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대중 승마장 실태

2017.03.20 12:22:32 호수 1106호

목 부러져도 보험 없다 ‘쌩∼’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9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6 말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 승마 인구수는 전년 대비 10.5% 증가했다. 승마를 체험해본 사람 역시 7.3% 늘었다. 정부는 그간 추진해온 정책이 승마 인구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자평했다. 문제는 늘어난 승마 인구를 감당하는 승마장 관리가 허술하다는 점이다. 특히 미인가·미신고 승마장은 안전사고 대책이 전무한 상태다.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 중인 A씨는 지난해 2월 회사 근처 승마장을 찾았다. 평소 허리가 좋지 않던 A씨는 병원의 권유로 승마를 하기로 했다. 처음 6개월 정도는 순조로웠다. 사고가 난 8월31일에도 초반에는 괜찮았다.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말을 타고 마장을 돌던 A씨는 갑자기 말이 크게 움직이는 바람에 앞으로 굴러떨어졌다. 당시 마장에는 A씨와 교관 B씨만 있었다.

낙마사고 빈번

말에서 떨어진 A씨는 교관 B씨가 달려올 때까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A씨는 “바로 119를 불러줄 줄 알았는데 손을 움직여봐라, 다리를 들어봐라, 갖가지 요구를 다 했다”며 “결국 내가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으로 갔다”고 말했다. A씨가 말에서 떨어진 지 20분가량 지났을 때였다.

교관 B씨는 “전국 어떤 승마장에 가도 손님이 말에서 떨어졌다고 바로 119를 부르는 곳은 없을 것”이라며 “A씨가 의식이 있었고 외형상으로는 골절된 부분이 보이지 않아 119를 바로 부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병원 진단 결과 A씨는 목뼈가 골절돼 신경을 누르고 있는 상태였다. 1주일간 정밀검사를 거쳐 수술한 A씨는 중환자실에 이틀간 누워 있는 등 부상 정도가 심각했다. 실제 A씨는 퇴원 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몸을 똑바로 펴지 못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걷고 있었다.


목뼈 고정을 위해 넣은 기구 때문에 고개를 돌리는 일도 어려워 보였다. 또 신경이 다 회복되지 않아 팔을 쓰는 일도 쉽지 않았다. “아직도 손끝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다”며 “팔이 제 기능을 못하니 걷는 것도 허술하고,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승마장 측 대처였다. 교관 B씨는 A씨가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 “말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회사에서 다친 걸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요청했다. 사실 여부를 묻자 B씨는 “내가 그 말을 한 건 맞다”며 “당시 승마장에 사장이 없어 보험이 있는지 없는지 몰랐다. 그래서 A씨에게 말에서 떨어졌다는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A씨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말에서 떨어졌을 때도 그랬지만 승마장 측 대처가 너무할 정도였다”며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교관 B씨가 두세 번 정도 찾아와 (사정을) 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 외에는 승마장 측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없다. 당연히 보상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승마장 대표는 “승마장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인가 및 신고 문제와 관련해서는 벌금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의 사고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서도 “본인 부주의로 다친 게 아니냐. (승마장이 가입한) 보험이 없어 A씨가 본인 보험으로 처리한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승마장 운영에 문제가 있어 벌금을 물었고, 사고 문제는 당시 현장에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보험이 없다는 사실을 전했기 때문에 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증가·양적 성장했지만…
미인가·미신고 시설 난립
사실상 안전 대책도 전무

교관 B씨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사장님께 병원비라도 보태야 하지 않나, 병원에 찾아가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며 “병원에 가기로 한 날 사장님이 일정이 생겼다며 약속을 깼다”고 주장했다.

실제 화성시청 체육진흥과와 축산과에 확인한 결과 해당 승마장은 인가를 받지 않았고, 신고도 하지 않은 곳이었다. 정상적으로 승마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승마장은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시법)에 의해 인가를 받았거나 ‘말 산업 육성법’에 의한 농어촌형 승마시설 등 둘 중 하나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

국회는 2011년 3월 말 산업을 농업·농촌의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말 산업 육성법을 제정했고 같은 해 9월부터 시행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2012년 말 산업 육성법 제5조에 따라 5년 단위로 마련하도록 돼 있는 말 산업 육성 종합계획까지 수립했다.

2012년 7월 농림수산식품부가 내세운 종합계획은 ▲말 산업 인프라 확충 ▲전문농장 육성 등 말 산업 내실화 ▲체험 승마인구 확대 ▲말 산업 지속기반 구축 등이다. 정부의 지원과 체시법 기준 완화 등으로 승마산업은 양적 성장을 이뤘다.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과 비례한 것은 아니다. 미인가·미신고 승마장도 우후죽순 늘어났기 때문이다. 체시법에 의해 인가를 받든, 농어촌형 승마시설로 신고를 하든 보험 가입은 의무사항이다. 체시법에 따른 일반 승마장의 경우 신고 후 10일 이내 보험에 가입하도록 돼있다. 농어촌형 승마시설은 20일 이내로 기간이 늘어나지만 보험 가입은 필수사항이다.

반면 미인가·미신고 승마장의 경우는 보험 가입을 강제하거나 이용자가 확인할 방법이 전무하다.

실제 A씨는 “불법 승마장인 줄 알았다면 내가 거기에 갔겠느냐”며 “(그에 대해)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사례처럼 승마장 상황을 모르고 찾아간 경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상 방법이 요원하다.

일부 승마장의 경우 손님들에게 낙마사고가 발생해도 말을 탄 사람이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쓰게 해 이용자에게 전가하는 경우도 있다.

승마장 경영자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대한승마경영자협회 관계자는 “2011년 말 산업 육성법이 시행된 이후 미인가·미신고 승마장이 늘어났다”며 “모르긴 몰라도 전국 승마장의 10∼20%는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자체나 정부에서 철저한 승마장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도 나 몰라라

문제는 관내 승마장을 관리해야 할 지자체가 미인가·미신고 승마장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화성시는 현재 관내에 미인가·미신고 승마장이 얼마나 있는지조차 파악이 안 된 상황이다. 미인가·미신고 승마장서 낙마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후속 조치에 대한 대책도 전무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행정상 관내 승마장을 모두 파악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인가를 내줬거나 신고한 승마장의 경우 점검하고 단속한다”고 했다. 이어 “미인가·미신고 승마장의 경우 제재 조치를 할 관련법이 없다. 사고가 났을 경우 민사소송 등의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며 개인의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