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무허가 주차대행 고발

2017.11.14 09:07:20 호수 1140호

주차난 해결사? 조폭이 따로 없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무허가로 공항에서 주차대행업을 해오던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손님들을 뺏고 장애인 주차구역까지 멋대로 점거해 쓰며 공항 주변을 그야말로 무법지대로 만들었다. 
 



지난 5월25일 대낮 김포공항 입구서 승강이가 벌어졌다. 고발 조치하겠다는 한국공항공사 직원 1명을 둘러싸고 무단 주차대행업체 직원 5명이 비아냥거렸다. 이들은 공항 2층 출발장으로 진입하는 이용객의 승용차를 선점하기 위해 입구 근처 장애인주차구역을 영업장소로 활용하는 중이었다. 

출국장 점령

김포공항에 이들이 나타나 막무가내식 ‘조폭 영업’을 시작한 건 올해 1월부터였다. 실제로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다. 7곳으로 우후죽순 늘어난 불법 업체 중엔 아예 조폭을 직원으로 채용한 곳도 2곳 있었다.   

이들은 고용하거나 동원한 조폭을 통해 한국공항공사와 정식으로 계약한 기존 업체들을 쫓아냈다. 영업 중인 정식 업체 직원들을 차량으로 위협하거나 욕설을 하는 식이었다. 공개 입찰을 통해 계약을 따낸 업체들은 결국 불법 업체들에 영업 자리를 빼앗겼다. 

이들은 정식 업체 직원들이 일하는 주변을 차를 탄 채 서성이거나 고의로 차를 접근시켜 바닥에 고여있던 물을 튀기는 등의 위협 행위도 일삼았다. 


업체들은 김포공항 인근에 대형 주차공간을 마련한 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정식등록 주차대행 서비스’란 문구로 허위 광고를 했다. 기존 업체들보다 2000∼3000원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 고객을 대거 끌어들였다. 

그러나 이렇게 모인 고객들 차량을 마음대로 운행해 과속·불법주차·교통사고 등 추가 피해를 발생시켰다. 또 주차장 공간이 모자라면, 농로에 고객 차량을 방치하기도 했다. 정식 업체인 줄 알고 맡겼던 애꿎은 공항 이용객들이 고스란히 손해를 입었다. 

정식업체 직원들 차로 위협하고 욕설까지
차량 파손하고 연락두절…피해 보상 전무

피해자 중에는 주차를 맡기고 돌아와 보니 범퍼가 파손돼 있었지만, 연락 두절로 변상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피해자 A씨는 가족들과 2박 3일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뒤 한 달 뒤 집으로 날아온 과태료 고지서를 보고는 기가 막혔다. 당시 김포공항서 자신의 승용차 발렛파킹을 맡겼었는데 주·정차 위반 단속에 걸린 것이다. 
 

황당한 마음으로 업체 측에 항의했으나 수십 차례 전화에도 업체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A씨는 “이 업체는 네이버 같은 큰 포털사이트서 검색하면 상위에 노출되고 ‘고객 만족도 1위’라고 광고한다”며 “그런데 문제를 전혀 해결해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업체 중 한 곳은 인천공항 등에서도 무허가 주차대행업을 하다 입건되기도 했지만 벌금만 내고서 담당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단속을 피해 영업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들의 불법 영업은 1년을 채 지속하지 못했다. 공항공사 인터넷 사이트와 국민신문고 등에 무단 주차대행업체의 횡포를 고발하는 게시글이 늘어나면서 경찰에 꼬리를 밟혔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방해 혐의로 주차대행업체 대표 안모(42)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이들이 동원한 조직폭력배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경찰은 주차요원 등 업체 직원 26명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은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포공항은 주차장이 5곳인데다 공식 주차대행이 허용돼 차량 수용 규모가 8400대에 달하지만, 이용객들이 연휴나 주말을 낀 휴가기간 평균 사나흘씩 주차를 하기 때문에 연휴나 주말에는 주차난이 극심하다. 

문제는 공항 주차장의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고 이용객들은 발렛파킹이 불법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김포공항 주차단속을 담당하는 서울 강서구청 주차관리과 관계자는 “최근 명절이나 공휴일을 낀 긴 연휴가 많아지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민원 전화가 수십건씩 걸려온다”며 “여행가기 전 공항에서 불법 발렛파킹을 맡겼다가 단속에 걸려 항의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힘으로 위협

경찰 관계자는 “주차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는 공항 측과 계약돼 공항 터미널 내에 안내 카운터를 운영하는 정식 업체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호객행위를 하거나 공항 밖으로 차를 이동시키는 업체는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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