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후일담’

2017.10.16 10:55:55 호수 1136호

불심으로 단결? 비방으로 얼룩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12일 대한불교 조계종의 제35대 총무원장 선거가 치러졌다. 신임 총무원장은 임기 4년 동안 조계종의 살림을 책임진다. 간선제로 진행되는 총무원장 선거 특성상 투표와 개표는 3시간도 안 돼 마무리 됐지만 선거 운동은 난타전을 방불케 했다. 4년마다 드러나는 총무원장 선거의 민낯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에 설정 스님이 선출됐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서 진행된 선거서 설정 스님은 선거인단 319명 가운데 234명의 지지를 얻었다. 과반(160표)이 훨씬 넘는 표를 얻은 설정 스님은 82표에 그친 수불 스님을 수월하게 눌렀다. 투표 전 설정 스님과 수불 스님의 ‘양강 구도’라는 예측이 무색할 정도로 싱거운 대결이었다.

간선제 선거

조계종의 최고 의결기구인 원로회의는 오는 18일 당선인의 총무원장 인준 여부를 논의한다. 여기서 이견이 나오지 않으면 설정 스님은 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퇴임하는 오는 30일 지휘권을 넘겨받아 신임 총무원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한다.

설정 스님은 당선 결과 확인 후 조계사 대웅전서 고불식을 치른 뒤 총무원 청사 로비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서 “지금은 교단 안팎으로 매우 위중한 시기다. 종단에도 불교개혁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과 갈등이 상존하고 있다”며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마부정제’의 뜻을 거울삼아 신심과 원력을 다해 종단 발전에 쉼 없이 진력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조계종 행정을 총괄하는 총무원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전국 3100여개 사찰 주지 임명권을 갖는 것은 물론 스님 1만3000여명의 인사권과 연간 530억원이 넘는 예산 집행권, 종단 소속 사찰 재산 감독 및 처분 승인권 등이 모두 총무원장에게 주어진다. 


이 때문에 4년마다 치러지는 총무원장 선거는 네거티브로 얼룩지는 일이 잦았다. 이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설정스님, 수불스님에 압승
당선됐지만 각종 의혹 넘쳐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는 설정 스님과 수불 스님, 전 포교원장 혜총 스님, 전 봉은사 주지 원학 스님 등 4명의 후보가 등록했지만 원학 스님이 7일, 혜총 스님은 11일 사퇴했다. 선거는 초반부터 집행부의 지지를 받는 설정 스님과 기존 정치지형을 뒤엎으려는 수불 스님 간의 대결로 압축됐다.
 

이 과정서 상대를 향한 비방전이 극에 달했다. 선거 운동 기간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1일까지 16일에 불과했지만 선거 후유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격렬한 공방이었다. 먼저 당선인 설정 스님의 경우 학력위조·은닉 재산·은처자 문제가 불거졌다. 설정 스님의 학력위조 논란은 총무원장 선거 출마 전부터 따라다녔다.

설정 스님은 저서나 인터뷰 등에서 서울대 농과대학 원예학과를 졸업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설정 스님의 학력이 사실이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설정 스님은 의혹을 인정한 상태다. 

서울대 원예학과가 아니라 서울대부설 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했던 것. 설정 스님은 주변 사람들이 말을 옮기는 과정서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당시 설정 스님은 학력위조 의혹을 시인하면서도 총무원장 선거 출마를 강행해 종단 안팎서 큰 비판을 받았다.

설정 스님의 사유 재산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불교닷컴>과 시민단체인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설정 스님의 재산 문제를 제기했다. 핵심은 스님의 속가 형인 전흥수 대목장이 설립한 한국고건축박물관이다.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100억원대 한국고건축박물관 부지와 건물을 설정 스님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위치한 이 박물관이 설정 스님의 사유 재산인지, 수덕사의 공적 재산인지를 두고 입장이 엇갈렸다. 

설정 스님 측은 “가족들이 자금난을 해결하려고 한서대나 기독교 재단에 넘기려던 것을 막는 대신 수덕사로 이전하려고 우선 개인 명의로 가등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적폐청산 시민연대 측은 “바로 수덕사로 가등기하지 왜 개인 명의로 했느냐”고 반박하는 등 공방이 이어졌다.


은처자 문제 역시 설정 스님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4년 선거마다 적폐 폭발
후유증이…직선제 요구↑

한 매체는 설정 스님이 전모씨가 친자확인 및 양육비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전씨를 속가 가족의 호적에 올린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설정 스님 측은 “선거 기간이 짧아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공작행위”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해당 매체가 공개한 사건번호를 확인한 결과 실제 설정 스님과 전모씨 간에 과거 친자확인 소송이 있던 것으로 드러나 진실 공방은 미궁에 빠져 들었다.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설정 스님을 둘러싼 3가지 의혹을 들어 ‘후보 사퇴’를 촉구해왔다. 설정 스님은 12일 당선 직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서 “(은처자와 재산 문제와 관련한)제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깔끔하게 소명하겠다”며 “그것이 소명되지 않고서는 종단의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수불 스님도 논란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수불 스님 측 주요 인사가 호남과 경북지역서 선거인단에 돈 봉투를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설정 스님 측은 수불 스님 측의 금권선거 의혹에 대한 전모를 반드시 밝혀 일벌백계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수불 스님 측은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음해성’이라고 주장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들은 수불 스님이 총무원장 선거 후보 등록에 앞서 교구 본사 국장 등에게 대중공양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돌려 선거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중앙선관위에 고발장을 접수한 바 있다. 

당시 중앙종회의원들의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수불 스님 역시 선거 출마를 강행해 논란을 빚었다.


선거인단을 구성, 간선제로 치러지는 총무원장 선거는 매번 숱한 의혹 제기와 고발전으로 얼룩졌다. 총무원장 선거를 직선제로 하자는 요구는 끊임없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관철되지 못한 상황이다.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조계사 앞에 집결해 ‘시민과 함께하는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개혁 범불자결집대회’를 열었다.

각종 의혹 제기

이날 대회서 참석자들은 총무원장 직선제 실시, 사찰 재정 투명화와 재가불자가 전담하는 재정관리체계 수립 등을 요구했다.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범불자결집대회를 기점으로 전국의 불교도가 일심으로 결집해 반드시 승가 본연의 청정한 가풍을 일으켜 종단의 온갖 적폐를 청산할 것”이라며 “절과 이 땅을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과 보살의 향기로 물결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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