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트로이 목마’ 플랜

2017.11.20 10:32:35 호수 1141호

호랑이굴 들어가…국회 꼭대기까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김무성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돌아왔다. 김 전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 통합파 9명은 ‘보수대통합’이라는 기치를 걸고 지난 6일 탈당을 선언, 9일 한국당에 공식 재입당했다. 정치권은 김 전 대표의 한국당행이 과거 정치적 스승인 YS(김영삼)의 3당 합당을 벤치마킹한 것이라 분석한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1990년 YS(고 김영삼 전 대통령)가 3당 합당을 발표하며 한 말이다. 이로써 YS가 총재로 있던 통일민주당은 단숨에 여당의 지위를 얻었다. YS는 커진 체급을 바탕으로 조직을 총동원해 라이벌인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먼저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다. 정치적 승부수가 제대로 먹힌 셈이다.

무대 생각은?

“문재인 좌파 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한 보수대통합의 대열에 참여하게 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 

김 전 대표가 지난 9일 여의도 당사서 열린 재입당 국회의원 간담회 자리서 밝힌 복당의 변이다. 정치권은 김 전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장은 친박(친 박근혜)계의 반발로 운신의 폭이 좁겠지만,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당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 전 대표의 재입당은 홍준표 대표의 작품이다. 홍 대표는 투 트랙으로 친박 청산과 바른정당 통합파의 재입당을 추진해왔다. 비록 친박청산은 제동이 걸린 상태지만 재입당을 성사시킴으로써 비박계 체급 올리기에 성공했다. 


재입당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 홍 대표와 김 전 대표가 힘을 합치는 그림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적어도 친박 청산이 이뤄지기 전까지 두 사람의 밀월이 이어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전까지는 독자적으로 운신하기 어려운 김 전 대표가 친박계의 반발을 의식해 홍 대표에게 적극 협조할 것이란 예상이다.

친박계는 김 전 대표를 비롯한 9명의 복당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 전 대표 등이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한 지난 6일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김 전 대표는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 및 정계 은퇴 선언을 하고 입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입당 간담회가 열린 지난 9일 김태흠 최고위원은 “홍 대표는 총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하고 대통령 탄핵에 앞장을 섰던, 당에 큰 해를 끼친 김 전 대표를 조건 없이 입당시키려 하고 있다”며 “홍 대표가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김 전 대표도 예외가 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날 김 최고위원은 재입당 간담회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진태 의원은 “우리당(한국당)이 망하기를 바라며 뛰쳐나갔다가 안 망하니까 다시 슬며시 기어 들어오는 것”이라며 “이 배신자들(복당파 9명)은 곧 또 배신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다음달로 예정된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 청산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계와 비박(비 박근혜)계는 홍문종·김성태를 단일 후보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계파 대결로 구도가 좁혀지고 있는 양상이다.

손잡고 내친김에 의장까지?
아찔한 밀월…주객전도 우려도

김성태 의원은 대표적인 친무(친 김무성)계 인사다. 홍 대표가 원내대표 경선서 김성태 의원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박 청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두 사람(홍 대표, 김 전 대표)이 손잡을 공산이 크다.

 만약 김성태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승리, 홍 대표와 함께 친박 청산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면 김 전 대표의 활동 폭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 자명하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전 대표 본인이 의지만 있다면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자리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관건은 두 사람의 밀월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당 일각에선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전후로 두 사람의 밀월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약 홍 대표가 주도한 지방선거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경우 김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주길 원하는 비박계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걸어온 정치적 길이 다르다는 점도 두 사람의 밀월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예상되는 이유 중 하나다. 

홍 대표와 김 전 대표는 지난 15대 국회 때 함께 정치에 입문한 동기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친분을 쌓아온 사이가 아니다. 오히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서 홍 대표는 친이(친 이명박)계, 김 전 대표는 친박계로 활동했다.

당장 지방선거 전 원외당협위원장(이하 원외위원장) 문제를 두 사람이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당내에선 재입당 의원들이 한국당 당협위원장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달 말 당무 감사 종료 후 당협위원장에 대한 물갈이가 진행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본격화될 조짐이다.

갈등 지점은 재입당 의원들의 지역구다. 해당 지역에는 당 원외위원장들이 이미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바른정당 9명이 한국당에 재입당하면서 교통정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재입당 의원들의 지역구에는 안성민(부산 중구·영도구), 김두겸(울산 울주군), 김성기(경기 포천·가평), 오경훈(서울 양천구을), 김진(서울 강남구갑), 양재성(서울 강북구갑), 우신구(경기 김포시을), 한기호(강원 강원 홍천군·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 등 8명의 원외위원장들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호영 의원이 현역인 대구 수성구을 당협위원장은 현재 공석이다.

홍 대표는 그동안 공식석상서 “당협위원장은 현역의원이 중심이 되는 게 정치적 관행”이라며 재입당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즉, 기존 한국당에 있던 원외위원장보다 바른정당에서 건너온 현역의원들이 지역을 맡는 쪽으로 발언을 해온 것이다. 


복당이 현실화된 만큼 홍 대표는 그간 자신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곳곳에 암초

원외위원장들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격’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을 갈고닦아온 노고는 차치하더라도 한국당을 친박 세력으로 규정하며 탈당했던 의원들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백기투항한 셈인데, 그 사람들에게 당협위원장 자리까지 넘겨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당 혁신위원회가 인적 혁신을 위해 당협위원장 총사퇴 방안을 꺼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당 일각서 제기되면서 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큰 것으로 전해진다. 과연 당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갈등선을 김 전 대표와 홍 대표가 어떻게 봉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승민의 ‘철수 사랑’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완전히 선을 긋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적극 구애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유 대표는 여야 지도부를 예방하는 과정에서 홍 대표에게 두 차례나 퇴짜를 맞았다.

반면 안 대표와의 만남에서는 서로의 입장을 확인, 연대·통합 가능성을 열었다. 유 대표는 안 대표와의 자리에서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일치해 협력할 부분이 굉장히 넓다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이에 안 대표는 “함께 새로운 개혁의 파트너로서 할 수 있는 여러 일에 대해 깊은 논의와 협력을 시작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목>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