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명가’ 샘표의 민낯

2017.10.19 10:10:36 호수 1136호

착한기업인 줄 알았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간장 명가’ 샘표서 갑질 사건이 터졌다. 대리점주의 이익을 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샘표가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던 기업이라 더 뼈아팠다. 특히 지난 5월 올해의 중견기업 대상을 수상한 지 반 년도 안 돼 터진 일이라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식품업체 샘표가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신규 출점 대리점을 내주고 기존 거래처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정황이 드러난 것. 샘표를 비롯한 다른 식품 브랜드 유통이 가능한 복합 대리점주 A씨가 신규 대리점 개설로 영업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갑질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환경 개선했더니

업계에 따르면 A씨는 인천 서구와 김포·강화 지역에 제품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대리점주는 지난 2006년 인천 서구서 영업을 시작해 2009년 본사 요구로 김포·강화 지역까지 맡아왔다. 

당시 김포 지역은 개발이 되지 않아 거래처 확보에 애를 먹던 지역이었지만 본사 요구에 따라 관리했다.

지난 4월 재계약 당시 본사로부터 영업중단 요구를 받았다. 샘표 본사 차장인 B씨는 A씨의 대리점 때문에 본사에 항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인근에 다른 대리점을 낼 것을 요구했다. 특히 A씨의 대리점이 샘표 외에 다른 브랜드 제품을 받을 수 있는 복합대리점이라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차장의 제안에 반발했다. 


샘표 본사는 A씨 대리점서 불과 2.5km 떨어진 곳에 신규 대리점을 내주고 A씨에게 영업을 할 수 있게 기존 거래처를 넘길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해당 지역을 7년 넘게 관리하며 거래처를 만들었기 때문에 본사 측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려웠다. 신규 대리점은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거래처를 확장했다. A씨의 대리점은 5개월 동안 약 1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이를 본사의 보복출점이라고 봤다. 다른 제품을 납품 받을 수 있는 복합대리점에 대한 본사의 ‘대리점 길들이기’라는 주장이다.

현행법상 대리점에 대해 특정 구역을 할당해주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리점 간에 불필요한 경쟁을 막기 위해 자기 권역 안에서만 영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뉴스1> 및 복수 매체에 따르면 기존 대리점은 2012년부터 본사가 다른 지역에 공급한 물품을 받아 거래처에 납품해왔다. 당시 샘표식품은 점유율이 낮은 부산과 경남 지역에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했다. 

판매되지 않은 상품은 물류창고로 돌아왔고 기존 대리점주는 관련 물품을 받아 거래처에 넘겼다.

대상 받았는데 잇단 갑질 논란 진땀
눈엣가시 대리점 신규출점으로 보복?

이때 샘표식품으로 밉보였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특히 다른 식품회사 제품까지 거래처에 물건을 공급하는 복합 대리점주가 되면서 압박의 강도가 심해졌다는 설명이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뉴스1>과의 인터뷰서 “전체 대리점의 55%가 복합대리점으로 운영 중이고 대리점주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대리점 간 상호경쟁을 통해 중소마트나 소비자가 좋은 혜택 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유통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리점주 A씨가 공정위 신고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리점주는 지난달 열린 가맹점·대리점 피해사례 발표를 통해 해당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다만 샘표 입장에선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앞서 2015년에 거래구역을 나눴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샘표가 다소 억울한 상황에 놓인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샘표는 2008년 7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전국 96개 대리점에 영업 구역을 나눠 그 안에 있는 슈퍼마켓 등에만 제품을 공급하도록 했다. 또 특약점은 슈퍼마켓 등 소매점과는 거래를 제한하고 영업 구역 내 식당, 급식소 등에만 납품토록 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1월 7억63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샘표는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소송까지 냈지만 지난해 패소했다.

문제는 샘표가 올해의 중견기업상을 수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 

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5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제 1회 올해의 중견기업 대상’ 시상식을 개최하고 모범이 되는 중견기업에 상을 수여했다.

그러나 이번 갑질 논란으로 자격 논란이 불거질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수상 기업은 산업부 및 중기청 5개 사업 참여시 최대 가점을 부여 받는 등 우대혜택을 제공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거래처 넘겨라?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샘표의 경우 오랜 시간동안 소비자에게 사랑받아 온 기업 중 하나”라며 “그동안 소비자로부터 제법 기업 이미지가 좋았는데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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