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대 재부상> ‘고려연방제’를 아십니까?

2017.06.05 10:34:09 호수 1117호

통일? 하긴 해야 하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부터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통일방안으로 거론한 바 있다. 보수진영에선 문 대통령의 발언에 우려를 드러냈다. 북한식 공산화 통일방안에 가깝다고 비판하는 인사도 있었다. 통일은 국민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해묵은 화두 중 하나다.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국민들 사이에서는 한민족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남과 북이 분단된 지 72년이 됐다.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맺은 지는 64주년이 되는 해다. 감정이 어떻든 북한의 존재는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북한의 움직임은 우리나라와 주변국 외교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북한을 둘러싼 안보 문제에 국민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치권에서 통일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마다 여론이 요동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1국가 2정부’

고려연방제, 낮은 단계의 연방제 등의 통일방안은 19대 대통령선거 과정서 몇 차례 후보들의 발언을 통해 나온 적이 있다. 고려연방제는 1980년 10월10일 노동당대회서 김일성 주석이 내세운 통일의 원칙이다. 북한은 1960년대 막연히 연방제를 주장하다가 1973년 고려연방제로 바꾼 뒤 민주라는 수식어를 덧붙여 ‘고려민주연방공화국창립방안’을 내놨다.

고려연방제는 한반도를 연방형태로 통일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남북이 지금까지 있던 정부를 그대로 두고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이라는 연방정부를 세워 한 민족, 한 국가에 두 개의 정부와 체제를 만들자는 방안이다. 북한은 1970년대까지는 연방제를 통일로 가기 위한 과도적 조치로 봤지만 이후에는 완결 형태로서의 연방제를 주장했다.

김 주석은 1980년 10월 노동당대회 연설서 “북과 남이 서로 상대방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하고 용납하는 기초 위에 민족통일정부를 세우고 이를 기초로 북과 남이 같은 권한과 의무를 지니고 지역자치제를 실시하는 연방공화국을 수립한다”고 말했다. 


김 주석이 내세운 창립방안에 따르면 연방통일정부가 수립된 이후 남북의 지역정부가 내정을 맡고 외교와 국방은 중앙정부가 맡는다.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 형태의 통일국가다.

문 대통령 대선 TV 토론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 거론

창립방안의 주요 내용은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선결조건 ▲연방정부의 구성 및 운영원칙 ▲연방정부의 10대 시정방침 등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연방통일정부는 최고 의결기구로 남북 동수의 대표와 적당한 수의 해외 동포 대표로 최고민족연방회의를 구성한다. 

또 연방상설위원회를 구성해 지역정보를 지도·감독하고, 지역정부는 동등한 권한과 임무 아래 독자적인 정책을 실시할 수 있다. 최고민족연방회의와 연방상설위원회의 공동의장과 공동위원장은 남북 윤번제로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은 1990년대 들어 조금 느슨한 형태로 바뀌었다. 김 주석은 1991년 신년사서 ‘잠정적으로 지역 자치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연방제를 수정, 제의했다.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에 들어서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나왔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의 원칙에 기초하되 남북의 현 정부가 정치, 군사, 외교권을 비롯해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그대로 보유한 채 그 위에 민족통일기구를 구성하자는 주장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서 처음 제기됐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한 6·15남북공동선언 제2항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으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즉, 양측 제안서 공통점을 인정하고 이를 통합한 방식으로 통일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일각에선 이념과 제도가 다른 두 체제 사이의 연방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이 방안이 다시 수면 위로 나온 건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선후보 시절 TV토론에서 언급하면서다. 

지난 4월25일 JTBC가 주최한 대선후보 토론회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김대중정부 당시 개최된 6·15 정상회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국가연합론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여러 번 섞어서 썼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후보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에 찬성하나”라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두 안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말한 국가연합은 1민족, 2국가, 2제도, 2정부 원칙에 기초한 통일방안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서 연방국가가 두 개의 지역정부를 관할하는 것과 달리 사실상 두 개의 주권국가를 인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남북 체제의 공존을 인정하면서 두 개의 주권국가가 국방권과 외교권을 각각 보유하는 형태로, 두 국가 간의 협력기구를 제도화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2011년부터 꾸준히 언급
보수 “공산화 통일” 비난

문 대통령은 2011년 <한국일보>와 인터뷰서 “김대중, 노무현정부를 거치면서 국가연합 혹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2012년 김대중 대통령 3주기 추모식 때도 “김대중 대통령이 꿈꾸셨던 국가연합 또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 정도는 다음 정부 때 정권교체를 통해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안보관이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토론 이후 현안 관련 브리핑을 통해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김일성 주석이 내세운 고려민주연방공화국에서 기인한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김정은의 통치를 받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 “대한민국은 주권국가가 아닌 남측 지방정부로 격하된다”며 “남한 내 친북세력이 결탁되면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극우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역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한 바 있다. 2012년 조 대표는 조갑제닷컴에 문 대통령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주장에 대해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썼다. 

헌법 위반?


조 대표는 “헌법은 북한 지역까지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므로 그 지역을 점령한 북한정권은 반국가단체”라고 주장하며 “대한민국 헌법이 명령하는 통일방안은 반국가단체를 소멸시킴으로써 북한 동포를 해방하고 북한 지역까지 민주공화국 영토에 편입시키는 평화적 방법의 자유통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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