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이데올로기를 보다’ 임흥순

2017.12.12 08:24:59 호수 1144호

유령이 찢은 평범한 일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2014년부터 ‘MMCA 현대차 시리즈’를 통해 매년 1명씩 중진작가를 선정, 지원하고 있다. 임흥순 작가는 올해 MMCA 현대차 시리즈의 주인공. 임 작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분단 이데올로기에 주목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달 30일부터 ‘MMCA 현대차 시리즈 2017 : 임흥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_믿음, 신념, 사랑, 배신, 증오, 공포, 유령’전을 개최하고 있다. 임흥순 작가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희생되고 소외된 여성들의 삶을 믿음, 공포 등 7가지 상징 언어를 중심으로 복원한 신작 10여점을 선보인다.

여성의 삶

그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분단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무의식 중에 유령처럼 깊게 스며들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했는지에 주목했다. 임 작가는 그동안 한국 현대사 속에서 희생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다양한 미술형식과 영화로 담아왔다.

특히 한국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었음에도 오히려 소외됐던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은 2015 베니스 비엔날레서 은사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임 작가의 수상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들의 의미와 가치를 국제 미술계에 다시 되새겼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할머니 4명의 부서진 시간
상징언어를 중심으로 복원

이번 전시는 정정화·김동일·고계연·이정숙 할머니 등 4명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남긴 유품, 아카이브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임 작가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흩뿌려진 할머니 4명의 부서진 시간을 ‘믿음·공포·신념·배신·사랑·증오·유령’이라는 상징 언어를 중심으로 복원하고자 했다.

전시 부제목인 유령은 이데올로기이자 이들을 찾아다니며 바라보는 작가라는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됐다. 또 죽었으나 죽음을 인정받지 못하고 역사 서술의 진실과 거짓의 간극을 부유하는 수많은 민중을 의미한다. 

민중은 “도대체 우리를 갈라놓은 것들은 무엇이냐”고 관람객들에게 묻는다.
 

임 작가는 이번 전시서 미술관을 완전히 새로운 공간,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이계(異界)로 설정한다. 주 전시공간인 5전시실은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세계로 건너가기 위해 존재하는 일종의 경계이자 중간지대다. 수많은 죽음과 희생의 역사를 감내한 평범한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곳이기도 하다.

비엔날레 은사자상 <위로공단>
<려행> 이어 <환생> 제작 중

미술관은 일종의 다양성이 열리고 공존하는 장소다. 이야기가 풀어졌다가 만나서 교차하는 일종의 그릇처럼 작용하는 공간이다. 임 작가는 군사시설이었던 서울관의 역사적 맥락을 개인의 상처, 역사의 상실과 상흔을 보듬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장소로 확장시키고자 했다. 

그 결과 이번 전시 공간은 완성된 작품을 진열하는 곳이 아니라 이야기의 서술에 따라 제단, 영화 세트장, 소품실의 형태로 변주, 변화되는 공간, 설치 과정의 공개 등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전시를 통해 갈라진 우리 사회의 여러 시대를 넘나들며 개인과 역사를 재구성해 이름 없는 이들에게 다시 생명을 찾아주는 작업에 나선 셈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령으로 인해 고통 받았던 역사가 존재하는 세상 모든 곳이 다함께 공감할 수 있는 치유의 노래이기도 하다. 

임 작가는 거대한 이념에 기생하면서 분단을 지속시켰던 공포의 유령이 이를 통해 소멸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분단을 만든 공포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장편영화로의 완성을 목표로, 전시 개막 이후에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존의 미술관 전시와는 전혀 색다른 전시 방법론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을 찾을 때마다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변화하는 전시장과 작품, 현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임 작가가 제작하는 장편영화에 집약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영화 예고편 형식으로 만들어진 이번 전시의 홍보영상은 12월 한 달간 수도권 약 120여개 영화관서 상영된다. 그는 최근 탈북여성들과 함께 만든 <려행>에 이어 아시아·전쟁·여성을 키워드로 한 네 번째 장편영화 프로젝트 <환생>을 마무리 중이다.
 

<jsjang@ilyosisa.co.kr>

 

[임흥순은?]

1969년 서울 출생

▲학력

경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경원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

▲개인전


‘MMCA 현대차 시리즈 2017: 임흥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_믿음, 신념, 사랑, 배신, 증오, 공포, 유령’ 국립현대미술관, 서울(2017)
‘연출된 기억의 특이성’ 엔젤스 바로셀로나, 바로셀로나, 스페인(2015)
‘동아시아 비디오 프레임: 서울’ 포리아트뮤지움, 포리, 핀란드(2015)
‘환생’ MoMA PS1, 뉴욕, 미국(2015)
‘<비념>으로 가는 세개의 통로 가족, 이웃 그리고 역사(특별전)’ 문지문화원 사이, 서울(2013)‘비는 마음’ 스페이스 99, 서울(2011)

▲수상

제5회 노동문화상, 노동예술부문(2015)
제35회 영평상, 독립예술지원상(2015)
제4회 부일영화제, 유현목예술영화상(2015)
제3회 무주산골영화제, 무주관객상(2015)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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