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강남 좌파> 시각으로 바라본 잠룡들

2011.07.25 09:35:00 호수 0호

“모든 정치인은 강남 좌파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처음으로 ‘강남 좌파’라는 개념을 소개해 논란의 진원지가 됐다. 최근 그는 다시 차기 대선주자들에 대해 강남 좌파 개념을 적용해 분석한 책을 출판하며 강남 좌파를 도마 위에 올리고 있다. 과연 그는 잠룡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박근혜의 인기는 강남 좌파의 위선에 대한 반작용”
“손학규는 강남 우파에 대한 분당 좌파의 반작용 덕”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차기 대선주자들을 자신이 주장한 ‘강남 좌파’라는 개념을 도입해 분석한 책 <강남 좌파>(인물과 사상사)를 펴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강남 좌파란 생활수준은 강남사람 못잖으면서 생각은 좌파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이는 강 교수가 2006년 월간 <인물과 사상>을 통해 처음 내뱉은 뒤 정착된 용어다.

조국은 세련된 강남 좌파

이 책에서 강 교수는 ‘모든 정치인은 강남 좌파’라는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강남 좌파의 실체와 논란을 정리하고, 강남 좌파의 유형을 분류해 총체적으로 분석했다.

책 도입부에서 강 교수는 “어떤 이념을 가지고 있든 모든 정치인은 강남 좌파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엘리트 정치인이 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과 경제력, 사회적 지위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좌파는 결국 모두 강남 좌파이며, 우파 정치인이라고 해도 서민 대상의 포퓰리즘 정책을 선보이기 때문에 작든 크든 강남 좌파의 요소가 농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이 때문에 강남 좌파라는 말에서 방점이 찍히는 부분은 ‘좌파’가 아니라 ‘강남’이어야 하며, 이런 이유로 강남 좌파의 문제는 이념이 아니라 엘리트 문제로 비판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조국, 박근혜, 오세훈, 손학규, 유시민, 문재인 등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을 강남 좌파에 도입해 분석했다.

강 교수는 강남 좌파 논란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로 조국 서울대 교수를 꼽았다. 조 교수에 대해 “잘생긴 외모, 유능하고 세련된 느낌, 강남 좌파임을 인정한 ‘쿨한’ 자세 등이 강남 좌파의 긍정적 이미지를 극대화했다”며 “이는 ‘커밍아웃’한 강남 좌파층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또 조 교수가 지난해 11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의 대담집인 <진보 집권 플랜>을 출간한 데 대해서는 조국으로 대표되는 강남 좌파를 띄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각종 여론조사에 압도적인 지지율로 대권 레이스 1위를 달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서는 ‘그의 인기는 강남 좌파의 위선에 대한 반작용에 따른 결과’로 분석했다. ‘위선’이란 노무현 정권 시절 강남 좌파를 비난할 때 많이 등장했던 표현으로 박 전 대표의 이미지는 신뢰, 헌신, 애국심 등으로 대표되고, 이는 위선의 대척점에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강남 좌파에 대한 반작용 덕분에 박 전 대표가 중요한 사안에 침묵하고, 곤란한 질문에 똑같은 답을 되풀이하는 것조차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치생명까지 걸며 ‘무상급식 주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띄운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 강 교수는 “강남 좌파인 적이 전혀 없었던 자타 공인 강남 우파지만 그의 정치적 전략과 전술은 강남 좌파의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 시장은 강남 좌파적 언어를 전폭적으로 (뒤집어) 구사하면서 반(反)포퓰리즘 노선을 전투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밝혔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대해선 강남 우파 정권에 대한 분당 좌파의 반작용 덕에 가능했고, 최근 강남 좌파가 긍정적으로 부각되는 이유 역시 강남 우파 성향이 강한 현 정권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위선으로 대표되는 노무현 정권의 부정적 강남 좌파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노 정권에 매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남좌파는 9가지 유형

또 강 교수는 강남의 성격, 주체의 위상, 좌파의 실현 등 3가지 관점에서 강남 좌파를 9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우선 강남의 성격에 따라서는 ▲부자가 좌파 성향을 가지는 ‘경제적 강남 좌파’ ▲부유하지는 않지만 라이프스타일에서 강남 성향을 드러내는 ‘문화적 강남 좌파’ ▲최상급의 학벌로 엘리트 집단의 일원이 된 ‘연고적 강남 좌파’로 나눴다.

주체의 위상에 따라서는 ▲정치인 및 고위 공직자 등이 속하는 ‘공적 강남 좌파’ ▲언론인과 시민운동가, 대학교수 등이 속하는 ‘중간적 강남 좌파’ ▲일반 시민이 속하는 ‘사적 강남 좌파’로 분류했다.

마지막으로 좌파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좌파적 실현을 위해 헌신하는 ‘이타적 강남 좌파’ ▲자신의 ‘강남성’과 이념을 분리하는 ‘합리적 강남 좌파’ ▲사적 이익을 위해 좌파 성향을 이용하는 ‘기회주의적 강남 좌파’로 나눴다.

강 교수는 책에서 “강남 좌파에 대한 비판 대부분은 공적 강남 좌파가 기회주의적 좌파 노릇을 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강남 좌파란 강남과 비슷한 일정 수준의 생활양식을 보이고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통칭한다”며 “기존 학벌주의의 혜택을 누리고 그걸 바꿀 뜻이 없으면서 외치는 좌파의 비전, 그것이 바로 강남 좌파의 한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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