·육성’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와 협업을 통한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당선 낙관론?
방심하긴 일러

정치권은 박 시장의 이 같은 행보를 3선을 위한 교두보로 해석한다. 현재 문 대통령은 지지율 70% 안팎을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이는 친문 지지자들의 표심이 어느 쪽을 향하느냐에 따라 지방선거의 판세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서울시장도 예외일 수 없다.

서울시장 선거서 친문 표심이 흩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후보들 중 핵심 친문(친 문재인) 인사가 없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지난 대선 예비경선 과정서 비문(비 문재인) 노선을 걸으며 친문 진영과 각을 세우다 중도 사퇴한 바 있다. 

박영선 의원은 대선 막판 통합정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 전까지 당내 대표적 비문 인사로 분류됐다. 그 외 민주당 후보들도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당시 후보를 도운 이력이 있지만, 핵심 친문과는 거리가 멀다.

이로 인해 친문 내부적으로 서울시장 후보들에 대한 선택이 나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박 시장은 문재인정부와 여러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협력관계를 구축, 친문 지지자들에게 적극 어필하는 전략을 사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문정부 출범 직후 서울시 출신 인사 다수가 청와대로 진출했다는 점도 박 시장의 3선 도전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마냥 장밋빛 미래가 점쳐지는 건 아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시민들의 ‘피로감’이 박 시장의 3선 도전을 가로막는 암초라고 보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분명 압도적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6년간 봐온 인물에 대한 싫증 내지 익숙함이 투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연말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후보군 중 ‘지지하는 후보가 없음’을 선택한 부동층이 10∼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장 장기 집권이 박 시장을 ‘올드’한 이미지로 만든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늘 새로움을 갈구하는 여론의 생리상 박 시장이 본선무대에 오르더라도 새로운 인물을 내세운 야당 후보와 1대1 구도를 형성할 경우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 정치권 안팎에서 들려온다.

안철수의 ‘보은론’ 본선 암초 예고
‘소’→‘대’통령 2022년 정조준

이러한 불안 요소는 민주당 내부서 제기되고 있다. “세 번째 도전은 안정이 아닌 안주로 읽힌다”거나 “지방선거 붐을 위해선 역동성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다. 한때 ‘박원순 경남도지사 재배치론’이 불거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민병두 의원은 YTN 라디오와 인터뷰서 “박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에 나가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당내에 있다”며 박 시장에게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박 시장 측은 소속 의원들을 두루 만나 당내 여론을 다독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선에서는 ‘안철수’라는 암초가 존재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은 꾸준히 높게 점쳐진다. 만약 안 대표가 출마한다면 지난 2011년 보궐선거 때 안 대표 양보로 무산된 ‘안철수-박원순’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안 대표가 ‘양보론’을 꺼내들 경우 박 시장이 명분서 불리하다. 지난 2011년 안 대표는 지지율 5%에 불과한 박 시장과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후보 단일화에 합의,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안 대표의 지지율이 50% 이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양보였다. 

만약 안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서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면 양보론에 의한 ‘보은론’ 프레임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 시장은 해당 부분에 대해 CBS 라디오에 출연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오면 박 시장이 이번에는 양보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공직, 그것도 1000만 서울 시민들의 삶을 책임진 서울시장에 대해서 그런 사사로운 것으로 판단할 수야 없지 않겠냐”고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박 시장이 3선에 성공한다면 단숨에 가장 유력한 여당 대권주자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장의 임기는 4년(2018년 7월~2022년 6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해와 일치한다.

당선만 되면…
대권이 보인다

비록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선일이 2022년 3월로 당겨져 임기 도중 사퇴를 해야 대선에 출마할 수 있지만, 대선일과 사퇴일 사이의 기간이 짧아 “대권 욕심에 시정을 버렸다”는 비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최근 박 시장이 힘줘 추진하는 서울시 프로젝트 ‘태양의 도시’도 2022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의 시계는 일찌감치 2022년으로 맞춰진 모습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원순-강남구 악연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후 햇수로 7년째 강남구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다. 박 시장은 지난 4일부터 자치구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일정을 수행했다. 시장의 참석은 해당 자치구의 초청에 의해 이뤄진다.

그러나 박 시장은 이번에도 강남구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는 박 시장 취임 후 신년인사회는 물론 현장시장실·현장방문 등에 그를 단 한 번도 초청하지 않았다.

이는 박 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 사이의 해묵은 악연 때문이란 해석이 중론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1년부터 구룡마을 개발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서울시가 구룡마을을 일부 환지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강남구는 100% 공영개발방식으로 맞섰다. 해당 건이 해결되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이후 신 구청장은 ‘박원순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후에도 ‘세텍부지 시민청 건립’ ‘댓글부대 논란’ 등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확전됐다. <목>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