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추미애의 제 얼굴에 침 뱉기

2017.09.04 10:57:50 호수 1130호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아무리 불합리한 법이라도 법체계를 지켜야 한다는 말로 많은 사람들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가 했던 말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여 그 사연을 살펴본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법률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리고 형이 집행되는 날 아침 그의 친구들이 감옥을 방문해 돈으로 간수를 매수할 테니 그 틈을 이용해 도망치라고 설득한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내가 지금까지 아테네 법률을 지키며 잘 살아왔는데 나에게 불리해졌다고 해서 법을 어기는 것은 비겁한 일이지 않는가”라며 탈출을 거절한다.

후일 일본의 법철학자 오다카 도모오가 1930년대에 출판한 자신의 책 <법철학(法哲學)>서 실정법주의를 주장하면서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든 것은 실정법을 존중했기 때문이며 ‘악법도 법이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고 썼다. 

즉 ‘악법도 법이다’란 말은 순순히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의 행위를 이른 말로 이후 이 말은 소크라테스가 한 것으로 와전된 게다. 

이제 시선을 현실로 돌려보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멘토로도 불리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만기출소와 관련해 “한 전 총리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심정으로 가혹한 시련을 견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에 퇴임하고 당시 여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었다. 그리고 그 과정서 불법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 끝에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그 결과 뇌물죄는 무죄, 정치자금법 부분은 유죄로 확정돼 2년 실형에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 받았으며 최근 만기 출소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살피면 추 대표는 한 전 총리가 악법의 희생양이 됐고 그로 인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한 전 총리가 악법의 희생양이 돼 억울한 옥살이를 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치고 추 대표의 발언에 초점을 맞춰보자.

그를 위해 한 전 총리에게 유죄로 선고된 정치자금법에 대해 살펴본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그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며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대한민국 법률이다.

이 부분서 두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동 법이 악법인지에 대해서다. 눈을 씻고 아무리 살펴봐도 악법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없다.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실려도 무방할 정도로 흠결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법 조항을 무슨 이유로 악법으로 규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음은 법의 제정과 개정이 누구의 소관 사항이냐에 대해서다. 대한민국 헌법 제 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명확하게 못을 박고 있다. 즉 법의 제정과 개정은 전적으로 국회 소관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 대표는 악법을 거론했다. 과연 그게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입법부인 국회의원들이 악법을 방치한 꼴이 아닌가. 그런 경우라면 다선으로 집권 여당의 대표인 추미애는 그 부분에 책임이 적지 않다. 그래서 추 대표가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는 이야기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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