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다운 평창 ‘악재 넷’

2017.12.12 09:30:45 호수 1144호

찬바람 씽씽 패딩만 불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62일 앞으로 다가왔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강원도와 정부는 막바지 준비로 분주하다. 참가국들은 15개 종목 102개의 금메달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말 그대로 세계인의 축제다. 문제는 코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평창올림픽을 덮친 악재들을 분석했다.
 



최근 ‘평창 롱패딩’ 열풍이 불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기념 굿즈인 롱패딩을 사기 위해 밤샘을 불사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평창 롱패딩은 입고되기가 무섭게 팔려 나갔다. 일반 브랜드 제품보다 가격은 낮으면서 그에 못지 않게 따뜻하다는 입소문에 중고거래 시장서도 단연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악재① 낮은 관심

가격은 원가보다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문제는 평창 롱패딩에 대한 관심이 올림픽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직후부터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해왔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에 발맞춰 국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캠페인 사이트 ‘헬로우 평창’을 열고 열기 지피기에 나섰다. 경품으로는 대통령과의 오찬, 문재인 시계 등이 올라왔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달 26일 트위터를 통해 올림픽 티켓 인증 이벤트에 참여했다는 인증샷을 남기고 국민들의 관심을 독려했다.
 


그러나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입장권 판매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전체 입장권 107만장 중 55만5000장이 판매돼 52%의 판매율을 기록했다. 

피겨 스케이팅이나 쇼트트랙처럼 메달 가능성이 있는 인기 종목은 개막전까지 목표 달성이 무난해 보인다. 문제는 봅슬레이나 크로스컨트리 등 비인기 종목이다. 패럴림픽 입장권 판매율 역시 5.5%로 한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올림픽 코앞인데 대형 이슈 펑펑
대통령 나서도 국민들 관심 없어

여기에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정선·강릉 주변 숙박시설의 이용료가 10배 넘게 치솟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업주들의 ‘한탕주의’는 경기장을 찾으려던 관람객들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숙박료가 천정부지로 높아지자 ‘아예 가지 않겠다’ ‘가더라도 당일치기로 가겠다’는 국내 관람객이 늘고 있는 것. 강원도와 숙박협회 등은 가격 하락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한 번 떨어진 계약률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악재② NHL 불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평창올림픽 불참이 결정되면서 흥행에 빨간 불이 켜졌다. 아이스하키는 올림픽 입장 수익의 40%를 책임질 만큼 인기가 높다. 

NHL은 1998년부터 2014년까지 올림픽 기간에는 정규시즌을 중단하고 선수들을 출전시켜 왔다. 그 사이 NHL 구단주들은 올림픽 출전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없다는 점에 불만을 드러냈다. 리그를 20일 가까이 중단해야 하고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있어 NHL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지난 4월 NHL은 평창올림픽 불참을 공식 선언했고 9월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 회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서 NHL과의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이로써 NHL의 평창올림픽 참가 가능성은 사라졌다. 

표면적으로는 리그 중단과 부상 위험이 부각됐지만 실질적으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갈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NHL이 톱 스폰서 수준의 대우를 요청했지만 IOC가 이를 거절하면서 평창올림픽이 영향을 받은 셈이다. 

파젤 회장은 NHL이 평창에는 참가하지 않지만 다음 올림픽인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복귀할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 시장의 투자 가치가 훨씬 크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평창에 오지 못하게 되면서 조직위는 입장권 판매는 물론 중계권 수익서 적잖은 손해를 보게 됐다.

악재③ 러시아 파문

IOC가 지난 6일 스위스 로잔서 집행위원회를 열어 국가 주도의 도핑 조작 스캔들로 스포츠맨십에 악영향을 끼친 러시아 선수들의 평창올림픽 출전을 금지했다. 개막을 62일 앞둔 평창올림픽으로선 대형 악재를 맞은 셈.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집행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서 “올림픽 정수를 향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며 러시아의 도핑 조작을 강하게 비판했다. IOC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올림픽 출전 금지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린 것은 1964∼1988년 흑백분리 정책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남아공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IOC는 엄격한 도핑 절차를 거쳐 통과한 선수에 한해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다만 러시아 국가명과 러시아 국기가 박힌 유니폼은 착용하지 못하고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소속으로 뛰어야 한다. 금메달을 따더라도 러시아 국가가 아닌 올림픽 찬가가 울려 퍼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린 확실히 어떤 형태의 보이콧도 선언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가를 원한다면 올림픽서 겨루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불참에 아이스하키 꽝
정부는 ‘AI’ 확산 막기 총력

평창 조직위는 “IOC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동계스포츠 강국인 러시아의 불참으로 평창올림픽이 ‘반쪽 올림픽’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평창올림픽 102개 경기 중 3분의 1가량인 32개 종목서 메달권 선수들을 보유했다.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세계 최강자로 꼽히는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를 비롯, 바이애슬론 남자 계주, 크로스컨트리 남자 스프린트 단체전 등 다수 종목서 금메달 유망주가 즐비하다. 이 때문에 러시아 선수들의 불참은 대회 권위와도 직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악재④ AI 주의보

강원도 인근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도 평창올림픽 악재로 지목된다. 강원도 방역당국은 AI의 확산으로 평창올림픽 안전과 흥행에 영향을 끼칠까 초긴장 상태다. 

환경부 산하 환경과학원은 지난달 16일 강원도 양양 남대천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 중간 검사 결과 H5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농림축산식품부에 통보했다. 양양 지역은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정선·강릉·평창과 40∼100㎞가량 떨어져 있다.
 

방역 당국은 검출지점 반경 10㎞ 지역을 ‘야생조수류 예찰 지역’으로 설정하고 해당 지역의 가금 또는 사육조류에 대한 이동통제 및 소독을 지시했다. 도내 AI 예찰 대상 철새도래지 5개소 중 강릉 경포호와 속초 청초호가 양양 남대천과 인접해 있다.

도 방역 당국 관계자는 “AI 최장 잠복기가 21일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초동 방역 성패에 따라 확산 여부가 결정된다”며 “도내서 AI나 구제역이 발생하면 평창올림픽에 차질이 우려되는 만큼 차단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5일 AI 방역 추진 상황을 점검하면서 “우려했던 것보다 비교적 초기에 잠잠해져 다행이지만 절대 이 단계서 자만하거나 안이해져선 안 된다”며 “최소한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날 때까지 이 체계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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