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상생경영 모범 함영준 오뚜기 회장

2017.08.01 08:53:13 호수 1125호

대통령도 엄지척 ‘미담 자판기’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요 기업인들과 회동했다. 이번 회동이 눈길을 끈 것은 오뚜기 때문이다. 재계서열이 초청 명단에 포함된 기업보다 낮지만 오뚜기의 윤리경영이 재계에 미치는 ‘울림’이 크다는 청와대의 판단에서다.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오뚜기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7, 28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호프미팅을 열고 주요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27일과 28일에 걸쳐 총 15개 기업의 기업인들이 초청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중견기업은 오뚜기 함영준 회장이 유일했다.

“부담스럽다”
겸손한 모습

오뚜기가 호프미팅에 참석한 이유는 명쾌했다. 호프미팅을 주최하기 전인 지난 23일 청와대는 일정을 설명하며 “오뚜기는 상생협력, 일자리 창출 부문서 모범적 기업이라 초청해 격려하고자 했다”고 오뚜기에 대해 따로 언급했다.

미팅 당시에 청와대의 배려도 돋보였다. 문 대통령은 호프미팅에 도착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오뚜기를 갓뚜기(god+오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 “새 정부 경제정책에 부합하는 기업모델이니 노하우를 전수해달라”며 “기업에게 국민들 성원이 가장 큰 힘이니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 회장은 “(갑작스런 관심이) 부담스럽다”면서도 “더욱 열심히 하겠다. 감사하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함 회장은 또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를 30년 이상 유지하며 서로 성장해왔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상춘재 안으로 들어왔을 때에도 청와대의 오뚜기에 대한 배려가 엿보였다. 상춘재 안에선 자리 배정이 돼있었는데 함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오른쪽 자리에 앉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옆자리에 착석했다.

계속 쏟아지는 
‘갓뚜기’ 신화

청와대 초청으로 오뚜기의 관심은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사실 최근 오뚜기가 갓뚜기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식품회사로서의 확고한 자리를 굳히고 있는 기업이다. 

오뚜기는 다방면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다른 기업과는 달리 식품관련 사업에 집중해 50년 가까이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오뚜기의 주요 제품 가운데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품은 30가지가 넘는다. 그 배경에는 함태호 창업주와 장남 함 회장의 경영자로서 능력이 주효했다는 평이 나온다.

오뚜기는 1969년 함태호 창업주가 그 모체를 창립했다. 1971년 풍림 식품공업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1973년 오뚜기 식품공업주식회사로 상호를 다시 변경한 뒤 오뚜기란 상호를 지금까지 쓰고 있다.
 

함 회장은 풍림상사를 창립하면서 카레를 선보였다. 1971, 1972년 잇달아 선보인 케첩과 마요네즈는 함 회장이 국내 소비자에게 처음 소개한 제품이다.

청와대 15명 기업인 초청 간담회
중견기업은 오뚜기 함 회장 유일

오뚜기는 토종기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케첩과 마요네즈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전세계 시장서 유통되고 있는 케첩의 절반 이상이 미국산 제품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오뚜기는 하인즈, 유니레버 등 전 세계 1등 기업들에게 밀리지 않고 평균 시장 점유율 70~80%를 지켰다. 

실제로 세계 최대 케첩 회사인 미국의 하인즈가 80년에 국내에 진출했을 때는 오뚜기와 10년 넘게 점유율 전쟁을 치렀다. 함 회장은 “우리 시장을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싸웠기 때문에 경쟁서 이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서민 식품
48년 외길

라면 부분의 성장은 함 회장의 뚝심 때문으로 평가된다. 함 회장은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오뚜기에 입사했으며, 2000년부터 오뚜기 사장으로 취임해 회사 경영을 이끌었으며, 2010년부터 회장직에 올라 회사를 대표하고 있다. 오뚜기는 1987년 라면회사로 이름을 알린 청보식품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라면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뚜기 내부서도 라면 사업 진출에 이견이 갈렸다. 당시 라면업계는 신라면과 삼양라면이 양분하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사업진출 초기 오뚜기가 출시한 라면은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1988년 야심차게 준비한 진라면 역시 출시 초기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미 형성된 소비자의 입맛을 바꾸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연예인 마케팅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했던 청보식품의 원천 기술 수준이 높지 않았던 것도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든 요소였다. 
 

