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재벌가 사위 잔혹사

2011.06.13 14:18:50 호수 0호

처갓집서 무시당하는 백년손님들 “나 돌아갈래”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재계에 불던 ‘사위 바람’이 잦아든 분위기다. 재벌가 ‘백년손님’들이 줄줄이 곤욕을 치르고 있어서다. 여론의 뭇매를 맞는 소리가 요란할 정도다. 그런가하면 집안 한편에서 눈칫밥을 먹는 사위도 여전하다. ‘이방인’ 신세를 면치 못한 채 높은 담장만 빙빙 돌고 있다. 재벌가 사위들의 전성시대가 저물고 잔혹사가 다시 쓰이고 있다.
 
승승장구 담철곤·정태영 곤욕…두 회사 초상집
"경영 불참·재산 포기" 각서 받고 왕따 시키기도

재벌가 사위들의 약진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오너일가 못지않게 초고속 승진을 거듭, 핵심 요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심지어 대대로 내려오는 가업을 통째로 물려받은 ‘백년손님’도 있다.



30년 공든탑 ‘와르르’

그러나 최근 ‘잘 나가던’사위들이 잇달아 여론의 도마에 올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그렇다.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둘째 사위인 담 회장은 이른바 ‘남데렐라’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고조부가 한국으로 건너와 경북 대구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던 화교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외국인고등학교 재학 시절 같은 학교에 다니던 이 창업주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 사장과 만나 10년 열애 끝에 1980년 결혼,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해 동양시멘트 대리로 입사한 그는 동양제과 구매부장, 사업담당 상무, 영업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동양마트 사장, 동양제과 사장 등을 지냈다. 담 회장은 1989년 이 창업주가 별세한 직후 오리온 계열을 이끌다 2001년 이 창업주의 맏사위 현재현 회장(부인 이혜경씨)이 맡은 동양그룹에서 독립했다. 이후 담 회장은 식품과 유통사업에 그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 외식 등으로 사업군을 확대시키며 저돌적인 경영수완을 발휘해 재계에 ‘사위 전성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어렵게 쌓은 ‘30년 공든탑’이 무너지게 됐다. 담 회장은 지난달 26일 16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담 회장은 회사 돈으로 여러 대의 외제 고급 슈퍼카를 자녀 통학 등 개인용도로 굴린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영장 청구 직전 문제가 된 돈을 전액 변제하는 ‘요량’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담 회장과 함께 ‘재벌 사위’명찰을 달고 승승장구하던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고객들의 정보가 유출된 해킹 사건으로 체면을 구겼다. 사건이 발생한지 두 달이 넘었지만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범인들의 검거와 정 사장의 거듭된 사과에도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 유출된 개인정보는 175만건에 달한다. 이는 현대캐피탈이 초기 파악했던 42만건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피해자들 사이에선 집단소송 움직임도 감지된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정 사장의 징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킹 사건으로 정 사장의 리더십에 큰 흠집이 났다”며 “아무리 빨리 대응했어도 허술한 보안 시스템과 인력관리에 대한 비판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 사장(부인 명이씨)은 전문경영인 못지않은 경영수완으로 장인의 신임을 얻었다.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의 장남인 정 사장은 서울대 불문학과와 메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19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 이사로 경영에 합류했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상무, 현대모비스 전무, 기아자동차 자재본부장 등을 거쳐 2003년 10월 사장직에 올랐다.

사실 담 회장과 정 사장의 경우 이미 처가의 인정을 받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가에서 사위들이 큰 역할을 맡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평범한 집안 출신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위의 경영참여를 원천봉쇄하는 기업들은 LG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코오롱그룹, SK그룹 등이다. 이들 그룹은 전통적으로 딸들은 물론 사위들을 경영에서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모 그룹의 경우 A회장이 사위 B씨에게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각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몇년 전 A회장의 딸과 결혼했다. 일각에선 B씨의 경영 참여가 조심스레 점쳐졌었다. 하지만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B씨는 처가의 가업과 전혀 무관한 길을 가고 있다. 이도 모자라 처갓집에서 이방인 대우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알고 보니 B씨는 결혼 전 경영 불참여 등의 각서를 썼다고 한다. A회장이 혹시 몰라 B씨에게 요구한 일종의 ‘처갓집 재산 포기서’인 셈이다. A회장은 이 조건으로 결혼을 승낙했다고 한다. 때문에 이들은 가족이 된 지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색하다. B씨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마지못해 집안일에만 참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황태자’들의 견제를 받는 사위도 있다. C회장은 사위 사랑이 유별나다. 아들이 있지만 평소 더 믿고 의지한다. 부자지간 이상의 정을 나누고 있다. 반면 아들들은 당장 경영권 승계가 눈앞이지만 아직 확실한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벌인 사업들도 하나같이 신통치 않았다. 이런 와중에 “사위가 낫다”는 평가를 받는 집안의 아들로선 매부가 좋을 리 없다. ‘성골’들이‘진골’을 왕따 시킨다는 소문이다.

재벌가에서 ‘씹다 버린’신세가 된 사위도 있다. D회장은 이혼, 구속 등의 이유로 아들들이 모두 말썽을 부리자 사위를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재계에선 이 사위를 초대형 악재를 만난 그룹을 살릴 ‘흑기사’로 평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아들들이 속속 경영에 복귀하고, 그룹 분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현재 사위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다. 사위에 비추던 조명도 하나둘 꺼지고 있는 형편이다.

‘씹다 버린 껌’ 신세도

E그룹 사위는 처가의 위치추적을 받기도 했다. 오너의 딸은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 회사 관계자들을 동원해 몰래 위치 추적이 가능한 휴대폰을 자동차에 설치했다. 오너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남편에게 발각되면서 결국 법정다툼으로까지 비화됐다. 아내는 그룹 전산망을 이용, 남편뿐 아니라 내연녀로 의심되는 여성도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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