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군회장 선거 또 무산된 내막

2017.05.15 09:53:13 호수 1114호

‘수장난맥’ 사람이 그렇게 없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재향군인회(이하 향군)가 어수선하다. 향군 이사들이 신청한 회장 선거중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선거가 또 무산됐다. 벌써 두 차례 중단이다. 이뿐 아니라 향군 회장선거에 나온 인사들이 하나같이 금품을 살포한 이력이 있어 자격 논란도 일고 있다.



대법원 3부는 지난 7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조남풍 전 향군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6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전 회장은 2015년 4∼6월 인사청탁 명목으로 A씨와 B씨로부터 각각 6000만원과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해 3∼4월 향군회장 선거와 관련해 서울지역 대의원 19명에게 1인당 500만원씩을 제공한 것을 비롯해 전국 대의원 200여명에게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도 적용됐다.

여전히 시끌

1심은 “향군은 각종 지원 혜택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공공단체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 단체로 사회적 지위도 높고 투명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며 “그런데도 조 전 회장은 산하 업체 대표에게 인사청탁 대가로 큰 액수의 금품을 받는 등 매관매직과 유사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선거 과정서 대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해 조 전 회장이 선거 관리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 등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추징금 6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조 전 회장의 형이 확정됐지만, 향군 정상화는 아직 지지부진하다. 재향군인회의 새 수장을 뽑는 선거가 또 무산됐다. 법원이 일부 향군 이사들이 신청한 선거중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이상기 향군 이사 등 3명이 신청한 ‘임시총회 개최 금지 및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달 26일 인용 결정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향군이 2017년 3월7일 공고한 선거 일정에 따라 4월27일 임시총회 개최 및 제36대 회장 선거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이날 예정됐던 제36대 향군회장 선거는 무산됐다. 향후 선거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벌써 두 차례 중단이다. 앞서 이들 이사는 지난 2월 선거 일정이 촉박하게 잡혀 피선거권이 침해됐다는 취지로 가처분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달 17일 대의원들이 주도한 임시총회를 통해 향군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는 향군법 위반이라며 법정에 선거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향군법 8조에는 임시총회는 회장이 소집하도록 명시돼있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비단 절차적 하자뿐 아니라 후보자들의 자격 요건도 큰 논란이다. 김진호 전 합참의장과 신상태 전 향군 서울시 회장, 이선민 전 향군 사무총장 등 3명이 후보로 나설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들 후보는 조 회장이 선출했던 2015년 4월 제35대 회장 선거 당시 조 회장과 마찬가지로 금품을 살포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 후보의 대의원 금품 제공 사실을 인정했지만, 선거와 관련한 금품수수 부분은 위계 업무방해죄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조 전 회장의 무죄판결에 따라 불기소 처분 결정했다. 만일 조 전 회장이 유죄판결이 났다면 이들 역시 기소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들 후보들이 자격 논란에 싸인 이유기도 하다. 당시 검찰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신 전 회장의 선거 운동원인 최모씨, 김 전 의장의 선거운동원 성모씨, 이 전 사무총장 선거 운동원 박모씨가 2015년 4월6∼8일 사이에 대의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먼저 신 전 회장은 대의원에게 6차례에 걸쳐 직접 또는 선거운동원을 통해 900만원 현금을 제공했다. 김 전 의장은 5차례에 걸쳐 현금 500만원을 대의원에게 제공한 사실이 검찰서 인정됐다. 이 전 사무총장은 5차례 걸쳐 현금 1500만원을 대의원에게 제공했다.

두 번째 무산…이사들 문제 제기 
돈선거 조사 후보 이번에 또 나와

이는 향군 내부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금지하고 있는 행위다. 이 때문에 회장 선거 후보자들은 사전에 ‘금품 제공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서약서를 작성한다. 당시 선거 후보로 나왔던 신 전 회장과 김 전 의장, 이 전 사무총장도 규정에 따라 서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선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 이사는 “후보들의 행위는 선거 관리위원회와 선거권자들에게 스스로 다짐을 저버리는 배신적 행위”라며 “이들은 향군회장 후보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항군이 하루빨리 정상화가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선거를 통해 개혁을 이끌어갈 회장이 선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향군은 2015년 말 조 전 회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 되자 지난해 1월 그를 바로 해임하고 그해 4월 새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를 진행했다. 그런데 조 전 회장을 선출됐던 2015년 4월 제35대 회장 선거 당시 조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금품 살포했던 신 전 회장과 김 전 의장, 이 전 사무총장이 다시 출마했다.

이에 향군 관리·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는 선거 중단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도 대의원들은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한 것을 근거로 중단됐던 선거 절차가 재개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다.

향군은 그동안 ‘돈 선거’란 오명을 벗지 못했다.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들에게 돈을 뿌리며 한 표를 거래했고 회장이 되면 임원 등 한자리를 보존해주는 방식으로 회장 자리는 돈에 의해 움직이는 일이 빈번해서다.

향군은 회장 선거 문제 말고도 수천억원 부채로 허덕이고 있다. 향군은 7개 상법인과 3개 직영사업체 등 10여개의 수익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3개 직영사업체는 지난 2003년 사업개발본부를 만든 뒤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향군의 신용을 활용해 거액의 돈을 빌려 시행사에 건네고 이를 대신 갚는 방식으로 각종 수익사업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2011년 7000억원에 달하는 부채가 생겼고, 현재 부채는 5500억원 수준이다. 연간 이자만 약 230억원이 발생하고 있다.
 

해임된 조 전 회장은 취임 후 부적절한 인사 등으로 국가보훈처로부터 특별감사를 받기도 했다. 국가보훈처는 2015년 7월28일 조 전 회장이 공개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원을 임용하는 등 인사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보훈처에 따르면 향군은 신임 회장 취임 후 인사에서 공개채용절차를 거치지 않고 본회 직원 12명을 채용했다. 이 중 8명은 ‘60세 미만으로 3년 이상 근무 가능한 자’만을 채용하도록 규정돼있어 57세 미만인 사람을 채용해야 하나, 이를 위반하고 58세 이상인 사람을 채용했다.

나머지 2명은 이사회 등 의결을 거치지 않고 재정예산실장과 재정부장의 직제를 신설해 임용했다. 또 다른 2명은 공개채용 절차를 위반해 비서실장과 경영본부장으로 특별 채용했고, 이 중 경영본부장은 향군 신주인수권부채(BW) 사건 당사자와 관계가 있는 인사로 확인됐다.


‘향군 BW사건’은 C 전 향군 유케어사업단장이 지난 2011년 향군 허락 없이 4개 상장사에 군 명의로 지급보증서를 발급해줘 향군에 790억원의 손해를 입힌 사건이다.

당시 보훈처는 “향군 정관 및 인사규정을 위반하고 채용한 12명의 임용을 전원 취소하고 인사책임자 2명을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내부 수습은?

향군의 인사 비리는 산하업체 인사 과정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산하업체 사장 등 임직원 13명을 임명하면서 경영 전문성을 검증하는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부분이 조 전 회장 선거캠프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들을 채용한 것은 선거캠프 관계자에 대한 보은 인사라는 게 보훈처의 설명이다. 보훈처는 향군 정관 및 인사규정을 위반하고 채용한 이들 13명의 임용을 전원 취소하고,인사책임자 2명을 징계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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