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국민의당 연대설 진상

2017.02.27 11:15:10 호수 1103호

호남정당과 영남사람 과연 뭉칠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몸값이 오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국민의당과 손잡을 수 있다는 연대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영남 광역자치단체장과 호남 정당의 연대설은 일면 허무맹랑한 면이 있다. 그러나 홍 지사와 국민의당을 연결해주는 가교가 있는 만큼 정치적 함수에 따라 상황은 돌변할 수 있다는 게 연대설의 핵심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반전을 만들어냈다. 지난 16일 ‘성완종 리스트’ 사건 항소심 재판서 무죄를 받았다. 1심을 뒤집은 결과였다. 그간의 응어리를 풀려는 듯 홍 지사는 재판이 끝난 즉시 경남도 서울본부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서 홍 지사는 “대한민국은 지금 천하대란이다. 천하대란은 대란대치의 지혜로 돌파해야 한다”며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뒤집힌 결과

이후 대권 도전 의사는 더욱 선명해졌다. 홍 지사는 지난 23일, 대구시청을 찾아 공무원을 상대로 강연을 시작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는 영남 민심을 보고 있다. 출향 인사까지 합하면 영남의 인구는 대한민국 인구의 3분의 1이다. 지금은 영남의 바닥 민심을 지켜보는 중이다. 출마선언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결정이 난 뒤 대선 출마선언을 하겠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무죄 선고 이후 보폭도 커졌다. 영남권 공략의 첫걸음으로 부산을 찾은 홍 지사는 “큰 선거(대선)를 하려면 나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 그래서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다”며 대선캠프를 꾸리고 있음을 알렸다.

특유의 화법도 여전했다. 앞서 기자회견 당시 홍 지사는 탄핵 정국에 대해 “이 정부의 일부 양박들(양아치 친박)이 주도해 내 사건을 만들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곳에서 홍 지사는 헌재의 탄핵 심판에 대해 “(박 대통령은) 무능한 대통령이다. 그러나 위헌이나 위법해서 탄핵을 할 만한 그런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주가도 껑충 뛰었다. 지난 20∼22일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2.5%포인트)에 따르면 홍 지사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이어 여권 2위로 조사됐다(황교안 11.6%, 홍준표 3.3%).

먼저 대권 도전을 선언, 방송 등에서 얼굴을 알리고 있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동률(3.3%)이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1.8%), 국민의당 손학규 전 의원(1.7%), 정의당 심상정 대표(1.1%)를 앞선 수치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리얼미터 측은 “다수의 여권성향 지지층이 홍 지사 등 다른 주자들로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nesdc.go.kr) 참조).

높아진 몸값에 정치권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보이는 쪽은 바른정당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홍 지사가 패권주의를 배격하는 면에서 우리당과 매우 가깝다. 우리와 함께 하겠다고 하면 대환영”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과 남 지사의 대결이라는 단조로운 구도로는 보수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린 발언이었다. 무엇보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연루 혐의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다. 바른정당이 홍 지사를 영입하기엔 최적의 상황인 것이다.

불임정당이란 오명을 듣고 있는 한국당도 홍 지사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바른정당에 비해 적극적이진 않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최근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내가 듣기론 본인(홍 지사)도 대권에 의사를 가진 것으로 안다. 이런 좋은 후보들이 앞으로 (한국당에서) 계속 나올 것으로 본다”면서도 “우리당에 유력한 대선주자가 너무 많아 한 분을 얘기하면 다른 분들이 섭섭해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 무죄받고 대권까지 직행?
‘키맨’은 박주원 전 안산시장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의당이 홍 지사와 연대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최근 우클릭에 나선 국민의당이 비박 성향의 홍 지사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당론을 철회하는 데까진 이르지 못했지만, 중도 정당으로서 성공하려면 보수 지지층 확보가 필수라는 주장이 당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홍 지사 연대설은 보수층 확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둘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할 사람도 거론될 정도다. 국민의당 경기도당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박주원 전 안산시장은 홍 지사와 절친한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박 전 시장은 지난 2012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당시 홍준표 후보의 공보지원단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박 전 시장은 지난해 7월 홍 지사가 연루된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법정 증인으로 출석해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2년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 수억원의 돈을 정치자금 및 로비 자금 명목으로 줬지만 배달사고가 난 것 같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박 전 시장의 해당 증언은 홍 지사가 무죄를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재판부가 홍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금품 전달자인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이 추상적이고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박 전 시장의 증언은 윤 전 부사장의 ‘1억원 전달’ 주장의 신뢰를 깨는 내용이었다.

러브콜 쇄도

홍 지사의 강점은 대중성과 전투력이다. ‘모래시계 검사’라는 국민적 이미지는 홍 지사를 잊히지 않는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정제되지 않은 특유의 발언은 그를 저격수로 불리게 한다. 특히 강렬한 화법은 국민의당 입장서 필요한 부분이다.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 국민의당 대선주자들에게 결여된 점이기 때문이다. 기존 대선주자들과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는 홍 지사에게 과연 국민의당이 손을 내밀지 지켜볼 일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홍-유 영남 쟁탈전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영남 표심을 두고 대결을 펼치고 있다. 홍 지사는 최근 대구와 울산을 연이어 방문하며 강연 정치를 펼치는 중이다. 보수 적자를 자임하고 있는 유 의원은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나 대구·경북 현안을 집중 논의했다.

홍 지사는 특유의 네거티브 전략을 선보였다. 강연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극히 일부의 양아치 친박들이 박근혜를 망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대통령에 대해선 “촛불 시위만으로 탄핵 가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민주주의냐? 민중주의고 인민재판이다”며 감쌌다.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유 의원은 본인의 강점인 정책과 지역 현안에 집중했다. 유 의원은 권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구통합신공항 건설, 서문시장 복합재건축 등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나온 이후 본격적인 영남 표심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목>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