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⑧대성그룹-서울도시개발

2011.06.13 14:32:37 호수 0호

10년간 떡고물로 키운 ‘괴물 자회사’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설립이후 2006년까지 내부거래 비중 99% 이상
2007년부터 개선되다 지난해 다시 90%로 상승



재계 순위 43위(공기업 제외)인 대성그룹은 총 73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엄밀히 따져 김영대-영민-영훈 3형제 회장이 경영권·사명 분쟁 등을 거쳐 각각 ‘대성’, ‘SCG(서울도시가스)그룹’, ‘대성그룹’을 독자경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법적으론 계열분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오너 지분 98%

공정위는 지난 4월 이들 3개 소그룹을 묶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신규로 포함시켰다. 이에 따르면 맏형 김영대 회장의 대성은 31개의 계열사, 둘째 김영민 회장의 SCG그룹은 16개 계열사, 막내인 김영훈 회장의 대성그룹은 2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중 SCG그룹에서 수상한 거래가 발견된다. 비상장 계열사로 오너가 대주주인 ‘서울도시개발’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계열사와 거래하는 방식으로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서울도시개발은 자본금 5억원으로 2001년 5월 건설 및 부동산관리 등을 사업목적으로 설립됐다. 비주거용 건물 임대·관리가 주업종이다. 2003년 7월 5억원의 유상증자를 거쳐 2006년 12월 서울도시가스엔지니어링과 합병했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본사가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직원수는 95명이다.

서울도시개발은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김영민 회장이 97.7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2.22%는 자사주다.

문제는 이 회사의 자생 능력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도시개발은 지난해 213억5400만원의 매출 가운데 192억300만원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비율로 따지면 90%에 달한다. 서울도시개발에 일거리를 넘겨준 계열사는 서울도시가스(190억5500만원), 서울씨엔지(1억4600만원), 서울도시산업(200만원) 등이다. 서울도시개발은 이들 계열사로부터 본사사옥 등 건물관리, 도시가스 관련 용역관리, 가스기기판매 등을 발주 받았다.

그전에도 관계사 의존도는 높은 수준이었다. 한마디로 더 심했다. 서울도시개발은 설립 이듬해인 2002년 매출(25억1400만원) 100%를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이후 2006년까지 내부거래 비중은 99%를 유지했다. 2007년부터 나아지는 듯 했으나 다시 올라갔다.

총매출 92%가 서울도시가스 물량

서울도시개발이 계열사와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3년 99%(총매출 96억500만원-관계사거래 95억8900만원) ▲2004년 99%(184억8400만원-184억8000만원) ▲2005년 99%(177억3000만원-176억8000만) ▲2006년 99%(32억100만원-31억5600만원) ▲2007년 72%(147억4200만원-105억4700만원) ▲2008년 80%(122억2400만원-98억3600만원) ▲2009년 98%(134억2200만원-130억9700만원)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매출 대부분이 서울도시가스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서울도시가스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도시개발에 내려준 물량은 모두 1037억7200만원에 이른다. 매년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꼬박꼬박 밀어준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총매출(1132억7600만원) 대비 92%에 이르는 수준이다.
1983년 11월 설립돼 1995년 8월 상장된 서울
도시가스는 SCG그룹의 모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김 회장이 11.54%의 지분율로 개인 최대주주다. 지난해 매출 1조5935억원, 영업이익 167억원, 순이익 473억원을 올렸다.

서울도시개발은 서울도시가스 등 계열사들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안착할 수 있었다. 우선 지난 10년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서울도시개발은 연매출이 2002년 25억1400만원에서 지난해 213억5400만원으로 8배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000만원에서 33억9300만원으로 50배 넘게 뛰었다. 특히 순이익의 경우 2002년 -8억3200만원의 적자를 냈지만, 이듬해 34억3800만원 흑자로 전환된데 이어 지난해 107억8300만원을 기록했다.

몸집도 크게 불어났다. 서울도시개발은 총자산이 2002년 210억3900만원에서 지난해 1115억1300만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자본금도 5억원에서 22억5500만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마이너스 13억400만원이던 총자본은 무려 696억1100만원으로 불었다.

실적·몸집 ‘쑥쑥’

김 회장은 이같은 실적과 내실을 바탕으로 서울도시개발에서 짭짤한 배당을 받기도 했다. 서울도시개발은 2007년 자사주(3.98%·1만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식에 대해 주당 3000원씩 총 7억230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에 따라 당시 96.02%(24만981주)의 지분을 갖고 있던 김 회장은 배당금 전액을 챙겼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오너의 개인회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서울도시개발은 그룹 계열사, 특히 서울도시가스가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는 서울도시개발의 성장이 서울도시가스가 밀어준 물량과 비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서울도시개발은 연매출이 10년 만에 8배 이상 늘었는데, 이 사이 서울도시가스가 밀어준 물량도 약 8배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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