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집안에서 손가락질 받는 사연

2011.07.26 11:25:00 호수 0호

차별화로 ‘정권 재창출?’, 잘못하면 ‘정권 재교체!’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한나라당의 ‘청와대 때리기’가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에 잇단 반기를 들며 당·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공공연하게 ‘레임덕’을 언급하면서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1년 반이나 남은 점을 감안하면 때 이른 변화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역대 정권처럼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거세게 나올 수 있다는 섣부른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집권 후반기 대통령 노골적 공격하는 과거 관행 답습
홍준표 “MB, 딴 건 잘하나 정치는 잘 못해” 직격탄

노태우 정권부터 여당 대표가 집권 후반기 들어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차기 대선을 위해 당·청 차별화가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당권을 잡자마자 청와대와 차별성을 강조하는 듯 연일 정권을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당·청 일체’를 강조하며 “정부와 청와대와 당이 충돌하면 공멸한다”고 강조했던 홍 대표이기에 스스로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최근들어 최고위원과 중도 쇄신파들까지 청와대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홍반장의 MB 비난
청, ‘살살 좀 하지...’


홍 대표는 지난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 포럼’ 강연에서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하고 있다”, “인사를 잘못해 국민들이 실망하고 마음이 떠나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자기 혼자만 잘나고 똑똑하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고 같이 가야 하는데 ‘나 혼자 가야 하니까 따라와라’ 해서는 국가를 이끌기 어렵다”며 “(이 대통령이) 회사 경영하듯 국가를 경영해 지난 3년 반 동안 여의도 정치를 멀리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밤 12시에 주무시고 새벽 4시에 일어나는데, 이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정치를 잘못하기 때문”이라고 힐난했다.

발언의 수위를 놓고 본다면 여당 대표가 한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위험천만(?)한 발언이다. 평소 당·청 일체를 강조해왔던 홍 대표였기에 급격한 입장 돌변을 둘러싸고 당 안팎의 파문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왜 갑자기 그런 발언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적인 의견과 “홍 대표의 지적이 맞다”는 반응이 뒤섞여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즉각적인 반론을 펼치지 않는 것은 여당 지도부와 각을 세우기보다는 당·청간의 협력모드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특히 8월 임시국회에서 여당의 협조를 통해 주요 국정과제 관련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도 맞대응이 부담스러운 이유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홍 대표의 비판과 관련해 “강연을 직접 듣지 않아서 어떤 의도로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을 비난하기보다는 본인이 생각했던 아쉬움들을 말씀하신 것으로 본다”며 “대통령이 정치를 못한다거나 인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보는 사람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홍 대표의 비판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이유는 홍 대표 취임 이후 공을 들여온 당·청 간 협력관계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청와대는 그동안 홍 대표가 요구한 ‘당·정·청 9인 회동’ 폐지, 국정현안조정회의 신설, 주요 인사 발표 전 사전 통보 등을 모두 수용했고 실천했다. 주요 국정과제의 마무리와 임기 말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여당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내의 부정적인 기류 속에서도 임명을 강행한 ‘권재진 법무부장관·한상대 검찰총장 카드’가 홍 대표의 지원으로 반발이 수그러들자 일종의 고마움의 표시라는 견해도 있다.


당·청관계 주도권
잡기 위한 포석?


홍 대표의 이 같은 비판에 당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응은 대체로 두 갈래로 엇갈린다.

우선 ‘한나라포럼’에서 공개적으로 직격탄을 날린 것은 집권 후반기 당·청관계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홍 대표는 이날 당 ‘선도론’을 언급하며 “과거에는 청와대가 인선 해서 통보하면 당이 감싸주는 거수기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의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역대 집권여당이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지지도가 낮아지는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상대적인 차별화를 꾀했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홍 대표 체제’를 조기 안착시키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당직 개편 등을 둘러싸고 지도부간 불협화음이 극도로 표출됐다는 점에서 당·청 간 긴장감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당내 장악력을 제고하겠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대표의 이날 발언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홍 대표 특유의 직설화법이 정제되지 않고 그대로 표현된 것일 뿐이며 실제로 홍 대표가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홍 대표는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 권재진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문제 제기와 관련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이 나온다.


MB 조기 탈당
압력 넣기 해석도


이 대통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홍 대표만이 아니다.

MB정권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이 지난 20일 “지금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은 노무현 정부 말기와 똑같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에서 완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소장은 “(대통령) 레임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민심을 거스르는 일들이 나오면 결국 재집권을 놓치는 것이고, 그것은 소탐대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듣기에 따라 청와대 측에 무리수를 두지 말라는 뜻의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당도 그렇고 대선 예비후보인 박근혜, 김문수 등도 ‘MB노믹스’와는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최고위원은 ‘행복한 경제’를 위해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고 전당대회 직전 “정권 재창출을 위해 (대통령과) 차별화를 해야 하고, 대통령은 참고 따라와야 한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온 나라가 썩었다’는 말을 했는데 남 말 하듯이 할 말은 아니다”고 밝혔고, 중도 쇄신파의 정태근 의원은 “당 개혁 핵심은 이명박 정부에 종속된 한나라당을 ‘국정운영의 중심이 되는 당당한 한나라당’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

이 같은 움직임에 이윤성 의원 등 중진들은 “시각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입조심을 당부하고 나섰지만, 친박계와 중도 쇄신파들의 분위기는 간단치 않다.

영남권의 한 친박계 의원은 “이미 친박 진영에서는 내년 선거를 위해 해야 할 것이 MB와의 단절뿐이란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쇄신파의 한 의원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권 권력구도가 당 중심으로 재편돼야 하며, 여의치 않을 경우 역대 정권처럼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여권의 차별화 전략은 반복돼왔다. 정국 장악력이 떨어진 대통령을 비판한 뒤 종국에는 탈당까지 유도해 현 정부와 단절된 새로운 이미지로 대선에 임하곤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92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탈당 이후 대선에서 승리했고, 그 자신도 역시 15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와 갈등을 겪다가 탈당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각각 대선 7개월과 9개월 전에 당적을 정리했다.


지나친 차별화는
국정파행 부를 수도


말로만 하는 차별화는 종종 당사자뿐 아니라 국민에게 불쾌함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차별화를 하되 대통령직에 대한 존경을 해하지 않고 말로만 하는 차별화가 아닌 정책적 차별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감정적으로 격앙되고 서로 원수지간이 되는 차별화는 여권의 차기 대권후보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 진영이 김영삼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YS 인형 화형식’을 가졌지만, 이는 YS의 방관을 불렀고 이인제 후보의 탈당과 독자출마로 이어져 대선 패배라는 쓴잔을 들었다.

대통령 짓밟기 시점도 너무 빠르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1년 반이나 남았다. 너무 빠른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국정운영의 파행을 부를 수 있을 뿐 아니라 결국 국민에게 손해가 돌아가게 된다. 게다가 차기 대권주자도 아닌 홍 대표의 발언은 격과 시점, 방식이 모두 정상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임기 말에 이를수록 국민적 식상감이 커지기 때문에 선거를 앞둔 여당에서는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여당이 청와대와의 공동운명체로서 힘을 모으지 않고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본질을 벗어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