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판결]바람난 남편, 아내 불임 핑계 이혼 불가

2011.04.27 10:20:58 호수 0호

바람은 자기가 피우고 이혼 소송? “난 못해!”

10년 넘도록 결혼생활을 유지하다가 돌연 가출, 아내의 불임수술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청구한 4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은 그의 청구를 기각했다. 동거로 사실상 결혼생활을 시작하기 이전 아내가 불임수술을 받고도 이를 알리지 않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불임수술로 인해 아내가 영구적으로 출산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것. 또 출산불능은 법률상 이혼사유가 되지 않고, 가출한 이후 남편은 다른 여성과 사귀면서 아내에게 정식 소개시키는 등 다른 여성과의 새출발을 위해 이혼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설명이다.



10년 넘게 살던 남편 2009년 돌연 가출, 이혼 요구 
아내 이혼 반대하자 아내 불임수술 핑계 이혼 소송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더니 10년 넘는 결혼생활이 무색할 만큼 단번에 돌아서버린 연하 남편과 오매불망 남편만 기다렸던 연상 아내의 이혼소송 뒷이야기가 화제다.

서울가정법원은 10년이 넘도록 결혼생활을 유지하다가 다른 여자가 생기자, 아내의 불임수술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청구한 A(45)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1995년경부터 B(49·여)씨와 동거를 하면서 사실상 부부생활을 유지했다. 늦었지만 2002년 7월에는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마쳤고, 둘 사이에 자녀는 없었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A씨와 B씨는 둘 뿐이었지만 화목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10월 A씨는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아내 B씨도 자연스럽게 별거에 들어갔다. 순식간에 남편에게 버림받은 B씨는 여간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집 나간 남편, 이혼 요구


함께 산지 10년을 넘기고 2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남편이 이런 행동을 보일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이유에서다. 달라진 남편의 태도에 B씨는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불안한 예감은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이번 역시 B씨의 예감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A씨가 집 나간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C(37·여)씨와 사귀고 있다면서 B씨에게 이혼을 요구한 것. B씨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가정을 깨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A씨의 입장은 달랐다. 같은 해 11월14일 C씨를 집까지 데려와 B씨에게 소개하고 거듭 이혼을 요구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C씨는 A씨에게 "가정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면서 이혼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B씨는 상대로 이혼청구소송을 신청했다.

A씨는 소장을 통해 "B씨는 가정생활에 불성실했고,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에게 부당하게 대우했다"고 말했다. 또 "B씨는 심각한 의부증 증세를 보였고 그로 인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A씨는 "동거하기에 앞서 B씨가 불임수술을 받고도 이를 나에게 숨겨온 행위 등으로 인해 가정이 파탄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먼저 재판부는 가사조사관의 조사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B씨가 A씨와 동거하기 이전에 불임수술을 받았고 동거를 시작할 당시 이를 A씨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혼은 안 됩니다!

하지만 B씨가 불임수술로 인해 영구적으로 출산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상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이혼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법률상 출산불능은 이혼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더했다.

반면 재판부는 가정파탄의 원인을 오히려 A씨에게서 찾는 듯 했다. A씨가 주장한 사실을 살펴봤을 때 그에 부합하는 증거는 믿기 어려울 뿐더러 또 이를 인정할 충분한 자료도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오히려 지금까지 A씨와 B씨의 진술을 놓고 봤을 때, A씨와 C씨의 관계로 인해 B씨와의 가정생활, 혼인관계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행되자 A씨의 반박은 또 이어졌다. 이와 관련 A씨는 "B씨 역시 자신과 혼인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만 이혼에 불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 2009년 12월1일 B씨는 A씨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같은 달 18일 이를 취하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B씨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만 이혼에 불응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자료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재판부는 A씨의 이 사건 이혼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판결했다. 아내의 불임수술을 핑계 삼아 이혼도장을 찍고 새로운 여성과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했던 남성의 바람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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