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발 정계개편 막전막후

2017.08.14 10:26:00 호수 1127호

당권 잡아도 문제 못 잡아도 문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계개편의 핵’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다시 한 번 움직였다. 대선 패배 이후 잠행을 거듭하던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8·27전당대회(이하 전대)에 당 대표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국민의당은 친안(親安)과 반안(反安)이 나뉘어 내홍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전대를 기점으로 당이 찢어지는 사태까지 예상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 선언 후 예상되는 정계개편 시나리오를 취재했다.
 



“결코 내가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연 안철수 전 대표가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차기 대선 출마라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했는지 기자회견장서 “다음 대선에 나서는 것을 우선 생각했다면 물러나 때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철수 출마
정치계 ICBM

안 전 대표의 선언은 국민의당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안 전 대표의 선언이 있던 날 논평을 통해 “반성문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음에도 국민의당 대표로 출마한다고 도전장을 낸 것은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상대적으로 말을 아꼈다. 바른정당 전지명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정계서 물러났던 정치인이 다시 정치복귀 선언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다만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 선언은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한국당은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다가 안 전 대표가 극중주의(진보·보수가 아닌 완전한 의미의 중립노선을 고수하는 것)를 표방하자 그때서야 “오락가락하던 과거 행적을 볼 때 실천에 옮겨질지 미지수”라고 비판했다.

다른 당보다 국민의당 내부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선언 당일 당내 의원 12명은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반대한다”며 성명을 냈다. 그들은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며 안 전 대표에게 출마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반안(철수)계 의원들과 호남 출신 의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호남 출신 황주홍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서 “3·15부정선거 때의 최고책임자가 4·19혁명 이후 민주정부 구성을 위한 대선에 출마한다면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반안·호남 반발
집단 탈당설도

안 전 대표와 투톱을 이뤘던 박지원 전 대표 역시 “명분도 실리도 없고, 시기상조라고 생각해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만류했다”며 “당 의원 40명 중 30명 이상이 반대하고 있고, 당 고문단도 분노의 경지까지 도달해 탈당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의 말처럼 당 고문단인 동교동계는 안 전 대표의 출마에 놀라움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동교동계서 한때 집단탈당설까지 나오며 안 전 대표를 압박했지만 그는 ‘마이웨이’를 선택했다. 이에 동교동계는 “정치적 책임을 지고 출마를 철회했으면 좋겠다”며 거듭 철회를 압박했다.
 

지난 8일은 동교동계의 분노가 극에 달했던 순간이다. 정대철 상임고문을 비롯해 홍기훈, 박양수, 박명석, 이훈평, 최락도, 이경재, 이창근, 류의재 등 원로 고문단 9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 모여 안 전 대표의 출당 건의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반대 목소리는 결국 허공의 메아리로 그쳤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전대 후보 등록 첫날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 절차를 마쳤다. 등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안 전 대표는 “지금은 당이 위기상황”이라며 “이번 전대는 혁신 전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정배·정동영 등 다른 당 대표 출마자를 중심으로 반안 조직이 공고해지고 있다. 여기에 결선투표제가 전대 룰로 결정돼 구도는 ‘친안 대 반안’ 대결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결선투표제는 과반을 득표하는 당선자가 없을 시 1·2위 후보자를 대상으로 재투표하는 선거 제도로 당 설립자이자 지명도가 가장 높은 안 전 대표 대 다른 반안계 후보의 대결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안 전 대표는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왜 출마를 강행하는 것일까. 중론은 국민의당 창당 때부터 이어져온 ‘호남 중진 대 친안계(새정치)’의 갈등을 이번 기회에 매조지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란 해석이다.

정계개편의 핵, 국민당에 직격
‘친안 VS 반안’ 파워게임 비화

이는 안 전 대표가 발표한 출마선언문의 행간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외연을 넓혀서 전국 정당으로 우뚝 서겠다”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고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매진하겠다” 등 호남과 진보를 겨냥한 듯한 발언이 안 전 대표의 입에서 쏟아졌다. 친안계 내에서도 “호남색을 빼야 한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안 전 대표의 출마가 ‘호남색 빼기’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지난 대선 국면을 주목한다. 

즉, 안 전 대표가 지난 대선서 ‘호남당’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다. 대선 패배의 원인을 진단한 안 전 대표의 생각이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지 않는 이상 민주당을 이길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실제 대선 직후 수많은 언론과 정치전문가들이 문 대통령의 대선 승리 요인으로 ‘전국의 세’를 꼽은 바 있다. 반면 호남 정당으로 불리는 국민의당은 상대적으로 세 확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친안 측에서는 ‘호남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호남서 압도적 의석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당시 후보보다 호남서의 득표가 적었던 것을 두고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호남색 빼기를 진단한 안 전 대표와 친안계가 들고 나온 처방전이 바로 당 대표 출마 카드다. 여기에 호남·반안 측이 쉽사리 국민의당을 탈당할 수 없다는 판단은 안 전 대표가 수많은 철회 요구에도 뜻을 굽히지 않는 이유로 작동하고 있다. 


