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김정태 흔드는 세력

2017.12.15 14:25:18 호수 1144호

청와대 복심? 고려대 라인?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조직을 흔들려는 세력이 있어 안타깝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유임 여부가 결정되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발언이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그룹이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회장이 말하는 ‘흔들고 있는 세력’의 실체는 무엇일까?
 



2013년부터 하나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정태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에서는 그의 연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임에 성공하면 김 회장은 3번째 회장직에 오르게 된다.

3개월 남기고…

그동안 업계 분위기는 그의 연임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김 회장을 대체할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지부진했던 하나은행과 KEB외환은행 합병 과정서 해결사로 나서 KEB하나은행을 탄생시킨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룹 실적도 견고하다. 올 3분기까지 누적순이익이 1조5410억원으로 지난 2013년 같은 기간의 9239억원에 비해 70%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은 김 회장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은행권 금융지주회사는 특정 대주주가 없어 해당 최고경영자(CEO)가 본인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이라며 “시중의 우려처럼 유력한 경쟁자를 다 인사 조치해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연임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중대한 책무 유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하나금융그룹은 국민연금공단이 가지고 있는 9.27%의 지분을 제외하면 소액주주가 지분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어 이사회의 영향력이 높다. 또 지난 2015년 재임에 성공했을 당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김 회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됐고 이 가운데 4명이 김 회장 연임에 찬성했다. 

이 같은 상황서 최 위원장의 발언은 김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해석이다.

최근 김 회장을 둘러싸고 부정적인 뒷말이 도는 것도 부정적이었다. 

항간에 돌고 있는 내용은 ▲하나금융의 사외이사가 대표로 있는 회사상품 수억원어치 구매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의 총포괄손익이 부진으로 적자에 시달리는 등 부진한 해외 진출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특혜대출 등 세 가지다. 

잇단 뒷말에 김 회장의 연임 분위기가 급반전 하는 모습이었다.

김 회장은 반발했다. 

김 회장은 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승계가 투명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방향성은 맞다”며 “하나금융도 당국이 정한대로 경영승계 절차를 맞추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음해성 세력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4일 열린 하나금융그룹 출범 12주년 계열사 임직원 토크콘서트를 마치고 몇몇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들어보니 전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등의 세력들이 (거짓된 정보를 흘려)흔들기를 하고 있다는데 조직 차원에서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 같은 내용이)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소 말수가 적은 김 회장으로선 상당히 이례적인 ‘작심발언’이었다.


김 회장의 입에서 작심발언이 쏟아지자 금융권에서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을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각종 루머 막후에 김의 사람들?
‘살아있네∼’ 끝나지 않은 암투

김 전 회장은 2005년 하나금융그룹 출범 이후 2012년까지 하나금융을 이끈 뒤 물러났다가 올해 한국투자금융지주 고문으로 복귀했다.

하나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실제 김 회장을 흔드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며 “문제가 안 되는 내용이 지속적으로 회자되는 것을 두고 그룹 내 김 전 회장의 라인을 밀어주려는 의도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김 전 회장 라인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

하나금융그룹 측은 김 회장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사외이사 회사의 제품 구매 의혹과 관련해서는 구입 비용이 수백만원에 불과한 데다 홍보용으로 무상 기증받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는 KEB하나은행 해외법인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법인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아이카이스트 대출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금융권에서는 김 전 회장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최 위원장 등 세 명의 관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고려대학교 출신들이 하나금융 그룹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 위원장의 발언도 이 같은 배경서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라인에 장 실장이 포함된 것을 두고 청와대의 복심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 전 회장은 이 같은 분석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날을 세웠다. 
 

그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서 “예전 신한사태 등을 다 봐왔는데 제가 왜 (CEO 인사에)끼어들겠느냐”며 “그럴 생각도 전혀 없고 그런 식으로 전임자를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다음달 안에는 회추위 첫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 회추위 사외이사는 김 회장을 포함해 박문규 에이제이 이사, 윤종남 청평 법률사무소 대표,  김인배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윤성복 전 삼정회계법인 부회장, 양원근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송기진 대륙아주 법무법인 비상임고문 등 일곱 명이다.

이대로 회추위가 구성될 경우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김 회장이 회추위서 빠지더라도 지난번 김 회장 재임 회추위서 윤종남 대표와 송기진 고문, 김인배 교수, 박문규 이사 등은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힘겨루기 여전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이 지금까지 들려오는 뒷말을 무시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 사실처럼 왜곡돼 더 이상 참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임기가 3개월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험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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