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모를 것이다

2017.11.17 16:01:22 호수 1141호

정태규 저 / 마음서재 / 1만4000원

눈 깜박임만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정태규 작가가 ‘안구 마우스’라는 장치를 이용해 한 자 한 자 눈으로 써내려간 감동적인 생의 기록 <당신은 모를 것이다>. 소설가이자 전직 국어 교사인 저자는 현재 루게릭병으로 7년째 투병 중이다. 평소와 다름없던 2011년의 어느 가을 아침, 출근 준비를 하던 중 그는 처음으로 이상 증세를 느꼈다. 손가락에 힘이 없어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지 못한 거다. 그 후로 점점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고, 가벼운 물건조차 들지 못했다. 
몸에서 근육이 사라지고 전신이 마비되어 결국 호흡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것이 ‘루게릭병’. 처음에는 가혹한 운명의 신을 저주하며 혼돈과 방황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곧 새로운 삶의 질서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전신이 마비돼 호흡기로 숨을 쉬지만,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삶이어서 그는 오히려 자유롭다고 말한다. 그토록 가까운 죽음의 곁에서 그는 건강한 육신으로 살아갈 땐 결코 알지 못했던 생의 기쁨과 희망에 대해 역설적으로 증언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이 사실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체험적 고백으로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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