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맛집프로그램 출연 뒷거래 파문 ‘알파만파’

2011.05.20 20:26:12 호수 0호

빙산의 일각일 뿐(?)

방송에 소개되는 맛집은 전파를 탄 후 그야 말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때문에 식당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앞 다퉈 맛집프로그램에 출연하려고 난리다. 그동안 업계에는 방송에 출연하려면 “비용이 장난 아니야”라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이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6일 막을 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트루맛쇼>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TV속에 나온 맛 집들이 돈을 주고 방송에 소개된다는 내용을 다루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재환 감독 “이슈화시키고 싶었다”
외주제작사 측 “억울하다” 심경 토로



<트루맛쇼>가 이슈가 되는 것은 그동안 쉬쉬했던 사실이 진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흔히 TV속에 나오는 맛집프로를 보면서 “참 먹음직스럽다” “한번쯤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들을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 <트루맛쇼>는 이러한 사실을 깨부수어 버렸다. 방송에 나오고자 하는 식당에서 돈을 얹어 브로커를 통해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

<트루맛쇼>는 직접 식당을 차리면서 몰래카메라까지 동원해 촬영함으로써 그러한 관습들을 낱낱이 고발했다. 특히 이 영화는 MBC 전 교양국 김재환 PD가 연출해 더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관객상까지 수상했다. 이러한 파문과 함께 그동안 맛 집을 소개해 온 KBS2 <VJ특공대>, MBC <찾아라! 맛있는 TV>, SBS <출발 모닝와이드>, <생방송투데이> 등이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외주제작형태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외주제작사 PD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현재 맛집 취재를 담당하고 있는 외주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돈을 받고 맛집을 선택한다는 말은 정말 잘못됐다”면서 “우리는 맛집을 선택할 때 인터넷과 블로그의 평까지 확인하며 직접 선택한다”며 금품의혹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다른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맛집을 선정하는 방법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1차로 인터넷 조사를 하고 식당주인과 통화를 한 후 후보군에 올린 뒤 방송국과 회의를 가져 음식 아이템과 촬영 콘셉트에 대해서 논의한 후, 통과가 되면 작가와 PD가 직접 식당을 방문해서 음식을 먹어보고 비법 유무도 알아본 다음 촬영 일정을 잡는다는 것이다. 이 말대로라면 TV속 맛집 선정은 조금은 까다로워 보인다. 단지 <트루맛쇼>에서 얘기하는 것같이 돈만 내면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1차 서류심사와 2차 방송국회의, 3차로 현장답사까지 마친 후 비로소 촬영식당을 결정한다는 것.

맛집프로그램 이상한 눈초리

그렇다면 맛집 출연 조건에 관행이라는 돈 요구는 정말 없는 것일까.

그러나 이 관계자는 금품수수 관행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업계에서 종종 그러한 소문을 듣곤 한다. 이것은 방송구조상의 환경, 제작비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번 맛집과 관련된 외주제작사들은 모두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루맛쇼>에서 보여진 관행이라는 행태가 빙산의 일각”이며 “이 영화가 너무 극단적으로 한쪽 방향으로만 몰아 간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외주제작사들이 만약 어떤 업체나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을 경우 방송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잘 알기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항변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외주제작사들은 단지 소수의 잘못된 목적을 가진 몇몇 때문에 정직한 대다수가 선의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트루맛쇼>를 연출한 김 감독은 현재 자신의 블로그에 입장을 밝히는 것 외에는 일체 외부와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영화가 지나친 관심을 받으면서 쇄도하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맛집 파문 확산 이후 김 감독과 통화했다는 외주제작사 관계자를 통해 이번 파문에 대한 김 감독의 심경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김 감독이 ‘자신의 영화로 인해 맛집 금품수수와 전혀 관계없는 외주제작사들에 피해를 준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감독이 이번 영화를 찍은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방송생활을 하면서 느껴왔던 관행들을 대중들에게 여론화시키고 이슈화시키기 위해 선택한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매출 효과는 ‘UP’

즉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누군가는 이 고질적인 병폐를 고쳐야만 했고, 김 감독이 이번 영화를 연출하며 총대를 멨다는 것.

결국 김 각독은 이 사건을 여론화시키고 이슈화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로 인해 아무 잘못 없는 피해자가 양산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면 TV속 맛집에 출연한 식당의 입장은 어떨까. 지난 2007년 TV에 맛집으로 소개되었던 한 식당도 뒷돈을 주고 방송에 출연하는 일은 전혀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더 깊은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최근 소개된 또 다른 식당 역시 돈 요구는 처음 들어보는 소리라고 반박하며 홍보효과만큼은 생각보다 크다고 전했다. “TV에 방영되고 나니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고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 매출도 전보다 많이 올랐다”는 것.

앞으로 <트루맛쇼>로 인한 파장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한 외주제작자 관계자는 “식당금품 의혹이 불거지면서 진즉 섭외 해 놓은 식당도 ‘안 하겠다’고 거절했다”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송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 사실관계가 증명이 안 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문제제기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 맛집 파문이 어떻게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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