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켠 ‘왕의 남자’ 이재오 행보 엿보기

2011.06.08 10:52:12 호수 0호

전당대회 불출마, ‘킹’되기 위한 속셈?

지난 4·27 재보선 패배 이후 한 달 넘게 ‘침묵’에 들어간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1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특강에서 “내각은 운명을 걸고 저축은행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것이 이 정권의 친서민, 공정사회 기조와 맞는 것”이라고 모처럼 만에 입을 열었다. 기다렸다는 듯 그의 이같은 움직임에 친이계가 재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이 장관의 노림수는 과연 무엇일까.

전당대회 전후해 당 복귀 전망
침묵 깨고 정치재개 수순 밟아



그간 이재오 특임장관의 ‘침묵’에 정치권에서는 ‘겉돌고 있다’며 여러 말들이 많았다. ‘왕의 남자’, ‘정권2인자’라고 불리던 여권의 실세 이 장관이 최근 당·정·청 수뇌부 회동에 연달아 불참하고, 즐겨했던 트위터도 하지 않으며 정치행보를 최소화 한 탓이다.

이 장관은 특히 현안 언급을 자제하고 여의도와 일정한 거리를 뒀다. 대신 강연정치와 현장 탐방을 앞세워 외곽으로 돌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대주주’인 그를 향한 정치권은 관심은 여전했다.

이런 그가 7·4 전당대회의 세력 재편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기지개를 켜며 몸풀기에 나서 주목된다.

전대 불참 선언

이 장관의 침묵은 4·27 재·보선 참패와 친이계의 원내대표 경선 패배 후 복잡해진 심경과 무관치 않았다. 여당 내에서 자신을 겨냥한 책임론이 대두되자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없던 일이 됐지만, 대권·당권을 분리하도록 한 당헌·당규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완화될 경우 이 장관이 당 복귀 후 직접 전당대회에 나설 것이란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사의를 만류하고, 대권·당권 분리규정이 ‘현행대로’로 정리됨에 따라 외견상 이 장관의 활동공간은 상당부분 좁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관은 지난 1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언급하며 정치적 활동을 재개했다. 7·4 전당대회를 앞두고 구주류로 전락한 친이계 좌장으로서 당내 세력을 재편할 전대를 외면할 수만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국무위원으로서 국정 전반에 대한 무한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당내 문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4·27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 쇄신 움직임과 관련, “어디부터 잘 못됐나 겸허하게 반성하고 민심이 왜 떠났는지를 되짚어봐야 하는데, 서로 책임 넘기기에 바쁘다”며 “책임지고 물러난 사람이 또 지도부가 되겠다고 하니 국민에게 신뢰를 주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이어 “한나라당이 국정을 책임지고 미래를 열어가려면 스스로 혁명적인 정치개혁을 하지 않고 사람 몇 명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장관은 7·4 전당대회를 전후해 당으로 복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의 한 측근의원은 지난달 31일 “이 장관이 전대 직전이나 직후 장관직을 사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기점으로 이 장관이 본격적으로 당 챙기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장관의 측근의원은 “당에선 아무런 당직도 맡지 않을 계획”이라며 “이 장관이 ‘토의종군’을 선언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 장관이 1년여 간의 장관생활을 마치고 당으로 복귀하면서 당내 역학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7·4 전당대회에서 친이와 친박, 소장파가 맞선 대리전이 예고된다. 이 장관은 입을 닫고 있지만 이미 친이 핵심부에선 전대 승리를 목표로 뛰고 있다.

실제 전대에 나설 친이계 후보들은 이 장관에게 도움을 청하려 하거나, 이미 접촉해 지원을 요청했다는 게 당내 시각이다. 한 의원은 “선거인단이 늘어나긴 했지만, 전당대회는 결국 조직선거”라며 “조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이 장관뿐이다. 친이계 후보는 이 장관과 손을 잡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장관은 전당대회 불출마 방침을 분명히 밝히며 전대 출마 후보가 금품 사용 일절 금지, 후원회 제도 폐지, 현역 의원과 원외 위원장의 전대후보 캠프 참여 금지 등을 선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3일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청와대 회동도 이 장관 행보에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사람이 정권성공과 정권재창출에 다시 한 번 공감대를 형성할지, 아니면 국정현안 조율에서 이견을 표출할지에 따라 이 장관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두 사람의 회동에 이 장관은 “유럽 특사 활동 보고 이외의 다른 정치적 의미를 낳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당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특사 보고를 듣고 그것으로 끝내야 한다”고 말하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원내대표 경선 이후 자신을 비롯한 친이계가 구주류로 불리는 것과 관련, “당에 주류와 비주류가 있는 것은 맞지만 대통령 임기가 2년이나 남았고 대통령 성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과연 구주류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지세력 기반 다지기

이 장관은 점점 정치재개의 수순을 밟아나가는 흐름이다. 지난 2일 대통합국민연대(가칭) 가 발대식을 갖고 공식활동을 시작한 것이 신호탄으로 보인다. 이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등 친이계 대주주가 모인 이 모임은 이 대통령 당선 이후 뿔뿔이 흩어진 조직을 다시 규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이 발기인으로 참석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진연대가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 당선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만큼 이 단체 역시 친이계 대권주자의 외곽조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인 친이계 대권주자 세 명이 나란히 이날 행사에 참석하면서 여권 권력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특임장관실 관계자는 “발기인은 아니고 축사를 위해 참석하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이 장관은 오는 11일 자신의 지지세력인 ‘재오사랑’ ‘조이팬클럽’ ‘조이21’ 회원 3000여명과 함께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 뒤에 있는 흑성산 산행에 나선다. 이 장관은 강연 및 단합대회를 통해 지지자들을 격려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이날 산행을 가깝게는 전당대회, 멀게는 대권후보 경선을 겨냥한 조직다지기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장관은 “매년 갖는 행사로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에둘러 말했다.

이 장관이 전대 불참을 선언하며 대규모 지지세력 결속 모임까지 준비하자 정치권은 그가  더 이상 ‘킹메이커’가 아닌 ‘킹’으로 가기 위한 대권 행보의 가속화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트위터에서 “한 달 동안 자신과 정국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당적을 갖고 있는 국무위원으로서 당의 이러저러한 모습에 대한 반성의 시간도 가졌다”고 말하며 활동을 재개한 이재오 특임장관. 그의 당 복귀를 앞두고 한나라당과 친이계는 요동치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