동교동계와 호남·반안 측이 연일 출마 철회를 요구했지만, 안 전 대표는 후보 등록일 첫날 당사를 찾아 그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호남색 빼기
작심한 듯

결국 ‘나가려면 나가’라는 식의 신호라고 해석될만하다. 그러나 동교동계 및 호남 진영은 섣불리 국민의당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일한 선택지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이 입당에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의당 의원들이 민주당을 떠날 때 ‘친문 패권주의’를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지난 19대 대선서 당선됨에 따라 민주당은 국민의당 의원들이 떠날 당시보다 친문 세력이 더욱 공고해졌다. 국민의당 의원들이 민주당으로 복당할 명분이 약할뿐더러 민주당 내에서의 반발도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있는 상황서 민주당은 지지자들의 반발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민주당 친문계와 그 지지자들은 국민의당 의원들이 친문 패권주의를 주장하며 떠난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서 민주당 지도부가 이들을 덥석 받아들였을 때 얻을 표와 잃을 표를 가늠한다면 쉽게 결정 내리기 힘든 게 사실이다. 큰 실익이 없다면 굳이 입당을 받아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들이 입당해 당내 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새로 민주당에 입당한 사람들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이라도 요구한다면 민주당이 그려놓은 큰 그림이 오히려 망가질 수도 있는 일이다. 계파 갈등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극중주의 내건 안의 본심은?
정동영·천정배 전격 단일화?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안 전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되면 반대파가 집단 탈당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민주당 입당’이라는 구심력보다 ‘안철수 반대’라는 원심력이 더 강하다면 입당 여부와는 관계없이 집단적으로 국민의당을 뛰쳐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지방선거를 앞둔 정계개편의 시작을 의미한다.

정계개편은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정동영·천정배 의원 중 한 명이 당 대표로 당선되면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안 전 대표가 당선되면 바른정당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이 손잡는 그림은 새로울 것이 없는 시나리오다. 대선을 전후로 국민의당-바른정당 합당설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두 정당이 합당에 나서기엔 호남과 영남이라는 현실적 걸림돌이 존재한다. 

곧바로 합당으로 이어졌을 때 불거질 반발도 예상해야 한다. 이에 서로 간의 연대를 통해 접촉면을 늘려간 후 합당으로 나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 첫걸음이 바로 ‘안철수 당 대표’다.

안 전 대표는 출마선언문 발표서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너무 앞서나간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함께 발표한 극중주의 전략은 결국 바른정당을 염두에 뒀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친안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바른정당과의 공조 움직임이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국민의당 일부 초선 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추진 중이다.
 

국민의당 의원들이 만들어 지난 1일 회동을 가진 ‘한국판 제3의 길 모색과 실천을 위한 모임’도 공조의 일환이다. 현재는 구성이 국민의당 의원들에 한정된 모임이지만, 향후 멤버십을 넓혀 바른정당 등 뜻을 함께하는 다른 당 의원들에게 문호를 넓힐 방침이다.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들이 힘을 합쳐 함께 토론회를 꾸리고 있다는 점도 심상치 않다. 일례로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과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최근 ‘최저임금 1만원 시대 가능한가’ 등을 주제로 공동주관 토론회를 열었다. 이 의원은 대표적인 친안계 인사 중 한 명이다.

대선 직후 안 전 대표 스스로가 바른정당과의 공조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안 전 대표는 대선 후 새로 꾸려질 원내지도부 구성에 대해 “바른정당과 연대·공조 능력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출마 선언 때 “함께 하는 정치세력을 두텁게 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반발하는 의원들 사이에선 ‘안철수 리더십’ 보이콧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안 전 대표가 당선되면 반안계 의원들이 탈당해 국민의당의 원내교섭권을 박탈할 것이란 극단적인 시나리오다.

당권 레이스는 이미 불이 붙은 상황이다. 안 전 대표보다 앞서 출마를 선언했던 천정배 의원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서 “안 전 대표의 출마는 구태 중의 구태”라며 “몰염치의 극치, 협박의 정치이자 갑질의 정치”라고 비난했다.

바른정당 겨냥
극중주의 호소

같은 날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정동영 의원 역시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아무 때나 출마해 당선될 수 있다면 사당화의 명백한 증거”라며 “안 전 대표가 공당이 아닌 사당을 만들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안 전 대표가 내세운 ‘극중주의’에 대해서도 “‘새 정치’라는 말이 모호했듯이 극중주의라는 구호 역시 모호하다”며 기회주의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반안 전선을 구축을 위한 정동영-천정배 단일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8일 호남 중진 의원들은 조찬 회동 자리서 이 같은 얘기가 언급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회동에 참석한 장병완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오는 순간 단일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닌 (안 전 대표가 출마하는 순간부터)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얘기”라고 밝혔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 ‘제2제보조작’ 사태
“지지자들 실체가 없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이 안철수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 지지 선언을 ‘제2의 제보조작’ 사건으로 규정했다. 안 전 대표 출마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국민의당 지역위원장 109명의 실체가 없다는 주장이다.

지난 7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 의원은 “(안 전 후보의 당대표 출마를 요구했다는 지역위원장) 109명이 지지 선언을 했다고 하는데 실체가 없다”며 “제2의 제보조작사건이다”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이후 꾸준히 “109명 명단을 공개하라”며 조작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지역위원장 109명 누구?
이상돈 의원 의문 제기

앞서 지난 6일 국민의당 김현식, 고무열 지역위원장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09인의 서명을 확보하는 과정에 일부 거짓과 왜곡이 개입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며 “서명과정에 참여한 지역위원장들의 증언에 의하면 취지가 불분명한 질문에 대한 단순한 지지의사 표명이 전대 출마에 동의하는 ‘서명’으로 둔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 측은 109명의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서명을 주도한 김철근 전 선대위 대변인은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명단을 발표하면 ‘줄 세우기’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명단을) 준비를 했던 10여명의 지역위원장들이 있는데 그 분들하고 의논을 해서 명단은 발표하지 않은 게 바람직하겠다고 해서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목>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