하지만 제품에 대한 연구에 집중한 결과 시장서 오뚜기라면이 갖는 위치는 점점 올라가기 시작해 마침내 양강 구도를 깼다. 2013년 하반기 삼양라면을 누르고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선 것. 

닐슨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오뚜기는 2013년 14.1%의 점유율로 삼양라면을 따돌리고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이후 오뚜기는 농심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2014년 16.2%, 2015년 18.3%의 점유율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농심은 2015년 기준 61.6%의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업계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점유율을 살펴보면 오뚜기의 추격세가 매서운 양상이다. 농심은 지난해 53.8%의 점유율로 50%대로 주저앉았으나 오뚜기는 23%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기준 농심의 점유율이 49.4%로 낮아진 반면, 오뚜기의 25.2%까지 상승하면서 격차를 더욱 좁히고 있는 상황이다.

함 회장은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뚜기는 러시아 이외에도 라면, 카레 등 주요 제품을 미국, 멕시코, 중국 등 전 세계 3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오뚜기 마요네즈의 경우 러시아에선 모든 음식에 넣어 먹는 ‘만능 소스’로 불릴만큼 인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수출은 2011년 500억원을 넘어선 뒤 매년 1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유사 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오뚜기의 아성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오뚜기의 꾸준함을 동력으로 삼아 성장세를 이어간 결과 외연확장에 성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뚜기는 2007년 매출 1조를 돌파한 이후 9년만에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조용하지만 무서운 성장세라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이런 상황서 오뚜기의 선행까지 주목받으면서 회사의 이미지가 제고되고 있다. 오뚜기의 함 창업주 부자의 선행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졌다. 지난해 함 창업주가 별세했는데 장례식장서 여느 기업총수의 빈소와는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나이 어린 조문객이 슬피 우는 모습이 목격된 것. 주인공은 15살(당시) 최경훈군, 15살 박하늘양, 11살 한재균 군 등이다. 이들은 함 회장부자의 심장병 어린이 후원으로 새 생명을 얻은 아이들이었다. 

실제 오뚜기는 꾸준히 심장병 어린이를 후원해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함 창업주은 매년 태어나는 신생아 중 선천선 심장병 환자 0.8%가 돈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한다는 소식에 심장병 어린이 지원을 시작, 1992년부터 2016년까지 24년간 4242명에게 후원했다. 오뚜기도 함 창업주의 정신을 이어받아 사회공업 사업을 진행 중이다.

외국업체 공세 속
한국인 입맛 지켜

투명한 경영승계 역시 오뚜기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함 회장은 지난해 12월 선대회장인 고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오뚜기 46만5543주와 계열사 조흥 지분을 상속받았다. 

이에 함 회장은 총 1500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5년에 걸쳐 완납하기로 했다. 내야할 상속세였지만 각종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재계서 시원하게 상속세를 내는 모습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만들었다.

비정규직 낮은 오뚜기의 기업 운영방식도 네티즌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오뚜기는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직원 3099명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는 36명(비정규직 비중 1.16%) 수준이다. 오뚜기의 정규직 비율은 98.84% 수준이다. 

 

함 창업주가 과거 1800명의 시식사원을 모두 채용하며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고 생전에 말한 바 있다.

라면가격을 10년간 동결한 점도 양심 경영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최근 식료품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서민상품인 라면의 가격 인상을 10년째 보류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긍정적인 평가 일색이다.

최근에는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로 지적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한쪽에선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수직계열화로 효율을 극대화해 라면값 동결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이미지 제고 덕분에 주가는 연일 상승세다. 소비자들과 네티즌 사이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연초 65만원선이던 주가는 현재 80만원 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꾸준히 성장
해외서도 인정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의 경우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기업이기 때문에 소비자 사이서의 명성이 중요하다”며 “최근 오뚜기를 둘러싸고 있는 미담이 향후 오뚜기의 장기적인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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