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2017.05.22 09:17:58 호수 1115호

김권수 저 / 책들의정원 / 1만5000원

이번 직장에서 밀려나면 더는 갈 곳이 없다는 불안에 시달리는 40대 K씨. 하나뿐인 자식 교육에 들어가는 돈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대출금과 막막한 미래를 생각하면 잠도 오지 않는다. 결국 그는 불면증 클리닉을 찾게 되었다. 



평생 엘리트로 불리며 대기업에 들어가 이른 나이에 승진한 30대 Y씨. 외제차를 타고 럭셔리 브랜드를 즐기는 성공한 인생이지만 언제나 타인의 칭찬과 인정에 목말라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스스로를 안타까워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때로는 숨이 턱 막히고 삶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순간이 찾아오지만 더 빨리, 더 높이를 외치는 사회서 ‘다들 그렇게 살더라’는 말을 위안 삼아 겨우 버티고 있을 뿐이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의 저자 역시 한때는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았다. IT 벤처 시장에 뛰어든 젊은 사업가이자 대학에서 비즈니스와 컴퓨터 시스템을 강의하는 연구자로 살며 ‘워커홀릭’의 길을 걸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메타신문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열정적 자세로 많은 성과를 이뤄냈지만, 문득 돌아보니 이 모든 일이 ‘나를 잃어버리는 여정’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그동안의 성취를 뒤로하고 인간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의식, 심리, 행동, 뇌과학 등을 탐구하며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배운 것이다. 

생존이 목표가 된 시대, 수많은 잣대와 기준점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지만 저자는 사회를 비관하기보다 주어진 현실에서 있는 그대로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강조한다. 


‘넌 충분히 할 수 있어’라는 주위의 말에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못해요’라고 답한다는 내용의 동시 <용기>의 시구처럼 자신의 불완전함과 한계를 받아들이는 일에는 굳은 결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긍정적 감정은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의 생각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으면 타인의 가치관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 마련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내사(Introjection)’라고 부른다. 부모의 신념에 따라 학원에 다니고 성실히 공부하던 아이가 막상 하고 싶은 일은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례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한편 열등감에 시달리는 사람은 반대로 우월감을 좇아 헤맨다. 학벌이나 연봉처럼 가시적인 성과만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으려 애쓰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무기력함, 우월감과 자극적인 감정에 대한 중독 등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음미하기(Savoring), 감사함을 느끼기, 나의 감정을 언어로 묘사하기와 같은 방법을 추천한다. 

반복되는 일상을 천천히 음미하며 평소에는 놓쳤던 작은 행복을 맛보고, 감사의 대상을 찾으며 나와 타인의 관계를 되새기고,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익히며 ‘나’라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확인하는 과정서 스스로를 이해하고 나아가 자신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두고 ‘나의 삶과 나의 방식대로 살아보려고 현실의 저항에 벌벌 떨면서 증명하고 위안을 삼은 흔적들’이었다고 말한다. 더불어 우리 각자의 삶에도 저마다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고군분투의 흔적이 깊게 새겨지기를 바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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