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 장애인 주차증 발급 기준

2017.08.14 11:02:14 호수 1127호

노란 구역에 댄 세단…내리니 멀쩡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나 혼자만 편하자’는 꼼수 주차 때문에 정작 장애인들이 전용 주차 구역서 내몰리고 있다. 걷기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배려인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하지만 이곳은 각종 편법과 이기심으로 얼룩져 있다.
 



최근 들어 친척, 가족 등의 명의나 정보를 도용해 장애인 주차증을 받아 차량에 부착하는 차량이 늘고 있다. 멀쩡한 두팔 두 다리를 가졌지만 장애인 주차증이 있다는 이유로 동 입구 앞에 주차를 하고 세금 감면까지 받는다. 

이 같은 일은 아파트 뿐만 아니라 병원 같은 편의시설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가에선 불법주차의 경우 과태료를 내게 하는 등 단속을 하고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꼼수로 발급

운전자 본인이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가족 중에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이 있으면 자신의 차량을 장애인 동승차량으로 등록해 장애인 장애인주차구역 주차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실제로 장애인주차구역에 차를 주차하고 멀쩡히 걸어나오는 사람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그 사람이 장애인일 수도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장애인 복지법 시행규칙 별표(보행상 장애 기준표)에 따라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에게만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를 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보는 건장한 체구의 성인 남녀들은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할 수 없다. 

또 장애인의 보호자 자격으로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를 하려면 반드시 장애인이 동승해 있어야 하기에 장애인 주차증이 부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장애인 동승자가 없다면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단속기관에서는 가족 중에 장애인 주차증을 발급받은 장애인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장애인 미동승시 불법 단속 어렵다”
컬러복사기로 위조에 주차증 절도까지

이 때문에 장애인이 누려야할 권리와 혜택을 훔쳐서 사용하고 있는 얌체족들의 장애인주차구역 침범은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장애인 주차증을 차량에 부착하지 않은 차량을 신고하더라도 장애인 차량으로 등록만 되어 있으면 과태료 부과가 취소된다. 

회사원 A씨는 자주 장애인주차구역 위반 차량을 신고했다. 덕분에 장애인주차구역 위반차량이 확실히 줄기는 했지만 그 곳에 주차를 하는 차량의 운전자 역시 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의 가족이었다. 

장애인 동승자가 없음은 물론이고 장애인 주차증도 부착하지 않다가 A씨의 신고로 과태료 통지서가 날아가서인지 요즘에는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를 한 후에 주차증을 올려두고 간다고 한다. 

A씨는 “아마도 장애인이 누려야할 혜택은 누리고 싶지만 장애인처럼 보이는 건 싫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발목을 접질리거나 다리가 다쳐 목발을 집거나 무릎 수술, 교통사고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일시적 장애나 수술 등의 이유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또한 이들은 장애인 딱지가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파트와 먼 쪽에 주차하거나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는 등 피해를 받지만 실질적인 해결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가짜 장애인 주차증을 이용한 비양심 불법주차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다른 사람의 장애인 주차증을 컬러복사기를 이용해 위조하거나 폐차장이나 재활용 분리수거장서 장애인 주차증을 주워 사용한다. 

실제로 장애인전용 주차구역 불법주차 단속을 맡고 있는 한 지체장애인협회는 적발 사례 10건 중 1∼2건이 장애인주차증 위·변조건이라고 밝혔다. 주차증 위조뿐만 아니라 다른 차량에 붙어있는 장애인 주차증을 떼다가 일반인 차량에 붙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아예 위·변조를 막기 위해 장애인주차증을 전면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부터 휠체어 그림을 넣은 원형 스티커에 홀로그램을 추가할 예정이다. 본인용은 노란색, 보호자용은 흰색으로 만들어 구분하기 쉽게 제작됐다. 

쉬운 위·변조

현재 교체율은 15∼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장애인 운전자들은 올해 9월부터 과태료 10만원을 피하려면 반드시 새 주차증을 써야 한다. 

한 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장애인주차증이 교체되면서 불법 주차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일반인들은 장애인주차구역이 장애인을 위한 하나의 배려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